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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27살 - 해양대, 백두

백수 아니고요, 백두입니다.

by 송대근
해대백두는 부산시장이랑도 안 바꾼다.



네, 해양대에서는 3학년 실습을 마치고 돌아온 4학년을 백두라고 부릅니다.


아무래도 엄격한 규율의 학교에서 최고학년이다 보니, 어깨에 힘 들어갈 일 많겠죠?


옭아매던 대부분의 과업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다만 지나치게 방탕한 생활을 할 경우 생활지도관들로부터 벌점을 받는데, 이 벌점들이 취직에 영향을 주니 몸은 사려야 합니다.


저도 꽤나 재미있는 백두생활을 보냈습니다.


그 이유는 학교의 지리적 특징 때문인데요,


캠퍼스 자체가 섬으로 이 루져 있다 보니, 저학년 때는 감옥섬으로 느껴지던 곳이 휴양지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학교 뒤편에서는 낚시꾼들이 매주말 찾는 낚시포인트 이기도 하고요. 외부인들도 학교에 놀러 오시는 경우도 많이 보입니다.


주변 풍경 또한 매우 좋은 편입니다.



또, 학교 인근에는 낙후된 상가긴 하지만 선배들로부터 자주 애용되어 오던 오래된 가게들도 많이 있습니다.


한 잔 하다 보면 졸업 선배를 만나서 얻어먹는 경우도 많이 있었고요.


위생에 민감하신 분들은 불편할 수도 있으나, 나름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게들이 많았는데, 주변 아파트 개발과 함께 재개발되면서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또 학교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태종대가 나오는데, 이곳에도 자갈마당이라고 불리는 해변 포장마차들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주로 조개구이를 팔던 곳인데, 여기서도 한 잔 하기 좋은 상황이 자주 생기곤 했습니다.


지금은 환경문제로 싹 정리되긴 했습니다만 ^^;


지금에 와서 환경문제로 바라보니 과거의 모습도 썩 좋아 보이진 않긴 하네요ㅠ



하지만! 이 좋은 환경 속에서도 맘 편히 놀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모든 대학교4학년의 공통과제일 텐데요,

바로 취업 때문이죠.


해양대생들은 보통 저학년 때는 규율과 과업을 따르는데 시간을 많이 쓰다 보니, 취직에 도움 될 스펙준비는 4학년에 몰아하는 편입니다.


그래봤자 학점과 토익인데, 재학 중에 학점은 평소에 했어야 하는 거니 막판 뒤집기는 어렵고, 결국 남은 것은 토익 하나뿐이죠.


네, 맞습니다. 해양대생들은 취업에 관한 스트레스가 다른 대학생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그리고 2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동기들과 헤어져 망망대해로 실습도 다녀오고, 또 서로 무용담을 풀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아무래도 좀 놀자판(?)이 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저도 취직에 있어서 아주 절실히 한 부분은 솔직히 없습니다. 두어 달 토익준비 한 게 다 인 것 같네요ㅎㅎ


아무튼 그렇게 동기들과 우애를 다지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2학기 기말고사를 끝마치기 전에 각 선사 취업지원가 면접까지 모두 끝마치게 됩니다.


그래서 2학기 성적은 취업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이후 대학원 생각이 없는 친구들은 대충 보기도 하지요.


졸업도 하기 전에 취직결정이 나니, 각 기숙사에서는 합격자 발표에 따라 환호성과 비탄이 오가곤 합니다. 그래도 대부분 취업은 됩니다. 마음에 안 들 뿐이지요.



마지막 졸업식에는 정모를 하늘 높이 던지는 퍼레이드를 합니다. 학교 다니는 동안 정모는 매우 깨끗하게 관리되고 소중하게 다루는 물건 취급 되는데, 이를 던짐으로써 학생신분이 끝남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이렇게 취직도 끝났고 졸업도 했습니다.


네, 이제 4년간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승선할 시간입니다.


드디어 돈 벌러 갈 시간입니다.


[27살 자산 -2360-400 = -2760만 원]


27살의 저는 마이너스 3천으로, 10억 목표를 향해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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