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으로 살기엔 당신이란 작품이 아깝습니다. 『린치핀』

세스 고딘 『린치핀』

by 사은

독자 선생님들은 지금 하시는 일이 어떠십니까? 톱니바퀴처럼 매일 주어지는 일만 하고 있나요, 아님 빵빵하게 부푼 기대로 하루를 채우고 있나요?


저는 요즘 그냥 부품처럼 일하고 싶은 ‘다 귀찮아’ 모드와 모든 것에 의미 부여하고 싶은 ‘날아올라’ 모드를 하루에 몇 번씩 왔다 갔다 합니다.


세스 고딘은 ‘마케팅 구루’라고 불릴 정도로 현대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베스트셀러 『보랏빛 소가 온다』를 통해 차별화의 중요성을 설파했습니다.


그의 이전 작업들이 어떻게 눈에 띌 것인가(외적 전략)에 집중했다면,


이 책 『린치핀』은 어떻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것인가(내적 전략)라는 고민에 대한 답을 하며


그의 철학을 다듬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린치핀(Linchpin)은 바퀴가 빠지지 않게 잡아주는 작은 핀이에요.


조직 관점에서 해석하면 없어선 안 될 사람입니다.


이와 대조되는 개념이 이 책에서는 톱니바퀴입니다.


저자는 시키는 일만 하는 공장형 인간과


그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공장형 기업들을 톱니바퀴에 비유하며 이들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린치핀 같은 사람의 조건으로


예술을 하기, 저항을 극복하기, 선물을 주기, 감정노동을 하기와 같이


저자만의 표현으로 몇가지 태도를 서술합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창의성을 막는 내면의 목소리인 ‘저항‘을 극복하라는 챕터가 가장 인상적인데요,


‘나는 원래 그래’, ‘성격이 이래’하고 넘겼던 행동이


사실은 학습된 저항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고민을 하게 만들어서 그렇습니다.


굉장히 반복적으로 강조해 주시는 덕에 저의 ‘다 귀찮아’ 모드를 켜고 싶은 순간마다


그의 문장이 눈앞을 지나갑니다.












이득을 따지지 않고 기꺼이 주는 마음으로 일과 사람을 대하는 것을 ‘예술’과 ‘선물’에 비유한 챕터도 기억에 남아요.


왜냐하면 린치핀 읽고 나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를 우연히 만나 잠깐 훑었는데,


이 책에서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사고 싶으면 그 사람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가져라’고 말하더군요.


보상을 바라지 않고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최고 수준의 감정적 기부라는 진리를


두 책에서 각자만의 언어로 말하고 있어요.










솔직히 다 읽고 나면 린치핀이 되라는 메시지는 강렬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다소 모호하다는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


같은 주장을 너무 많이 반복하다 보니까 뒤로 갈수록 지루해지는 감도 있어요.


그럼에도 그만큼 '린치핀'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집요한 자기 암시가 필요한 일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번아웃이 오거나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시점이라면,


저자의 강력한 문체와 명료한 메시지가 분명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저는 오늘도 어김없이 '다 귀찮아' 모드와 '날아올라' 모드 사이를 오가겠지만,


조금 더 오래 날아오르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