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_『급류』
환승연애 4에서 지현씨가 언급한 구절인데요.
‘빠지다’의 뉘앙스가 긍정보단 부정 쪽인 것 같은데,
왜 사랑에 쓰는지 저도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이 소설은 '사건'과 '죄책감' 그리고 '시간'을 다뤄요.
물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사랑도 함께.
읽기 전에 알아야할 것이 두가지 있어요.
첫번째는 읽을 때 감정적인 소모가 크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스토리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점이에요.
먼저, 『급류』를 읽을 때의 감정적인 소모라함은
뜨거운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기보다
차가운 강물 속에 잠긴 듯 숨이 턱 막히는 슬픔이에요.
이 소설은 달콤한 로맨스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비극 이후의 죄책감을 견뎌내는
고통스러운 이야기에 가까워요.
만약 지금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밝은 이야기를 원한다면 이 책은 적절하지 않아요.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가 강물에 떠내려온 나체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이 사건 뒤에 남겨진 해솔과 도담의 멈춰버린 삶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저는 한 구절에 꽂혀가지고 읽긴 했습니다만,
사랑에 빠지다라고 표현하는 이유보다는
해솔과 도담이 서로를, 그리고 자신을 파괴했던 과거를 어떻게 용서하는지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정대건 작가는 자극적인 묘사 없이도
상황을 선명하게 그려내어
사건에 비해 서정적인 분위기가 지속돼요.
다음으로, 호불호가 왜 많이 갈리냐면요.
소설 속 인물들의 선택에 대해 독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치열해요.
특히 불륜 미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은 것 같아요.
도덕적 잣대로만 본다면 이해하기 힘든 지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를,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용서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요.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가 불륜이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게 다가오진 않았어요. 그 사건의 진실이야 어떻든간에 해솔과 도담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아파하고, 죄책감을 잊어내고, 다시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마음을 헤아리는게 더 의미있었어요.
저만의 재미 포인트도 있었어요.
인물이 느끼는 주요한 감정을
대부분 물을 통해 표현했더라구요.
무경에 대한 마음과 해솔에 대한 마음은 시냇물과 바다만큼 너무 명백하게 차이가 나서 비교할 필요조차 없었다.
지난 몇 년간 해솔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계속 떠내려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이걸 캐치한 후부터는 물로 표현된 지점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속도감 있는 장르물은 아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밀려오는 여운이 꽤 있어요.
도담과 해솔에 비할 수는 없지만,,
외로움과 상실감, 결핍을 느꼈던 순간들을 투영하면서 해본 적도 없는 경험들에 공감하고 동요했네요.
사랑을 '빠진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거대한 물살에 휩쓸리는 불가항력 때문일까요,
아니면 소용돌이 속에서 사랑하기로 한 집요함 때문일까요.
“사랑에 빠진거야?”
“난 빠진게 아니야. 사랑하기로 내가 선택한거야”
_『급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