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던 아이의 신발끈이 풀렸다.
걸음을 멈추고 엉거주춤 쪼그려 앉아
아이가 내민 신발의 끈을 묶는다.
신발끈의 양끝을 쥐고 보니
아래쪽과 위쪽이, 왼쪽과 오른쪽이
뒤죽박죽 헷갈려서 난감하다.
수십 년을 묶어 온 매듭인데
나 아닌 사람 것은 처음이라
묶고 풀기를 부끄럽게 반복한다.
결국엔 아이 등 뒤에 붙어 앉아
내 신발 보듯이 자리 잡고 나서야
볼품없는 매듭 하나를 겨우 지었다.
내 신발 멋 부리기 위해서는
갖가지 방법으로 매듭을 묶으면서
남 신발 풀린 끈을 묶는 일은
제대로 시도조차 못 하고 살았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풀어지는 매듭을
이제껏 나를 위해서만 매어 왔다.
반쪽짜리 인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