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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Oct 10. 2015

매듭 묶기

함께 걷던 아이의 신발끈이 풀렸다.

걸음을 멈추고 엉거주춤 쪼그려 앉아
아이가 내민 신발의 끈을 묶는다.


신발끈의 양끝을 쥐고 보니
아래쪽과 위쪽이, 왼쪽과 오른쪽이

뒤죽박죽 헷갈려서 난감하다.


수십 년을 묶어 온 매듭인데

나 아닌 사람 것은 처음이라

묶고 풀기를 부끄럽게 반복한다.


결국엔 아이 등 뒤에 붙어 앉아
내 신발 보듯이 자리 잡고 나서야

볼품없는 매듭 하나를 겨우 지었다.


내 신발 멋 부리기 위해서는

갖가지 방법으로 매듭을 묶으면서

남 신발 풀린 끈을 묶는 일은

제대로 시도조차 못 하고 살았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풀어지는 매듭을
이제껏 나를 위해서만 매어 왔다.

반쪽짜리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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