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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Oct 13. 2015

올바른 교과서

철수와 영희가 싸움을 하면

심판을 보는 것은 교과서였다.


교과서에 적혀 있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교과서에 없는 내용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었다.


세상은 모든 것을

교과서로 채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교과서의 내용을 따랐다.


그래서 몇 페이지에

어떤 사진이 있는지까지

교과서 내용이라면

모조리 외우는 것이

공부의 왕도일 때가 있었다.


그렇게 자란 철수와 영희는

실제 인생에서 부딪히는 문제에는

답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학교 밖의 세상은

교과서에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올바른 교과서로

규범에 벗어남이 없도록

올바르게 되는 방법을 배워 왔기에

자신의 입장에서 기준을 세우고

옳은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법을 몰랐다.


후회하는 철수와 영희에게

그들은 말했다.

자식들을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남게 하려면

'창의융합인재'로 키워야 한다고.


그 말이 그럴 듯해

'창의융합'이란 게 뭔지 몰라도

학원까지 보내며 아이들을

무언가로 열심히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다시 그들이

‘올바른 교과서’를 내밀었다.


철수와 영희는 그때서야  눈치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스스로 ‘옳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의 기준에 맞게 길러져

‘올바른’ 우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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