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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Oct 25. 2015

비염

용수철처럼 재채기가 튀어나간다.

코에는 10마력짜리 펌프가 팽팽 돌아간다.

비염이 심한 나는 요란하게 아침을 시작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지나 진드기나 개털 따위에

코의 점막은 과민하게 반응한다.


한번 스위치가 켜지면

좀처럼 진정 되지 않는다.

온몸이 체면을 차리지 않고

소음과 짜증을 뱉어 낸다.


남들보다 성능 좋은

코를 가진 대가다.

작은 것에도 반응하는

깨어 있는 감각이다.


하필 그런 감각이

왜 코에만 몰려 있는지,

궁금하고 민망한 일이다.


양심의 점막이

그토록 예민했다면

부당한 현실과

부도덕한 욕망과

사사로운 쾌락에

정의로운 소리를 낼 수 있었을 텐데...


오로지 코만 민감한 나는

재채기와 콧물을 쏟아 내며

속을 비운 채로 한없이

가볍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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