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 이맘 때쯤이면
하루가 다르게 무거워지는 몸의 소리를 듣는다.
하고 싶은 마음을 참지 않고 먹고 마신 결과를
해야 할 것 꾸준히 하지 않고 게으름 핀 결과를
몸은 빨간색 숫자들의 근엄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제서야 몸의 얘기를 좀 심각하게 듣고서는
즐겨 먹던 음식들을 대상으로 살생부를 작성하고
병원에 가서 평생 먹어야 할 약들의 처방을 받으며
운동을 하기 위해 운동복과 운동화를 사들인다.
이 대대적이고 총체적인 생활의 변화는
직장에서의 몇 번의 스트레스와 몇 번의 회식 뒤면
잠정적으로 중단될 예정이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려고 이 고생을 하나."
라는 엄살한 신세 한탄에
"이 험한 세상 속에서 마음이라도 편하게 살자."
라는 다짐이 더해지는 순간,
변화는 중단될 것이다.
아마도 다음 번 건강검진 때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