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월
오락실에서 어려운 고비를 넘지 못하고
피 같은 동전을 쏟아붓기 시작할 무렵,
"그거 아닌데... 내가 깨줄까?"
한 마디에 잠깐 내어 준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르고 그 형은
실컷 내 게임을 즐겼다.
기껏 내 돈 들여
남이 왕을 깨는 걸 지켜봐야 했다.
인생이란 게임에서는 어떨까?
20대 때는 이래야 돼,
30대까지는 준비해 둬야지,
40대가 그러면 추하지 않아?
온갖 훈수와 남의 욕망에 주눅이 들어
나는 또 내 자리에서 슬며시 밀려난 것은 아닐지.
세상이 지어 놓은 욕망의 껍질에 갇혀
그 속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현실에 헐떡이고 스스로를 슬퍼하는 나.
가진 돈을 다 쓰든, 손가락이 부르트든
내 게임은 끝까지 내가 즐기는 것이
기쁘고 옳은 일이 아닐까?
내 인생은 매순간이
나에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시절이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