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
일 년 전 오늘,
나는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처음으로 죽음의 전 과정을 목도(目睹)하면서
나는 멈춰 버렸다.
밖으로 향한 모든 것을.
안으로, 안으로만 생각이 흘렀다.
살아 있는 것이 허무하고 슬펐다.
심장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움직일수록 통증은 더 심해졌다.
그래서 지난 4월은 실로 나에게
'잔인한 달'이었다.
그 잔인한 계절에서 나를 구해 준 것은
사람들이었다.
평소엔 그저 편안하기만 했던 사람들.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선 내 주위로
그들은 채송화처럼 피었다.
-4월이 되자 일시에 폭발하여
견고한 겨울을 무너뜨린 봄꽃들처럼-
그들은 4월의 템포로 수다를 떨었다.
경쾌한 울림이
생(生)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깨진 하늘이 아물고 가슴에 뼈가 서고 나니
4월의 생명력이 새삼스럽다.
이번 4월에는,
하늘 아래 모든 것을 제대로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