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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물병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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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Jan 12. 2017

브레이크 밟기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드디어. 지금도 사실 잘 믿기질 않아요. 교육받을 때 브레이크 때문에 몹시 애를 먹었거든요.


조수석에 타고 다닐 때 보면, 브레이크를 수시로 밟는 앞차가 그렇게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래서였을까요? 도로 주행을 하면서 브레이크를 밟는 게 참 신경이 쓰였습니다. ‘내가 너무 자주 브레이크를 밟는구나. 뒤차가 짜증 나겠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지면서 속도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강사님이 드디어 한 마디 하시네요. “브레이크, 브레이크!” 그리고 짜증을 내십니다. 브레이크를 그렇게 천천히 밟으면 앞차에 부딪칠 수 있다, 커브 돌 때 브레이크로 감속을 안 하면 위험하다, 그간 참았던 말씀들을 한꺼번에 쏟아냈습니다.


거기에 저는 딱 한 마디 대꾸했습니다. “브레이크를 자주 밟아서 뒤차에 민폐 끼치는 거 같아서요.” 강사님이 한숨을 쉬며 답합니다. “교육생님은 지금 뒤차 신경 쓸 처지가 아니에요. 뒤차까지 배려할 실력이 없잖아요. 뒤에서 보고 답답하면 앞서 가거나 할 테니 뒤차 신경 쓰지 말고 주행에만 집중하세요.”


듣고 보니 낯이 뜨거워집니다. 이제 처음 운전대를 잡은 제가 다른 차들을 챙기다니요. 오지랖이 참 넓기도 합니다.


운전에도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가 봅니다. 제가 인생길을 그렇게 달려왔거든요. 주변 시선에 신경 쓰느라 쭉 달리는 일에만 매달려 왔습니다. 속도를 줄여야 할 때, 멈춰야 할 때 브레이크를 밟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제 인생길에서 저는 그걸 잘 못해 왔습니다. 속도를 줄이면 뒤에 있는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고, 멈춰 서면 다시 출발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죠.


차라리 속도를 좀 줄이면 좀 더 안전하게 갈 수 있고, 적당히 멈출 줄 알면 충격을 받는 일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나서도 브레이크 밟는 일은 쉽지 않더라고요. 덜컥 거리지 않게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잘 안 됩니다. 3, 2, 1 단계를 나누어 차츰차츰 브레이크를 밟으라는 강사님의 말씀이 좀처럼 제 발바닥에서는 실행이 안 됩니다. 머리로는 여러 단계를 세고 있는데 차가 서는 것은 일 단계입니다. 고개가 앞뒤로 움직입니다. 아무래도 주변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다 급한 성격까지 더해진 탓인 듯합니다.


세련되게 멈추기.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기. 인생살이에서도 부족한 능력이었습니다. 가 보는 데까지 가다가 어찌할 수 없을 때 스스로를 급하게 세운 일이 더 많았습니다. 미리 준비해서 조그만 충격도 없이 멈춰 서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브레이크 때문에 몹시 애를 먹은 일이 너무 당연하게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면허도 땄으니 인생길을 주행하는 방법도 좀 고쳐봐야겠습니다. 성격이 좀 고쳐지면 제 운전 능력도 향상되지 않을까요? 아직은 동네 마트 다니는 일도 버겁습니다만 계속 노력해 보겠습니다. 운전도 인생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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