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엄마에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엄마 얼굴

작별인사 

엄마,

누가 나한테 그러더라, 사람이 천국에 가면 얼굴이 하얗게 빛나고, 고통 속에 죽으면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고 말이야. 나는 그 말이 뭔지 몰랐어. 아니 상상만 했지. 그래 상상이었지. 


하지만 엄마, 나는 엄마가 천국에 간 것을 진심으로 믿는다. 왠 줄 알아요? 

엄마의 얼굴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거든. 그게 내가 본 엄마의 마지막 얼굴이었어요. 


요양병원에서 엄마가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아빠랑 서둘러서 나왔는데..

5분만 더 기다려주지, 아빠랑 나는 병원에서 딱 5분 거리에 떨어져 있었는데,

내가 받은 전화 너머로 들리던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아. 


"방금 심정지를 확인했습니다." 


병실에 들어섰을 때, 아직 채 빼지도 못한 링거를 정리하며 엄마의 팔에서 주사를 빼던 간호사 옆에서 엄마는 너무 평온하게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같은 날 오후에 요양병원에서 봤던 엄마의 얼굴은 숨 가쁨에 괴로웠던 모습이었고, 피부색은 참 많이 안 좋았었는데, 그 밤에 본 엄마의 모습은 뽀송뽀송한 아기 피부처럼 하얀 얼굴에 천사처럼 평온하게 누워있었지.


엄마는 여전히 따뜻했고, 보드라웠어요. 힘든 모습이 아닌 평온한 엄마의 모습에 나는 울면서도 감사할 수밖에 없었어요. 힘들게 숨 쉬고 있던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게 더 많이 힘들었으니까 


엄마가 나에게 천국에 갔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 그래서 너무 좋다고..

내가 본 엄마의 마지막 얼굴, 하얗게 빛나던 모습, 감사해요. 엄마의 환한 얼굴로 기억하게 해 줘서~


근데 엄마가 내 옆에 더 이상 없다는 게 아직은 많이 슬프네요.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