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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떼기 훈련

일주일만 고생합시다.

아이의 발달 과정 중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일 년과 점점 사람다운 생활을 하기까지 적응해가는 그다음 일 년은 아이에게나 엄마에게나 가장 힘든 시간이며 과도기적인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 아이를 낳은 엄마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거 같다.

정말 "으악~~"인 육아인 것이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모든 것이 책과 같지 않은 하루하루.

아이를 알아가는 그 모든 순간이 첫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에게는 모험이며 배움이다.


먹고 자고 싸는 게 전부이던 아이가 만들어내는 첫 도전!

뒤집기~

바둥바둥거리던 아이가 만들어내는 배밀기~

엉덩이를 들썩 거리며 다리에 힘을 주더니 해내는

기어 다니기~

섰다 주저앉기를 반복하며 이루어낸 첫걸음~


이 모든 과정이 모든 아이들에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저 과정 중 하나를 건너뛰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는 저마다 다 다른 발달 과정을 보여준다.


그 모든 아이들이 피해 갈 수 없는 과정이 있으니 바로 기저귀 떼기이다. 천 기저귀든, 일반 기저귀든, 아기라면 꼭 찰 수밖에 없고 떼어가는 과정이 필요한 기저귀 떼기!


아이 인생에서 스스로 조절해야만 하는 것을 배우는 가장 큰 인생 변화 중 하나인 기저귀 떼기는 아이뿐만이 아니라 엄마에게도 인고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네 명을 키우면서 찾아낸 기저귀 떼기 프로젝트! 나의 작은 경험이 누군가에게 좋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기저귀를 떼는 시기는 적어도 2살이 지나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은 26개월이 지나서 훈련을 시작했다.(애매한 말이지만 너무 빠른 것-24개월 전, 너무 느린 것-36개월 이후로 기준을 정해서 약 26개월 정도의 선을 적정하다고 나는 판단했다. 아이가 대화 소통이 어느 정도 되는 선이 제일 좋은 듯하다.)


첫 아이가 만 18개월이 되었을 때, 신랑이랑 함께 일하시던 한국인 아주머니가 만 18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했다며 나를 타박한 적이 있었다.


엄마가 처음인 나로서는 우리 애가 엄청 느리다는 듯한 타박에 그때부터 기저귀를 떼기 위해 시도를 했는데 정말 어리석었던 나의 모습에 아직도 후회가 된다.


남의 말, 그게 뭐라고 내 딸을 그렇게 혼냈는지...

나중에는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가 내가 보는 앞에서 그냥 소변을 마루에다가 봐 버리는 행동까지 했었다.


결국 아이에게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는 내 모습이 싫어져서 중도에 포기를 했다.

첫 아이가 23개월 때 둘째가 태어나서 몇 달 동안 아이 둘의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생활을 하느라 몸은 힘들었지만 약 26개월이 지나고 시작한 배변 훈련은 딱 2번의 실수(침대에서 자다가 오줌 싸기)를 끝으로 저녁 배변 훈련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첫 아이를 훈련시키며 느꼈던 의문 몇 가지를 적어 보고자 한다.


1. 왜 배변 훈련 시, 아이 밑에 옷을 다 벗겨 놓고 훈련을 시켜야 하는가? 이런 이유로 배변 훈련은 겨울보다 여름이 좋다는 말도 있다.


첫 아이 때, 기저귀를 채우지 않은 우리 아이는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참 잘 봤다. 근데 팬티만 입혀 놓으면 소변을 그냥 팬티에 싸 버리곤 했다. 아이는 팬티와 기저귀의 구분이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2. 왜 배변 훈련 시, 밤에는 다시 기저귀를 채우는 걸까?

집마다 다르겠지만 이불이 젖는 것이 싫어서 밤에 다시 기저귀를 채워 재우는 집도 많이 봤다. 그럼 아이는 저녁에 마음 편히 자다가 소변을 보는 거에 점점 익숙해져 가지 않을까? 낮에는 신경을 쓰다가 밤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마음을 놓아버리는 건 아닐까?


3. 배변 훈련 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시켜야 하는 걸까?

벗겨 놓아야 하는 배변 훈련으로 인해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 난다. 벗겨 놓아야 스스로 화장실을 가는데 밖에 나가면 그게 안 될 테니까~~


나는 이런 의문을 떠 안은채 첫 아이의 배변 훈련을 남들의 방식을 따라 하며 성공으로 이끌었다. 단 큰 아이 때도 잘 때 기저귀는 채우지 않았고, 덕분에 이불 빨래를 두 번 해야만 했다.


나만의 기저귀 떼기 방식은 둘째 때 제대로 해 볼 수 있었다. 이 방법을 시작하며 나는 나의 인내심의 끝이 어디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냥 몸이 엄청 고생을 했지만, 이 방법을 딱 일주일 시행하고 나서 우리 둘째는 낮과 밤뿐만 아니라 밖에 나가서도 실수 없이 화장실을 쓰는 아이가 되었다.


1. 집에서 훈련을 시작할 때, 기저귀를 벗기고 팬티와 바지를 입힌다. 아이는 입고 있는 팬티와 바지를 기저귀와 동일하게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냥 똑같이 소변과 대변을 볼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처음으로 기저귀를 벗기고 팬티와 바지를 입혀주며 설명해 주었다.

"이건 기저귀가 아니라서 여기다 오줌을 싸고 똥을 싸면 축축해질 거야. 그래서 여기다 싸는 게 아니라 저기 변기에 앉아서 쉬~ 하고 응아~ 하는 거야"


처음으로 듣는 설명 알아들을 거라 기대하면 절대 안 된다.

그냥 옷을 적실 마음으로 입히는 것이다.

하루에 팬티와 바지가 10개 이상 나올걸 예상하며 준비하면 더 좋을 듯싶다. 내복 바지가 10개가 없으면 일반 천 바지라도 입혀야 한다.


아이가 팬티와 바지가 실례를 하면 혼내지 말고~

"아이고, 바지랑 팬티가 다 젖었네. 축축하지? 불편하지? 거봐 엄마가 그랬잖아. 이건 기저귀가 아니라서 소변을 여기다 보면 옷이 다 젖어"라고 설명을 해준다.


이 설명을 첫날 10번을 반복한다고 예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절대 혼내면 안 되고 친절하게 이해하듯이 이렇게 설명을 꼭 해줘야 한다.


그리고 바지에 실례를 하면 냄새가 나기 때문에 씻어야 한다 하면서 밑 물을 계속해줘야지 몸에 냄새가 베이지 않는다.


이 훈련을 시작할 때, 엄마는 이 과정을 집에서 일주일 동안 반복한다고 생각을 하면 된다.

신기하게 2~3일이 지나면 바지에 실례를 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스스로 변기를 찾게 되는 아이를 만나게 될 것이다.


2. 집에서 훈련을 시작하고 2일부터는 외출을 시도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때, 엄마는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나가야 한다. 밖에 나가 있는 시간을 계산해서 여분의 옷을 적게는 3벌에서 많게는 5벌을 준비한다.(팬티와 바지 혹시 모르니 티도 2개 정도)

만약에 차를 이용한다면, 카시트 위에 비닐봉지를 깔고 아이를 앉히면 카시트에 실례를 할 수 있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유모차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유모자 의자에 크기에 맞는 비닐을 깔고 아이를 앉히면 유모차에 실례를 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밖에 나간 경우 사고를 대비해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간격으로 아이가 화장실을 쓰고 싶은지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혹여나 실수를 하더라도 혼내지 말고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히고 설명을 해 주면 된다.


3. 밤 수면 중 배변 훈련도 첫날부터 시작한다. 한번 벗긴 기저귀는 다시는 입히질 않을 생각으로 하면 아이는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이불이 젖는 것이 걱정이면 방수요를 몇 개 구매해서 준비할 것을 권하고 싶다. 아이가 움직이는 것을 대비해서 방수요를 넓게 침대에 깔고 그 위에 얇은 천을 깔아 최소한의 빨랫감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편하다.


자러 가기 전에 화장실을 쓰도록 권유하고, 낮과 같이 옷이 젖을 수 있음을 설명해 주고 재우면 된다. 자다가 실례를 하더라도 절대 혼내지 말자.


나는 둘째부터 이 방법으로 배변 훈련을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빨래의 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았지만, 2~3일째부터는 아이의 실수가 적어지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2~3번의 밤중 실수를 끝으로 대부분 밤 중 훈련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셋째와 넷째도 같은 방법으로 훈련을 했고, 정말 신기하게도 일주일 정도의 고생 후에는 더 이상 배변 훈련으로 아이들도 나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았다.


혹시 몰라서 밤에 아이들 침대에 방수요를 몇 주 더 깔아주었는데, 그 훈련 이후로 지금껏 실수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화내는 일 없이 차분한 설명과 이해 그리고 성공했을 때, 한없이 보내준 칭찬을 통한 훈련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심하게 주지 않은 아주 좋은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조절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 과정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였을지 엄마로서 더 이해하는 것이 내 아이들과 나를 위한 현명한 일이었음을 지금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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