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라도 배설하지 않으면 심장이 너무 빨리 뛰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셋째 넷째를 재우고 노트북을 켰다. 힘든거라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고 자신했던 내가, 저번주는 호르몬의 영향이라며 쓰러지고, 지금은 생리 3일째인데도 여전히 가슴이 답답하다. 이 고통의 8할은 남편인데 오늘 셋째가 세브란스병원에 안과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병원은 남편이 셋째만 데리고 다녀오는데, 그곳에서 산동제를 다 넣어놓고는 안저검사를 못하겠다고 다음에 날짜를 잡아 전신마취 후 수술실에서 한다고 했다. 이해가 가지 않아 왜 그래야하냐 물었고 자신이 병원왔을 때 마다 나의 이런 물음이 굉장히 힘들다고 짜증내며 다음엔 네가 병원에 가라고 했다. 나도 첫째둘째 준비해서 스케이트차량 태워보내고 넷째 재우고나서 집안일하느라 허리가 부숴질것 같고 힘이 드는데 저런 소리를 들으니 정이 뚝 떨어진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을 왜 안하냐고 그 말을 못하냐고 한다. 늘 나오는 말. '힘들었겠다, 고생했다, 고맙다, 미안하다' 이야기를 왜 안하냐는 것.
나는 나대로 힘들어서 솔직히 말해서 남 신경쓸 여력따위는 없다. 나도 하루하루를 정말 뼈를 갈아가며 살아가고 있는데 나 스스로도 나한테 그런 소리를 못 해주고 있어 우울감에 잠식당하기 직전인데, 그런 말을 해달라고? 나는 하루종일 밥도 못 먹고 아이 넷을 돌보는 것도 너무 힘이 드는데 자신까지 돌봐달라고 하는 남의 아들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자해 하고 싶어진다.
조금이라도 트집잡지 않으려고 '제발 날 차라리 죽여달라' 말하며 집안일을 했다. 왜 이러고 살아야 할까. 왜 나는 자식을 넷이나 낳아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그 중에 하나는 희귀난치질환으로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니. 정말 분수에도 안 맞게 욕심 부려서 그런 걸까.
열심히 살려고 했던 나의 노력은 하찮게 느껴진다. 열심히 아끼고, 블로그를 하고, 카카오채널을 만들고, 편입을 해서 공부를 하고, 나를 위해 책을 읽고,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일까?
같이 사는 사람 태도 하나에 이렇게 무너지는데. 네 아이 연달아 임신 출산 수유로 인해 술을 입에 못 댄지가 9년째다. 그냥 소주 한 병을 나발을 불고 커터칼로 내 손목을 찌르고 싶었다. 그와중에 우리 막내가 막내라 단유하면 더이상 수유는 못하는데... 라는 생각에 꾹 참으면서도 터질 것 같은 심장과 머리를 어떻게 해야좋을지 모르겠어서 약을 다 털어넣을까 고민했다. 이러한 공격성 아래에는 내가 나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외롭고 괴롭고 이런 지긋지긋함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내가 스스로 끊어주고 싶다. 이런 이야기 해봤자 자기도 힘들다고 말하는 남의 편, 남의 아들을 매일 봐야한다는 사실이 나를 죽고싶게 만든다. 왜 애를 넷이나 낳아서 내 발목을..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