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남매사랑해 Apr 10. 2022

잔인한 날씨

그가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싸서 도망치듯 집에서 나왔다. 처음 밖으로 나왔을 때 햇볕이 환해서 눈이 부셨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부모들은 뒤에서 따라 걷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왜 부모를 잘못만나서 이 날 좋은 날에 집에 처박혀 있어야 할까. 우리 가정에서 뭐가 문제인 것일까. 넘쳐나지 않는 재산? 내 집이 없는 거? 아이가 아픈거? 아이가 발달장애인거? 무엇이 문제일까? 그냥 우리가 만나 가정을 이룬 것이 문제일까? 아니면 애를 많이 낳은 것이 문제일까? 남들처럼 애를 하나 둘만 낳았으면 아픈 애를 키울 일도 없었을 거고 우리는 여유가 있었을 거고 그렇다면 싸울 일도 없었을까? 그와의 갈등은 좁혀지지 않는다. 그가 집에 들어온 순간 , 현관문의 소리가 들리는 순간 가슴이 가빠왔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 느껴졌다. 그의 얼굴을 못 쳐다보겠다. 그가 한 말이 이기적으로 뱉어낸 말이 내 가슴 속에 그를 원망하는 검은 마음으로 자라나서 그와이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하게 느껴지고, 내가 살려면 여기서 그만두어야 하는 생각까지 든다. 집에서 도망쳐나와 카페에 앉아 타자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 옆에서 단란한 가정이 아이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논하고 있다. 이렇게 병든 엄마아빠 아래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 역시 부모자격은 일반 가정 비장애 아이 집 한채 중형차 하나 세상이 만들어놓은 표준에 맞춘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평범한 꿈을 꾸는 것이 허락되니까. 그래서, 어떻게 죽으면 좋을까. 내 삶이 너무 불쌍하고 기고하다. 나는 이렇게 평생 뒤치닥거리만 하다가 나중에 쩍쩍갈라지는 껍질만 남은채로 죽음을 맞이해야하는 걸까. 그만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파괴하고 싶은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