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원인?
우리는 왜 음식을 먹을까?
우리가 살이 찌는 이유는 많이 먹고 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왜 먹는 걸까? 맛있어서 먹는 것이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모두 먹어야 살 수 있는 존재이다. 식욕이 없다면 죽는다. 식욕은 곧 기분 좋은 자극, 맛있는 음식을 통해 일어난다. 배가 고플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음식을 생각해보자. 맛이 없는 음식을 먹고 싶어한 경험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맛’의 정체를 탐구하는 것은 비만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가 된다. 또한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여러분들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우리는 몇 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굉장히 대중적인 한약재인 오미자(五味子)는 다섯 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오미자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바로 신맛, 쓴맛, 단맛, 짠맛, 매운맛의 다섯 가지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맛의 종류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중에서 매운 맛은 미각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는 통각에 속한다.
우리가 ‘맛’이라고 부르는 것은 혀의 미뢰(taste bud)라는 돌기에서 미각수용체를 통해 뇌로 전달되는 감각이다. 신맛과 짠맛은 이온채널을 통해 수소이온(H+)과 소듐이온(Na+)이 이동하면서 느끼는 맛이며, 단맛과 쓴맛은 g단백결합수용체를 통해 느끼는 맛이다. 매운 맛이 빠지고, 정식으로 인정받는 맛은 ‘감칠맛(umami)’이다. 감칠맛은 단맛, 쓴맛과 더불어 g단백수용체를 통해 감지된다. 또한 우리가 흔히 ‘느끼하다’고 느끼는 지방 맛(oleogustus) 또한 미각 수용체가 발견돼 미각으로 인정받고 있다.
신맛은 수소이온(H+)이, 짠맛은 소듐이온(Na+)이 이온채널을 통과하면서 느끼게 되는 맛이다. 이 두 가지 이온은 ‘인체의 항상성’을 공부하면 굉장히 많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우선 수소이온은 산도를 조절하는 이온이다. 혈액의 pH는 7.4 정도로 약한 알칼리성으로 유지되며, 일정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면 전신적으로 심각한 세포 손상이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소듐이온,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독일식으로 나트륨이라고 부르는 Na이온은 ‘많이 먹으면 붓는다’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모든 세포에서 전해질 균형을 책임지는 굉장히 중요한 이온이다. 또한 신경계의 전달과정에서 분극, 탈분극, 재분극 상태를 나누는 Na-K 두 이온 중의 하나가 된다.
물론 이러한 항상성은 단순히 짠 것, 신 것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깨어질 정도로 허술하지 않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섭취를 하거나 지나치게 제한을 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당연하지만 소듐과 수소이온은 체내에서 새로이 생성되지는 않는다. 신맛과 짠맛이 음식, 요리에서 하는 역할은 ‘간을 맞추는 것’이다. 지나치게 짜거나, 싱거우면 요리의 풍미가 사라진다. 이는 맛을 통해 해당 이온 섭취를 조절하는 기본적인 장치가 아닐까 한다.
동물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운동능력을 키우거나, 날카로운 이빨을 발달시킨다. 물리적인 방어기전을 중심으로 진화해왔다. 식물은 자기를 방어할 수단이 많지 않다. 따라서 식물은 화학적인 방어기전을 발달시켰다. 우리가 느끼는 쓴 맛은 이 식물이 만들어내는 독성물질을 감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씁쓸하다”고 느끼는 맛은 대체로 식물 유래 물질이다. 커피, 자몽, 그리고 황련이나 오수유 등의 일부 한약재들이다. 이러한 물질들은 과도하게 섭취하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적당량을 전문가의 판단하에 복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약이 되기도 한다.
반면 단맛은 우리가 에너지로 사용하는 ‘당’이 가지는 맛이다. 설탕, 과당, 포도당 등 어떤 당류라도 우리는 달게 느낀다. 비록 현대는 에너지 과잉의 시대가 되었지만,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단 맛을 굉장히 기분좋은 자극으로 느끼게 돼있다. 심지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면 뇌에서는 ‘세로토닌’이라고 부르는 신경전달물질이 나온다. 혹자는 세로토닌을 ‘행복호르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로토닌이 분비된 상태에서 우리는 기분이 좋고, 세로토닌이 줄어들면 우울해진다. 이것이 SSRI라고 불리는 우울증 약의 기전이기도 하다. 이런 자극에 지나치게 노출이 된다면 탄수화물에 중독되기도 한다.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 몸의 기본 세팅은 ‘감탄고토’가 맞다. 그러나 음식의 발달이 인간의 진화속도에 비해 훨씬 급속도로 빠르게 이루어진 것 때문에 현대에서는 오히려 단맛의 과잉 섭취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비만, 당뇨 등이 그것이다. 반면 쓴맛을 내는 식물의 알칼로이드 물질의 유익한 효과가 속속 알려지고 있다. ‘고탄감토(苦呑甘吐)’까지는 아니더라도, 음식을 먹을 때 너무 본능적으로만 먹어서는 안될 것 같다.
단맛, 쓴맛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만 더 하도록 하겠다. 양치질을 하고 나서 귤이나 과일을 먹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존의 단 맛이 사라지고, 씁쓸하고 괴상망측한 맛이 나서 얼굴을 찌푸린 추억, 다들 갖고 있을 것이다. 왜 양치질을 하고 나서 과일을 먹으면 이상한 맛이 나는 것일까? 그 비밀은 치약에 있다. 치약에는 ‘계면활성제’가 들어있다. 계면활성제란, 기름과 물의 경계를 허물어, 기름때를 물로 헹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물질이다. 치약에는 SLS(Sodium Lauryl Sulphate)라는 계면활성제가 들어간다. 쓴 맛을 느끼는 미뢰(taste bud)는 평소에는 지방으로 막혀있다. 계면활성제는 쓴맛을 느끼는 미뢰의 입구를 막고 있는 지방을 제거한다. 또한 SLS 자체가 단 맛을 느끼는 수용체를 둔하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가 양치질을 하고 나서 귤을 먹으면 단맛은 둔해지고 쓴맛이 강하게 느껴지게 된다.
‘우마미’는 곧 일본어로 ‘맛있는 맛’이라는 뜻으로, 흔히 말하는 조미료, msg 맛이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국물 요리에 쓰는 각종 ‘다시’들을 떠올리면 된다. 일상적으로는 ‘깊은 맛이 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MSG는 사실 이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물질, 그 자체이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우리 몸을 망치는 물질은 아니다.
다시마, 멸치 등에 풍부한 글루탐산, 팽이버섯, 표고버섯에 풍부한 구아닐산, 멸치나 가쓰오부시에 풍부한 이노신산 등이 혀의 미각 수용체에 작용하여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 글루탐산과 구아닐산/이노신산의 수용체의 모양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멸치, 다시마 국물에 버섯류를 넣어서 끓이면 더욱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지방 맛은 호불호가 강한 맛이다. 우리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기름진 음식, 삼겹살이나 피자, 심지어는 치킨조차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며 기름진 맛에 굉장히 둔감한 사람도 있다. 그들은 참치 캔에 들어있는 기름을 들고 마시기도 하며, 참기름을 밥에 콸콸 부어 비벼먹기도 한다.
기름진 맛을 느끼는 기전은 복합적이다. CD36 리셉터, GPCRs, DRK 채널 등이 기름진 맛을 감지한다. 지난 해부터 ‘지방’이 지나친 오해를 받아왔다는 주장이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방’은 수십년간 과도한 오해를 받아왔다. 그러나 지방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다. 역시 체중 조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칼로리가 흡수되고 소모되는지이다. 지방은 3대 영양소 중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영양소이다. 지방에 대한 자극이 둔하다면 지방의 섭취가 늘어난다.
또한 지방은 ‘포만감의 감지’에 핵심 역할을 한다. 지방의 수용체는 입 뿐만 아니라 소장에도 있는데, 맹장과 결장의 연결부위에 존재하는 회맹판에서는 지방과 담즙을 감지하여 GLP-1, CCK 등의 포만감을 감지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감지와 분비를 담당하는 세포가 기저과립세포(Enteroendocrine cell)라고 하는 세포인데, 이 세포의 민감도는 곧 기름진 맛의 민감도와도 비례한다는 연구가 있다. 이것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기름진 맛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사람은 다이어트를 진행할 때 더욱 식생활에 유의해야 한다.
음식의 맛은 단순히 혀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요리는 오감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향(flavor)이다. 음식의 후각 자극은 아로마(Aroma)와 플레이버(Flavor)의 두 가지로 나뉜다. 음식을 먹기 전에 올라오는 냄새를 아로마(Aroma)라고 하며, 음식을 먹고 나서 느껴지는 후향, 풍미를 플레이버(Flavor)라고 한다. 이는 미각에 비해 느낄 수 있는 범주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와인이나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첫 향은 어떻고 후향은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기호식품을 즐기는 미식가들이 굉장히 시적으로 맛을 표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또한 촉감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똑같은 맛과 향을 지닌다고 해도 바삭한 식감, 사르르 녹는 식감, 부드러운 식감으로 먹을 때의 맛은 다른 맛이다. 촉감은 온도감각도 포함한다. 같은 음식을 차게 먹는 것과, 뜨겁게 먹는 것의 차이도 다르다. 특히 단맛은 차가운 온도에서는 덜 느껴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아이스크림이나 탄산음료 등은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설탕, 과당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뇌’이다. 우리는 음식의 맛을 ‘뇌’로 느낀다. 우리가 느끼는 맛은 각각의 감각 중추 뿐만 아니라, 변연계(limbic system)에도 전달이 된다. 변연계는 감정을 느끼는 곳으로, 음식을 먹는 자극은 당시의 감정과 결합돼 해마에 하나의 기억으로 저장된다. 특이한 식재료는 그 맛이 엄청나게 특이하지는 않다. ‘뇌’가 음식을 거부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애견인과 개고기 문제이다. 동물 우호가가 채식가가 되는 것도 비슷한 사례이다. 그 반대로는 ‘어머니의 손맛’, ‘고향의 음식 맛’이 있을 것이다. 이 거부반응이나 선호반응이 지나치게 되면, 폭식증이나 거식증 등의 신경정신과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