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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현 May 31. 2019

'살찌는 유전자'의 종류

사람마다 살 빼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살찌는 체질이란?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살찌는 체질'에 대해 먼저 정의를 해야겠다.


"살찌는 체질"은 사회적으로도 흔히 사용하는 용어이며, "살이 찐다"와 "체질"이라는 용어 자체는 비교적 뚜렷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찌는 체질"이라는 용어에 대해 거부감 없이, 그리고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기 쉽다.

사상체질의 체질과 살 찌는 체질을 연관짓자면 모든 비만인은 태음인(과체중) 아니면 소음인(마른 비만)인가? "살 찌는 체질"은 기존 한의학의 체질 이론과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내가 내리는 살이 찌는 체질에 대한 정의는 아래와 같다.


"살찌는 체질"
  환경적인 요인, 식사량과 활동량이 동일한데도 더 쉽게 살이 찌는 경향성


너무 당연한 정의를 내린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살찌는 체질"로 정의 내리는 많은 사람들이 환경적인 요인의 조절이 되지 않는 케이스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겠다. (물론 이것이 완벽한 정의는 아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살찌는 체질은 유전자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장내 미생물이나 소아비만의 경험, 혹은 반복적인 기아(굶는 다이어트) 등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운명론적인 접근은 지양해한다. 그러나 유전자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유전자는 어떻게 생명활동을 조절할까?


보다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유전자는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까?



유전자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크릭’은 유전자의 작동원리로써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라는 가설을 세웠다. DNA의 정보는 RNA를 거쳐 단백질로 전달되며 그 반대로는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래의 링크를 살펴보면 이해에 도움이 되겠다.


https://www.scienceall.com/분자생물학의-중심원리-센트럴-도그마/


"https://www.scienceall.com/분자생물학의-중심원리-센트럴-도그마" 기사 중 발췌.


학창 시절 생물 공부에 관심을 가져보신 분이라면 익숙할 테지만, 그렇지 않았던 사람은 헷갈릴 수 있다.

핵심만 끌어내서 살펴보자.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드는 일을 한다.

각각의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고유의 기능을 한다.


따라서 특정 표현형을 가진 유전자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화학적인 기전에 대해서 알아두면 좋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어디까지나 비전공자를 위한 것이므로 생화학적인 기전은 최소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정도로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인체는 매우 정교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인다. 유전자는 신경전달물질이나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와 연관된 단백질을 만들기 때문에, 특정 물질이 남아돌게 만들 수도 있고 모자라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유전자의 다양성은 ‘살이 잘 찌는 체질’로 표현되기도 하고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축복받은 체질’로 표현되기도 한다.





유전자가 살이 잘 찌도록 하는 방법은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살이 찌는 가장 큰 원인은 ‘많이 먹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과식과 폭식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식욕’이 없다면 자연법칙 속에서 생명유지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식욕은 살아남기 위한 기본적인 욕구였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식량이 모자란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식욕에 취약한 사람이 더욱 살이 찌기 쉽다.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신호가 과도하거나 배부름을 느끼는 신호를 느끼는 것이 둔해진다면 과식을 하기가 쉽다. 기름진 맛, 단 맛을 느끼는 미뢰의 개수나 민감도에 따라서도 음식의 선호도가 정해질 수도 있다. 우리가 '의지'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것들도 유전자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 예시

LEP. SIM1, MC3R, MC4R, AGRP, CART, CCK, CNTFR, DRD2, 5-HT receptor, Grhelin, NPY, PON, POMC 등


식욕에 대한 민감도가 비만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처음에 언급한 '살찌는 체질'의 정의가 흔들리게 된다. 얼마나 식사를 할 것인지가 순수하게 우리의 자유의지에 달려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욕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관련된 개별적 특성은 예외적으로 '살찌는 체질'에 속하는 것으로 정의해야 한다.





비만의 본질은 결국 더하기, 빼기이다.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먹고 쓰는지가 핵심이다. 섭취량이 더 많으면 살이 찔 테고 소비량이 더 많으면 살이 빠질 것이다. 이것이 체중변화의 기본 개념이다.


우리 몸의 에너지는 결국에는 열 에너지로 변한다. 생명체 안에서 엔트로피(무질서도)가 가장 높은 형태의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엔트로피’가 높은 방향으로 변하는데,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물을 위로 퍼올릴 수도 있겠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열을 내는 작용을 하는 유전자는 곧 에너지 사용량, 기초대사량과 연관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 ‘몸이 차다(寒)’, ‘몸이 뜨겁다(熱)’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다이어트에 적용하면 대사량과 관련된 이야기가 된다.


* 예시

LEP, LEPR, UCP1, 2, 3, PGC-1, Androgen receptor, Adrenergic Receptor 등




지방은 필수 영양소 중 가장 효율이 높은 영양소이다. 세포막에 쓰이기도 하고 각종 호르몬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은 에너지의 저장고인 지방세포에 저장된다. 저장된 지방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이 바로 비만이다.


왕년에는 나도 지방이 없었는데...!!


그래서 같은 체중을 유지하더라도 체지방률에 따라서 비만이 되기도 한다.


지방을 운반하는 단백질을 형성하는 유전자, 지방분해를 억제/촉진하는 유전자, 지방산의 결합과 활성화, 섭취에 관여하는 유전자 등이 지방을 저장하고 분해하는 정도에 영향을 준다.


* 예시

ADA, AGT, ACE, APM1, APO-L, PPAR, FABP, FOXC2 등





당(糖, sugar)은 인체에서 에너지의 원료이다. 당을 운반하고 저장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면 결국 에너지 대사의 문제인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슐린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혈당을 낮춰줄 수 있는 호르몬이다. 당뇨는 인슐린이 분비가 되지 않는 1형 당뇨와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인슐린에 반응을 잘 하지 않는 2형 당뇨로 나뉜다. 인슐린이 나와도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상태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비만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비만도가 높은 경우에는 당뇨로 진단되지 않더라도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상당히 중요한 개념인데, 조금 더 이해를 돕기 위해 누구나 알 법한 우화에 비유해보려고 한다. 양치기 소년은 양을 돌보던 중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반복한다. 한두 번 속아 넘어간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늑대가 나타났다는 말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양치기 소년'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이자의 랑게르한스 섬이 되겠고, 우리 몸의 세포들이 주민들이 되겠다. 인슐린 저항성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과 같이 급격한 당 부하가 지나치게 일어나서 생기는 현상만은 아니다. 보다 복합적인 대사적 기전이 작용한다. 그러나 '양치기 소년'의 외침에 '주민들'이 반응하지 않는 모습은 인슐린 저항성의 이미지를 잡기에는 충분할 듯하다.


* 예시

 ABCC8, PC1, PC2, CAPN10, CYP19, CYP7, ENPP1, IGF 등




마치며


체질에 대한 글을 쓰며 계속해서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살찌는 체질을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체질’이라는 이름으로 다루는 내용들은 모두 경향성에 가깝다.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다시 말해, 유전병을 포함한 질환으로 인한 비만은 체질로 다루지 않는다. '체질'로 분류하고 다루는 모든 경향성들은 노력의 방향을 잡기 위한 것이다. 열심히 다이어트를 했는데도 실패한다면, 체중관리를 할 맛이 나겠는가. 살찌는 체질에 대한 탐구가 “핑계”가 아니라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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