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30분 -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식후 30분
댕댕 종이 울리면
굽어 살피소서
오늘의 혈압은 정상인가요
제 피를 바치오니
오늘의 당수치는 정상일까요
기도하는 손 위로
하나 둘 늘어나는
모셔야 할 알약들
성수 한 모금과
내 몸을 먹어라
믿사오니
구하소서
믿사오니
살리소서
오늘도
식후 30분
댕댕 종이 울리면
시작되는 고해
펼쳐지는 은총
믿사오니
구하소서
믿사오니
살리소서
식후 30분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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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가 집에 다녀 가실 때마다 같이 들고 다니는 큼직한 가방이 있습니다.
전부 약 보따리입니다.
나이도 있으시고 노환도 있으시니 그렇게 한 주먹 약들이 하루견과처럼 주렁주렁합니다.
때론 식사 양보다 약이 더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 약과 함께 보내게 되나 봅니다
오늘은 나의 검진으로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정기적으로 다니는 검진이기에 크게 걱정 없이 갔다가 의사 선생님께 한 소리 들었습니다. 뭔가 수치가 올라갔다네요. 걱정 한 소리 듣고 약 하나 들고 돌아옵니다.
나도 이렇게 책상 위에 먹어야 할 약이 한 알씩 늘어나는 시기가 됩니다.
다 관리하자고 먹는 약이니 좋아지겠지라고 위안은 해도, 뭐가 안 좋다고 약 먹으라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해도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낮은 하늘만큼이나 꿀꿀한 마음의 오늘입니다.
뭐 아마도 당분간은 먹는 거도 신경 쓰고, 운동도 좀 더 부지런히 하자고 마음먹을 듯합니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사람 사는 모습이지만, 마음 복잡해지는 스산한 바람 부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건강하고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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