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반가운 장면을 보고는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어린 시절, '참 쉽죠'라는 말과 함께 정말 쉽게 그림을 그려내던 밥 어저씨로 불리던, 밥로스의 유화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주 쉬운 붓질로, 그저 움직이기만하고 살짝 두드리기만해도 그림이 완성되는 기적을 보여주곤 했죠. 그러면서 마지막엔 참 쉽죠 라는 말로 우리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올라갔던 자신감만큼이나 붓을 들고난 후의 자괴감이 더 커지고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색인지도 모르면서 독특한 이름이 맘에 들어 여태껏 기억에 남는 '반 다이크 브라운'이라는 물감 이름과 함께 밥 아저씨의 그림은 기억에 오래 남아있었죠.
세월이 흐르고, 그 프로그램을 우연히 다시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지내보니 누군가에겐 그리 쉬운 일도,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울것 같던 일도 어느 순간엔 '뭐 지내보니 별거 아니네'하는 시기가 오긴 하더라구요. 최근에 나훈아의 노래에서 들리던 '테스형, 사는게 왜 이래'하는 물음도 또 어느 날엔가는 '테스형, 사는게 뭐 별거 아니더만' 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인생은 그런가봅니다. 어떨 땐 참 쉽기도 하고, 어떨 땐 참 어렵기도 하고, 언제는 참으로 힘들기만하고 언제는 참으로 수월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오늘은 어떨까요. 밥 아저씨의 붓질처럼 참 쉬운, 흐뭇한 날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