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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Mar 26. 2024

샤브샤브, 스키야키, 그리고 돈까쓰

이 정도는 알고 일본 가기


우리도 즐겨먹는 샤부샤부와 돈카쓰, 그리고 스키야키의 어원을 살펴보겠습니다. 


간사이 지역 오사카는 ‘천하의 부엌天下の台所’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산해진미가 풍성한 곳입니다. 

각 수로와 육로에서 운반된 대량의 각종 식재료가 오사카로 모여 들었습니다. 이런 식재료들로 하늘 아래 가장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소비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먹고 마시는 것을 얼마나 즐겨했는지 오사카를 대상으로 ‘구이다오레食い倒れ, 노미다오레飮み倒れ (먹고 망하고, 마셔서 망한다)’라는 표현이 생겨났으며, ‘교토는 입어서 망하고 오사카는 먹어서 망한다京の着倒れ,大阪の食い倒’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교토는 그만큼 옷과 장신구 같이 겉으로 보이는 멋을 중시했고 오사카는 먹고 마시는 것을 중시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런 오사카에서 오늘날 우리가 즐겨먹는 ’샤부샤부‘의 기본 틀이 만들어지고 샤부샤부라는 이름까지 태어났습니다.


오사카에서 ‘스에히로’란 음식점을 운영하던 한 요리사가 있었습니다. 신 메뉴 개발에 몰두하다 오랜 연구와 시도 끝에 샤부샤부라는 맛있는 국물요리를 개발해냈습니다. 순수한 창작물이라기 보다는 그간 내려오던 뜨거운 물에 데쳐 먹는 요리법을 좀더 체계화하여 개발해 낸 것이었습니다. 우려낸 육수에 데치듯 익혀 먹는 재료가 다양해서 선택의 폭도 넓었습니다. 식탁에서 직접 데처 먹는 재미까지 선사했습니다. 


분명 인기가 있을거란 확신은 있었지만 정작 자신이 만든 신 메뉴의 이름을 쉽게 짓지 못했습니다. 

어느날 저녁 바람을 쐬러 마당으로 나갔는데 마침 아내가 툇마루에서 행주를 짜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이 소리가 샤부샤부라 들렸던 모양입니다. 일본 음식으로는 드문 뜨거운 국물요리라는 것도 물 짜는 소리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요리사는 더 고민하지 않고 들렸던 그 소리를 요리의 이름으로 붙였습니다. 샤부샤부라는 음식의 이름이 붙여진 순간이었습니다. 이 시기가 1952년으로 알려져 있어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은 편입니다. 

샤부샤부.  육수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식탁에서 데쳐 먹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무리로 우동을 넣어 먹고 밥을 볶아 먹기도 합니다.   출처 namu.wiki
샤부샤부의 핵심 구성품.  출처 ivejapan.com

그렇다면 스키야키는 어떨까요? 스키는 농기구, 특히 삽의 쇠 부분을 가리킵니다. 구이요리라는 뜻과 도자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 야키모노燒物에서도 알 수 있듯 야키는 굽는다는 뜻입니다. 

일본인이 육고기 섭취을 시작하며 고안해 낸 방법중의 하나가 삽날 같이 넓고 평평한 쇠를 달궈 채소를 비롯해 고기를 구워먹는 방법인데 이 방법의 요리 이름을 단순하게 쇠날 굽기, 즉 스키야키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스키야키용 냄비는 두꺼운 철로 만들어졌습니다. 어찌 보면 데판야키鐵板焼와 비슷하기도 하면서 조금 다른데 데판은 말 그대로 철판이며, 야키는 굽는다는 말이니 철판구이 정도의 말이 됩니다. 

또 다른 구이 요리인 꼬치구이는 쿠시야키串焼き라 하는데 쿠시라는 글자가 식재료를 막대기에 꽂은 모양이어서 재미있는 글자가 됩니다. 이렇게 불에 구워 먹는 요리를 로바다야키炉端焼き라 부르며 로바다는 화로를 의미합니다.

스키야키.  두꺼운 철 냄비를 사용합니다.  대게의 경우 날계란에 찍어 먹습니다. 날계란은 식히는 기능에 맛을 더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출처 namu.wiki
스키야키.  취향에 따라 재료를 달리할수 있습니다.   출처 namu.wiki

마지막으로 돈까스도 살펴보겠습니다 에도시대江戸時代.1603∼1867를 포함하여 오랜 기간 일본에서는 육고기 취식을 금했었습니다. 특히 소는 농경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축인데다가 육식을 금하는 불교의 영향도 있었고 수산물 위주의 식생활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19세기 들어 일본은 쇄국정책을 포기하고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서양과의 교류가 활발해졌는데 서구인의 체구에 비해 일본인의 체구가 많이 왜소해 일본인들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모양입니다. 마주보며 대화를 할 때도 서구인은 일본인을 눈 아래로 내려보는듯 했지만 일본인은 고개를 들어 올려보는듯한 형국이 되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서구 여성을 초청하여 일본인을 생산하게 하여 일본 인종을 개량하자는 황당하면서도 극단적인 주장까지 힘을 얻을 정도였다는 말씀은 이미 드린 바가 있습니다.


서구인의 체격이 육고기 취식에서 왔다고 굳게 믿은 일본인들은 육고기를 먹기 시작합니다. 정부가 먼저 나서 육고기 섭취를 장려했습니다. 초기에는 수산물 위주의 식단을 즐겨하던 일반 백성에게 육고기 섭취는 거부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천황부터 육고기를 시식하며 장려해 대중화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육고기는 귀하고 가격이 비쌌던 것입니다. 큰 돈을 주고도 적은 양의 고기 밖에 살 수 없었습니다. 적은 양의 고기를 푸짐하게 먹을 수 없을까 고민하다 나온 결과물이 바로 돈까스입니다. 고기를 넓게 펴 크게 보이게 하고 여기에 튀김 옷과 빵가루를 입혀 두툼하게 튀기니 맛은 좋아지고 양도 푸짐해졌습니다.


은 돼지고기, 까쓰는 서양 음식 커틀렛cutlet의 커틀에서 왔습니다. 돈+커틀렛이 되어 일본식 발음 돈카쓰가 된 것입니다. 

일본화된 음식이지만 순수한 일본 창작물은 아닙니다. 유럽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유럽의 대중 음식 슈니첼schnitzel을 접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실제 슈니첼은 돈까쓰와 매우 흡사한 음식입니다. 

슈니첼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주로 먹었는데 이게 프랑스로 넘어와 포크 커틀렛Pork Cutlet이 되었고 또다시 일본으로 전파되며 돈까쓰가 된 것입니다.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사용할 경우 규(일본어로 소)+까쓰가 되어 규까쓰라 부르는데 규까스 역시 쉽게 접할수 있습니다. 

적은 양의 식재료를 크게 만들어 먹는 음식의 대표로 돈까쓰, 규까쓰에 덴푸라, 고로케가 있습니다. 모두 기름에 튀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돈까쓰.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층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출처 namu.wik
돈까쓰의 원조격인 슈니첼,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에서 많이 먹습니다.   츨처 stubbyplanner.com
외형은 동일하지만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사용한 규까쓰.  도쿄 이케부쿠로 규까쓰 전문점에서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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