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계절산타 Jul 18. 2016

탐심(貪心)으로 만난 만년필

몽블랑 루즈 & 느와 

만년필을 좋아합니다. 그것도 많이 좋아합니다.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이유를 모르니 진짜 좋아하는 것이 확실합니다. 


정진홍 전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님께서 "짧은 느낌, 긴 사색" 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랑은 인식이 빚은 현실이 아닙니다. 고백이 만든 실재입니다"


그렇습니다. 고백합니다. 저는 만년필을 사랑합니다.




어느 날 입니다. 늘 그렇듯... 

우연히 몽블랑 루즈 & 느와(Montlanc Rouge et Noir)를 보게 되었습니다. 보는 순간 마음을 뺏기고 말았습니다. '이건 아니다. 만년필을 많이 가지고 있잖아. 또 사려고.. 그건 욕심이야.. 탐심이야..' 아무리 뺏긴 마음을 돌리려 해 보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가지고 말았습니다.

몽블랑 루즈 & 느와




루즈 & 느와는 1906년 몽블랑에서 만든 만년필의 복각판입니다. 딱 110년에 다시 태어났습니다. 스탕달의 소설 "적과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봐도 참 멋진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만년필 탄생의 메타포도 그럴 듯 합니다.


적색의 만년필을 먼저 구입했습니다. 강렬했습니다. 뱀모양의 클립도 매력적이고, 뱀머리를 음각한 투톤의 닙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닙 굵기가 F(fine), M(medium)만 있어서 고민을 했습니다. 뭔가 날카롭게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서 저는 EF(extra fine)을 원했습니다. 다행히 닙 교체는 가능하다고 하고 본사에서 다시 닙을 교체해야 해서 2개월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2개월정도야!! 전 기다렸고 원했던 EF닙을 받았습니다.



기대한대로 얇게 나옵니다. 특히 몽블랑 닙치고는 매우 날카롭게 나옵니다. 대만족입니다. 물론 '스스륵' 느낌이 아니라 '사각사각' 이런 느낌은 있습니다.




1달정도 제 손을 떠나지 않고 늘 있었습니다. 볼 때마다 좋았고, 쓰고 싶어서 이것 저것 끄적거렸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명색이 루즈 & 느와 인데 적색만 있으니 뭔가 모자란 느낌이 있었습니다. 한 귀퉁이가 휑한 느낌! 흑을 채워야겠다!!


해외여행을 갈 일이 있었고, 온오프라인 면세점을 기웃거린 결과, 흑색을 아주 좋은 가격에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주 좋은 가격'이라 함은 제 탐심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주문입니다.



적(赤)보다는 절제된 미가 있습니다. 꽁꽁 숨어 있는 매력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것이 진짜 사랑이지요!



닙(nib) 선택을 할 수 없어 F(fine)로 했습니다. 필감이 엄청 부드럽습니다. 기존 몽블랑 F에 비해서 분명히 가늘게 나오네요.



역시 같이 있으니 참 좋네요!


이 만년필을 통해 어떤 생각이 표현될지 궁금합니다. 이번 사랑은 오래 가겠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