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행복

말로 전해지지 않는 고마움

by 사계절



울주에서 올라온 5년 차 파킨슨 할머니와

광주에서 올라온 1년 차 파킨슨 할아버지.



병원 의자에 나란히 네 분이 앉아 대기하다 보면 “몇 년 되셨어요?”라는 말로 자연스레 물꼬가 트이고,

그 순간부터 서로의 어려움을 너무 잘 알기에

대화는 금세 깊어진다.



“이 병은 본인이 의지가 있어야 해요. 본인이요.”

하지만 파킨슨병에서 흔히 나타나는

무기력과 의욕 저하 때문에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운동 가자,

산책 가자, 함께 해보자—

옆에서 끌어주는 보호자의 마음은 간절한데

현실이 그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보호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광주 할아버지 보호자와

울주 할머니 보호자는

결국 같은 마음을 내비친다.

“고맙다고…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울주 할아버지는

“우리 집 사람이 고집이 세서요…” 하고,

광주 할머니도

“그랑께요…” 하며 함께 웃는다.

그 웃음 속에 서운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파킨슨 환자는

얼굴 근육 움직임이 줄어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다 보니

마음처럼 감정이 현되지 못한다.



그래서 더 서운하고,

그래서 더 속상한 보호자들.

서로 스치듯 만난

그 짧은 10분 남짓한 시간이

잠시나마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스스로 밝게 웃을 수 있는

얼굴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도 아버지가 멍한 표정으로 앉아 계실 때면

“아빠!!” 하고 각성시키듯 불러보곤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광주 할아버지 옆에는 할머니가,

울주 할머니 곁에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것.

서로를 깨워주고, 붙잡아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인지 다시금 느낀다.



언젠가 파킨슨 자조모임을 한다면

참 따뜻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



사람은 결국,

서로의 마음을 알아줄 때

굳게 잠갔던 마음의 빗장을 풀고

으며 사소한 행복을 느끼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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