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사랑을 배워가다

표현되지 못한 사랑도 사랑이었다.

by 사계절


2024년

그 해 겨울 내 마음은 참 힘들었다.


직장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포지션으로 적당히 버티듯 지냈었고
집에서는 세 아이들과 일상을

오롯이 혼자서 다 챙겨야 했다.


챙기는 건 괜찮았지만,
마음 한켠은 ‘나 혼자 다 하고 있다’는

생각에 씩씩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해 남편도

남편 나름대로 버티고 있었다.


나는 그의 무게는 잘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였을까…
못마땅한 마음이 쌓이면서

남편에게 유독 뾰족하게 굴었다.


늘 화낼 것 같지 않던 남편이
나에게 화를 낼 만큼.


나름 가정을 위해 애쓰고 있던 그 마음을,
나는 나의 무게에 짓눌린 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말로 다 할 수 없는 시간들이 흘러갔다.


그런 시간들이 더해진 마흔의 길목에서 예전과 다르게 마음속 깊이 느끼고 깨닫게 된 게 있다면, 그건 ‘사랑’이다.

사랑은, 각자가 받은 사랑의 방식대로 표현되는 것 같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살아온 결이 다르듯
사랑의 표현도 참 다양하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사랑이고,
표현이 서툰 무뚝뚝함도 사랑이고,


묵묵히 일만 하는 것도 사랑이고,
집안을 살뜰히 챙기는 것도 사랑이고,


밥 한 끼 차려주는 것도 사랑이고,
투덜거림 속에도 사실 사랑이 숨어 있다.


따뜻한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가며 하는

수많은 행동의 이면에는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그걸 알아차리고

남편을 다시 바라보니 괜히 애잔해졌다.
남편은 사랑 표현이 차고 넘치는 집에서

자란 사람은 아니었고,
‘믿어주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고,

교감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걸 알아차린 내가, 조금 더 따뜻한 햇살이 되어 그 마음을 깨워 주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소리를 조금 덜고, 들어보려 노력하고,
함께하려고 애쓰면서

내 나름의 ‘햇살 권법’을 써보기로 했다.
어쩌면 자신도 어색해서 표현하지 못했던
그 사랑의 씨앗을 움트게 해 주기 위한 작업처럼.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남편도 변하더라’ 했던
뭇 인생 선배님의 말처럼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낀다.

아니, 어쩌면

남편은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달라져야 했던 건

나의 마음과 태도였는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에 남편이 사들고 온 장미꽃

한 송이를 보며,

문득 지난 12월의 그 마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
사랑을 다시 배워가고 있는 내가 보인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배워간다.


그런 사랑도 따뜻한 사랑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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