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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키오사우르스 Sep 20. 2024

데이터사업을 위한 예산받기

100억을 쓰면 100억을 벌 수 있냐고 물을 때

예산받기는 어렵다. 영업이익을 중시하는 요즘 세태에서는 더 그렇다. 회사의 주력사업에는 돈을 쓰겠지만 부가적인 업무는 어떨까? 쉽지 않을 것 같다.


1. 근거는 만드는 것이다.

돈을 쓴다고 하면 검토하는 입장에서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지 궁금할 것이다. 꼭 데이터사업이 아니라 모든 일에서 그렇다.

”아니 이제 해보려고 하는 건데 어떻게 알아요? “

“노력은 하겠지만 잘 안될 수도 있죠 “

이런 말들은 불필요하다.


의사결정을 요청할 때는 상대가 검토할 수 있게 근거를 줘야 한다. 상대가 해야 할 일을 줄여줄수록 좋다. 근거자료를 줘야 하는데 만약 없다면 만들어 주면 된다.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되고, 나름 합리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2. 사전적인, 개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모두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설명하는 자리도 필요하지만 개별적인 전략도 필요하다. 모두가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자.


회의 시간에 의견을 제일 많이 낸 사람, 보고 하는 업무에 대해 사전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 가장 키가 되는 의사결정권자 등은 개별로 찾아가서 별도로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질문을 자유롭게 하는 것 같아도 모두가 모여 있을 때는 서로 눈치를 보게 된다. 궁금한 것을 해소해 줘야 명확해지고 명확해져야 쉽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3. 상대방 입장에 서본다.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다 고용되어 자기 일을 하는 노동자일 뿐이다.

나는 맨날 하는 일이니 다 아는 내용이고, 우리들끼리는 늘 쓰는 용어고, 나한테는 필요하니까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버리기 쉽다.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의 생각이 다르듯이, 인사팀은 인력관점에서 재무팀은 예산 관점에서 기획팀은 전사전략 차원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사업에 딱히 들어가는 돈도 없는데 이 정도 예산도 못줘? 다른 거 망한 데는 다 투자했잖아, 지금 잘 안될 것 같은 데에도 돈 쓰고 있잖아 나는 왜 안 줘라는 생각이 들면서 억울해질 수 있지만, 상대방도 다 입장이 있다.


데이터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 돈을 쓰겠다고 하면 좀 고생스럽겠지만 그 돈 안 써도 벌 수 있긴 하잖아요, 하는 답변 같은 질문이 들어올 수도 있다.

아니면 근본적으로 이 업무 자체를 없앤다면 돈을 안 써도 되지 않겠냐며 검토 대상의 차원을 아예 높여버릴 수도 있다.


4. 내가 제일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를 강조한다

의견을 내는 쪽은 현업, 이를 검토하는 곳은 스탭부서일 때가 많다. 예산을 받으려고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생각이 다른 팀이기도 하다. 일을 벌이려는 자와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는 자, 현장에 있는 자와 사무실에 있는 자, 그 갭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현업에서 말로 썰을 풀기 시작하면 스탭부서에서는 문서를 올리라고 하고, 문서를 가져가면 그걸 기준으로 수차례 수정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오가는 말은 쉽게 상상할 수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예산을 사용할 수 있게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갈등을 일으키고 누군가와 싸우는 게 목표가 아니다.

상대를 내 편으로 끌어올 수 없다면, 상대방이 서 있는 위치에 내가 가서 나란히 서면 된다. 내가 잘 아는 현장의 이야기와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면 나보다는 조금 더 전략적인 상대가 내가 하는 말을 그럴싸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5. 피드백을 반영한다


예산을 받지 못하더라도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내가 싫어서 돈을 안 준 것이 아니라 내가 하려고 하는 업무에 돈을 투여하지 않기로 회사가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예스가 좋겠지만 아무런 피드백이 없는 것보다는 노 싸인도 좋다. 결정은 늘 반갑다.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자료를 올릴 때 검토해 주는 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자. 서로 상반되는 내용이 있다면 그걸 요청한 의도를 파악해서 한 방향으로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1차 보고 때 피드백받은 내용을 반영해서 2차 보고에 가져가야 한다. 내가 고치고 싶은 것만 고치면 안 된다. 반영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으면 사전에 이야기하면 좋다. 이런 내용으로 피드백 주셨는데, 이런 이유가 있어서 반영을 못했다, 고 말하면 된다.



가정에서 돈을 쓸 때에도 중요한 것부터 쓰기 마련이다. 회사는 이익을 내는 집단이니 당연하다. 돈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돈을 쓰고 나서는 ‘돈 쓰길 잘했네’ 싶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 예산집행부서에서는 그 사전적인, 그리고 사후적인 관리를 한다. 이 관리를 받기 위해 사업부서에서 작성해야 할 지난한 문서들이 있다.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는 수익 근거를 만들어 내야 할 수도 있고 서로가 대화를 할수록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예산을 타기 위한 일련의 작업에서 협상, 서로에 대한 이해, 조직 간의 대화를 포함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한발 뒤로 가서 관망하듯 일련의 일들을 바라보는 것도 좋겠다.

누구는 이렇게 말하고 누구는 이렇게 답하고, 회의시간에 누구는 미리 오고 누구는 전화를 해야 오고, 팀장은 이렇게, 임원은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구나, 내가 나중에 저 자리에 간다면, 내가 저 입장이라면 하는 마음으로 이 모든 상황을 관찰해 보자. 그 안에 앉아있는 나를 포함해서, 나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도 스스로 관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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