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이 들린다는 건 곧 흑자전환한다는 뜻입니다!
데이터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데이터는 회사에 있던 건데, 가져다 팔면 무조건 이익이 남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파는 족족 마진이 남을 것 같은데 왜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냐는 질문입니다. 매출이 어느 정도 나는데, 영업이익이 왜 흑자가 나지 않는지 의아해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은 데이터를 놀이터의 흙과 같이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삽이든, 봉지든, 컵라면 그릇이든 아니면 양손 가득이라도 흙을 담아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면 될 텐데 그 과정에서 무슨 돈이 들어가는지, 왜 더 많이 가져다 팔지 못하는지 의아한 겁니다.
생각해 보면 데이터는 놀이터 흙처럼 그냥 퍼담아 팔 수 있는 재료가 아닙니다. 데이터를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 상품 기획, 분석, 가공, 결합, 검증, 리포트 설계, 고객 맞춤, 계약, 검수, 설명, CS까지… 생각보다 많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굳이 놀이터의 흙에 비교하자면 흙 중에서도 채에 걸러지는 고운 흙을 골라내야 하고, 고객에 따라서는 흙을 포장해 주길 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때로는 다른 놀이터에 있는 흙과 섞어서 받고 싶어 하고 흙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데이터는 우리 생활의 필수품처럼 누구나 살 수 있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보통재는 아닙니다. 아직도 데이터라고 하면, ‘통신사 데이터 충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돈을 주고 잘 모르는 걸 구매하는 일은 쉬운 의사결정이 아닙니다. 데이터는 재료 상태에서 바로 팔리는 게 아니라, 상품으로 만들어야 팔립니다. 그 과정까지를 포함한 서비스를 우리는 ’ 데이터 산업’이라고 부릅니다.
그럼 이런 질문도 이어집니다.
“데이터 사업 BM이 적자라면 접어야 되지 않나요? “
데이터 사업은 초반에 매출이 작고 공정비가 많이 듭니다. 그리고 사업을 능숙하게 익히는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번 상품이 만들어지고 나면, 그다음 고객부터는 동일한 템플릿이나 모델을 기반으로 반복적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견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데이터는 팔아도 재고가 소진되지 않습니다. 못 팔았다고 해서 재고로 쌓이지도 않습니다. 다 판 것 같아도 그렇지 않지요. 데이터는 매일매일 쌓이고, 더 풍부해지고, 더 다양한 고객에게 확장되는 자산입니다. 놀이터 흙은 어제도 오늘도 똑같은 흙입니다. 팔다 보면 소진됩니다. 데이터는 오늘 팔 수 있는 데이터와 내일 팔 수 있는 데이터가 똑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팔아도 데이터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마이너스는 “이 사업을 제대로 크게 키우기 위한 준비 구간”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레퍼런스를 만들고, 산업별 상품을 만들고, 반복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단계에 있는 거죠.
여기까지 설명하면 이렇게 묻습니다
“그럼 대체 언제부터 진짜 수익이 나는데? “
사업이 성장하면서 언젠가부터는 구조가 달라집니다. 프로젝트형 매출에서 상품형 매출로, 단발 공급에서 정기 제공/결합 데이터 중심으로, 고객에게 끌려가는 가격에서 우리가 가격을 제안하는 가격권 확보 형태로 바뀌는 시점이 옵니다. 아마도 그 지점에서 영업이익은 플러스로 돌아설 겁니다. 조금씩이 아니라 어느 한순간에 단위가 달라질 만큼 급격히 좋아질 겁니다.
데이터 사업은 처음부터 이익을 내는 산업이 아니라, 처음에 설계/표준화/구축에 투자해서 나중에 레버리지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산업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바로 그 전환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원재료 데이터를 산업별 SKU 상품으로 만들고, 반복 매출 모델을 세우는 단계, 그래서 지금의 마이너스는 ‘비정상’이 아니라 필요한 준비 과정입니다.
조금씩이더라도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파는 데이터의 표준단가표가 있어야 하고, 우리 회사의 데이터공급 표준계약서도 필요합니다. 주요 제휴사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시장에 내놓으려고 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만들어놓는 것과 실제 행하는 것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어서 이를 맞춰나가는 시간도 필요할 겁니다.
올해에 데이터 사업 영업이익이 화두가 되었다는 건 이제 곧 흑자 전환한다는 뜻입니다. 데이터 사업 자체가 아니고, 매출규모도 아니고, 회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써의 데이터 사업을 인정했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그 사업모델에서 왜 이익이 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곧 흑자로 돌아서지 않을까요? 회사는 데이터 사업이 흑자전환했을 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어떻게 조직을 구성하고 사업에 힘을 실어줄지를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