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 다섯잔, 소주 세잔 정도 먹고 쓰는 글
나도 내가 가끔 너무 크게 웃는다는 걸 알고 있다. 가끔은 웃을 일이 아닌데 웃기도 한다. 어색할 때 그렇다.
할 말을 생각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는데 말을 꺼내기도 하고 반대로 타이밍을 놓쳐서 말을 못 하기도 한다. 자비로운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대화에 포함시켜 준다.
나는 갑자기 이상한 티브이 프로그램 이야기를 해서 분위기를 가라앉히기도 한다. 대화가 없는 순간이 어색해서 그렇다.
다들 아는 영화를 나만 모르는 경우도 있다. 다들 재미있게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하나도 재미없을 때도 있다.
경험이 쌓이면서 상하좌우 조금씩 깎여 부드러워졌지만 아직도 싫은 사람이 있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힘을 빼자고 생각하면서도,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
어색한데도 불구하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하는구나, 재미없는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들으려고 하는구나, 스스로 대단한 스피커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구나
아주 어색한 사람과 점심 약속을 잡아두고 일주일 전부터 그날을 곱씹는다. 뭘 먹지, 무슨 이야기를 하지, 왜 이런 약속을 잡았을까 후회할 때도 있다. 후회할 수도 있지만 한발 다가간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내가 불편한 만큼 상대도 어색할지 모른다. 그래도 수락해 줬고 그래서 우리는 만난다.
아무런 경험이 쌓이지 않는 것보다 필요하다면 우리 사이에 어색한 경험이라도 쌓이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