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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han Sep 30. 2016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감상 및 리뷰.

아버지는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4.5/5)


아버지는 '하는' 것이 아닌 이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상념 반, 리뷰 반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니, 언제를 말하는 걸까. 어째서 아버지는 '하는' 것이 아닌 것일까.


난 언제나 아버지가 되는 상상을 한다. 아버지가 꼭 되고 말 것이란 의지, 또는 그럴 수 있다는 확신과는 별개로.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한다. 내가 성내는 일이 생기면 아이 아빠가 이래도 될까 전전긍긍하며,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내가 가르치기에 부족한 점이 이 부분이었을까, 만약 내가 무언가 해줘야 한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곤 한다.


  

중학교 때 내 꿈은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었으며, 고등학교 때부터는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아버지, 친구, 남편, 선배, 팔로워, 리더 등을 자연히 수반하게 될 것이라는 방향으로 조금 확장되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많은 것을 할 줄 알도록 노력해 왔다. 주위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부터 장례식 조문 예절, 납땜, 위로하기, 문제를 바라보는 자세, 사과하는 방법, 전자제품 만지기, 자신 돌아보기, 세상 만사에 대한 마음가짐과 각종 '지대넓얕' 등, 수많은 것 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집해 내 안에 새기려고 힘써왔다. 


이렇게 모아둔 재료들은 아빠가 되었을 때 정말 쓸모가 있을 것인가? 요리도 모든 재료를 섞으면 맛없고, 칼로 도마를 내리치면 내 손목도 저리듯이, 이것로 무언가를 하려는 의도가 반탄력을 만들어내 쓸모 없게 되는 것 이상의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부터 든다. 아이와의 관계는 내가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은 회색지대, 그리고 사각지대에서도 전진과 후퇴, 스며듦을 반복할테니까.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 고민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준비를 마치기 전에 맞이하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내가 자유로운 아빠, 엄격한 아빠, 또는 중간 지점에서 배려하는 아빠가 되면 그것이 되려 어떤 부정적인 반작용이 일거나, 또는 아이의 인격 형성 과정에서 트레이드 오프에 의해 어떤 것이 모자라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이렇게 둘. 하지만 어쩌랴. 세상엔 완벽한 준비란게 없다는데. 그렇다. 일단 이 두 걱정은 기우이며, 맞닥뜨려 소화해내기 전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개인적인) 걱정은 차치하게 되었으니, 아버지가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배우자의 몸 안에 아이가 생겼음을 알게 될 때인가, 갓난 애를 안아 들었을 때인가. 아니면 아내와 함께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됐다는 이야기를 나눌 때일까?. 모두, 맞을 것이다. 형식상으로든, 관용 표현으로든 이렇게도 아버지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아버지란 존재로 각성하는 때, 즉 아이의 존재와 아버지로서의 책임, 불안, 관계가 완전한 접점을 찾아내는 때는,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만난 시간들이 적당히 쌓일 때 쯤, 그와의 교류에서 성큼, 다가올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제목대로 아버지가 된다. 정확히 말하면 이미 아버지였음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가 된다. 크게 놀랄 것은 없을 수도 있는 그 순간은 제법, 확실하다.


그들이 우리에게 마음을 주는 순간과 시간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어 내는 사실들, 그걸 놓치거나 무시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책임이며, 우리는 그것을 알아 채는 것과 그렇지 못 함과 아니 함에 관계 없이, 그렇게, 아버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하는' 것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티스토리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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