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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Nov 24. 2022

다 잘된 거야.

모두 잘 됐을까?

마주하지 않아도 좋을 것들이 있다.

이.

별.


갑자기 마주하는 이별은 준비하는 시간이 없기에 더 안타깝다.

이별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는 어떻게 쓸 것인가.

"끝내게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

이 말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아빠가 내게 저 말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빠와 겨울을 함께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 많이도 울었던 여름이 지났고 가을의 끝에 서있다.

항암치료를 하고 있는 아빠는 코로나에 걸린 딸 걱정을 하고 있다.

"잘 먹어라, 편히 쉬어라. 아빠 때문에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암환자라 믿기지 않을 만큼 아빠는 그 전과 똑같다. 아니, 나는 그렇게 느껴진다.

엄마를 도와 김장을 하고, 지푸라기로 나무를 묶고, 믹스커피를 마시며 햇살 아래서 신문을 읽는 아빠.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너무나 고마운 일이 돼버린 지금.

잃어버릴 뻔 한 시간이기에 감사하게 돼버린 지금.

무엇이 되고 싶었고, 무엇을 이루지 못해 안타까웠고, 그렇게 되지 못한걸 누군가에게는 책임을 돌려야 했다.

이제는 내 탓임을 알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주름진 얼굴에 굵은 손마디가 생기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제는 하루를 잘 보내는 것에 감사한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고, 무엇을 이루지 않아도 되는 이대로의 마음이 좋다.


몸이 책상에 저절로 엎드려지고, 밤새 너무 아파 눈물을 흘리면서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는 걸. 그래 이틀만 버티자. 이제 하루 남았다. 하루만 버티자고 어둠 속에서 눈물을 또 훔쳤다. 그랬더니 정말 오늘은 많이 괜챃아졌다. 시간이라는 약을 처방받은 우리는 이렇게 살아간다.


다시 돌아가서 아빠가 내게 "끝내게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할까?

아빠를 안고 많이 울겠지. 내 아빠로 더 남아달라고 소리치겠지. 아빠의 인생이지만 내 아빠이기도 하니까 싫다고 안된다고 하겠지. 그러겠지. 그래도 아빠가 뜻을 굽히지 않으면 정해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계획하며 눈물을 훔치고 이를 악물겠지. 그러겠지.


내 인생도 온전한 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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