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근도근
*도근도근: 두근두근과 긴장되는 마음을 담은, 나만의 의태어
어쨌든, 예술하고 삽니다 — 북토크 기록
예술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예술하며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2025년 1분기 북토크에서 나눈 말들을 정리했다.
그들의 언어 그대로 전한다.
2025년 1분기 작가간담회(북토크)
어쨌든 예술하고 삽니다
만화작가, 편집자(프리랜서)
이달의 출판만화 3월의 추천작(한국만화가협회)
사: 사회자 / 편: 편집자 / 작: 작가
사: 추천작으로 뽑힌 소감
편: 누가 고생했다고 말해주면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느낀다
작: 여러 가지 인정을 받는 과정이 있어서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제 책만 팔리면 되겠다.
사: 어쨌든 예술하고 삽니다는 어떤 책인가요?
편: 세 친구 이야기. 고등학교 때 그림을 해서 살겠다고 하는 세 친구. 대학입시에 삐끗해 인생이 쉽지 않게 흘러가다 미술학원 원장이 된 친구, 경제적 뒷받침이 되는 집에서 살면서 고민하다가 나중에 유명한 작가가 되는 친구, 그림이라고 하는 매체로 세상과 소통하는 일러스트, 만화, 웹툰 세상의 변화와 같이 변화해온 친구. 친구이자 라이벌, 동지이기도 한 그런 세 친구의 20여년에 걸친 이야기. 어쨌든 나는 그림하고 산다.
사: 원래 세 친구가 오래간다.
(웃음)
사: 실화인가요?
작: 예상하신 것처럼 99% 실화고 99% 거짓말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모르게 잘 숨겨서 짜집기를 했습니다. 그 중에 딱 한 편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다큐입니다. 제 생일 기분 좋은 아침 어머니를 따라 병원에 갔다가 어머니가 치매라는 진단을 받고 복잡한 가운데 딸의 초경이 시작되며 그날 저녁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바라보면서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그 다음 날 어제의 일을 그리고 나니 어제 느꼈던 것보다 거리가 생기면서 어제만큼 힘들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 친구들에게 허락은 받은 건가요? 반응은?
작. 편: 얘기를 해야… 되나요? 미대 나온 3분의 1은 등장인물 1의 삶을 다른 3분의 1은 등장인물 2의 삶을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 예술가 친구들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웃음)
사: 좋은 친구들을 두신 것 같습니다.
작: (끄덕)
사: 다양한 세 친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
작: 젊었을 때 책을 많이 읽어야 나이가 들었을 때 그 책이 새롭게 다가올 거야 라는 이야길 많이 들었는데, 그림이 그랬다. 그림이 나에게 손을 잡아주는 것 같았다. 어릴 땐 뭉크의 절규를 보며 저게 그림이야 싶었는데, 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그림이 뭉크의 절규다. 그 작가는 어떻게 그렇게 그렸을까? <어쨌든 예술하고 삽니다>에서 뭉크의 절규를 더 잘그리고 싶었다.
편: 그림을 많이 넣고 싶었는데 저작권, 저작권료, 저작권을 관리하는 과정 때문에 저작권 문제가 되지 않는 돌아가신지 좀 되신 분들 작품으로 했고 샤갈은 저작권을 잘 해결했다. 그런 뒷이야기가 있다.
(웃음)
편: 기획회의를 통해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고 책에 나오는 편집자를 보면서 ‘혹시 난가?‘ 생각하기도 했다.
사: 학고재와의 관계는?
편: 학고재가 처음에는 미술, 문화재 관련된 책을 많이 냈었는데 이번에 남한산성 소설이 나왔고 지금은 과학분야 책들도 많이 내고 있는데 마침 그래픽노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 때 이야기가 되어 출간하게 되었다. 질문이 좋네요.
사: 제가 팟캐스트를 300회 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놀람)
사: 어쩌다가 미대에 들어가게 되셨는지?
작: 그림 쪽에서 출발하거나 글 쪽에서 출발하거나, 그림 쪽에서 출발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림이 좋아서 하는 그룹,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그룹들이 있는데 저는 그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이었고 그림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만화가 쉽지는 않았다. 이야기가 겨우 차올랐을 때 겨우 나오는 게 만화, 만화가 친구 중에 그림에서 시작한 친구들이 손이 빠르다. 대답이 됐나요?
사: 개인적인 이야기를 만화로 만든 것은 처음이시죠?
작: 저는 다른 사람을 취재하거나 다른 이야길 만화로 하다가 뒤늦게 자기 이야기를 만화로 하다 보니 자기검열과 그 과정에서 편안해 지는 걸 겪으면서 이걸 신인일 때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 제일 빠르다.
편: 이 작품이 굉장히 오래묵은 작품이예요. 아이디어 이야기를 하다가 산으로 들로 헤매고 다녔거든요. 본격적으로 해볼 수 있겠다 했을 때 사회가 많이 어려웠고 이 책 출간에도 영향을 미쳤다. 책이 12월 20일에 나왔는데 책이 나왔다는 말도 누구에게 말도 잘 못할 시기였다.
작: 욕심을 내려놓자는 생각이었는데 3월의 만화 추천을 받으면서 그래도 풀리네 싶었다.
사: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로 출간하진 않은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보면서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 작가님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편: 작가에게 친구가 필요할까? 회의감이 있었다. 극강 E .친구가 많다. 영업을 했으면 더 잘했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 키우고 어머니 돌보면서 혼자 있을 수밖에 없고 I가 되어간 것 같다. 나는 보험이나 영업, 편의점 같은 걸 해볼까 하기도 하고 이벤트 회사를 해볼까. 강아지로 따지면 골드 리트리버 친구가 너무 좋은데 나가지 못하고 마감은 있고…
사: 소통을 좋아하는 작가님인데 직업군이 마감이 있는 마감을 지켜야 돈을 버는 일을 하다 보니까 내 얘기를 사람들에게 못하고 쌓여오다가 이번 작품이 나온 걸까요?
작: 친구가 필요할까로 시작해서 친구가 필요하다로 끝나는 책이 나왔습니다.
편: 지원사업에 응모를 해야하는데 지원서에 쓸 내용이 결론은 나지 않고 그때 이 산으로 저 들로 다니다가 지원서 마감 덕분에 이런 책이 나온 것 같다.
사: 마감이 이로울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필명 또몽은 어떻게 만드셨나요?
편: 제가 지었나 봐요. 저는 이름 지을 때가 가장 재밌습니다. 캐릭터들에 대해서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또몽은 3부 제목 살고 그리고 또 꿈꾸며인데 작가님이 책 제목을 그걸로 짓고 싶다고 해서 또몽이라는 캐릭터가 계속 꿈 꾸는 친구여서 약간 비현실일 수 있지만 이 친구 이름만큼은 그렇게 지어도 되겠다… 이름 지을 때가 제일 재밌었다.
작: 살고 그리며 꿈꾸며가 촌스럽다고 들었을 때 그게 삶인데 삶이 촌스럽다니 했다. 책이 잘 나가면 또몽을 계속 쓸 예정이다. (꾸벅)
사: 한국에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가요?
작: 잘 하던 작가 친구였는데 요즘 뭐하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내가 취미를 직업으로 알고 살아왔던 것 같애” 그 말에 동의가 되었다. 몰랐던 내 모습이었다. 미술이라는 게 그렇다. 우리는 취업을 목표로 하는 과가 아니라 창업? 뭘까요 우리는…
사: 한국에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취미를 직업으로 알고 살아가는 것 같다.
작: 네
사: 응원의 한 마디. 이 책을 볼 작가들에게
작: 저의 목표가 경제적인 독립, 집에서 발언권을 얻고 집에서 나와서 나의 삶을 꾸려가는 것 내 인생의 목표였고 노력하고 열심히 해왔는데, 예전에는 부수적인 일들이 많았는데 온라인 시대가 오고 웹툰으로 작가들이 가면서 종이책에 남게 되면서 나는 종이책에 왜 남는가? 생각도 많이 했다. 오래간만에 책을 다시 읽었다. 책이 나오면 부끄러워서 잘 못 본다. 마지막에 지화의 대사가 내 이야기 같았다. “나는 다음 페이지를 알 수 없는 책이 좋아.” 저에게 책이 그런 것 같습니다. 넘기면 알 수 있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 웹툰에서도 내림의 즐거움… 저는 책의 넘김의 느낌이 좋다. 종이책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느낌을 만들어보자. 화가들과 이야기하고 화가들의 그림을 전면에 펼치면서 회화의 느낌,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가능성들. 그것을 찾아나가는 기쁨이 있을 것이고 나만이 갈 수 있는 무슨 길이 있을 것이다.
사: 이 예술을 내가 왜 하고 싶었는지를 계속 상기하면서 다음 페이지에 뭐가 나올지 알지 못하는 그 떨림을 만화로 표현한다고 보면 될까요?
작: 정리를 아주 잘해주셨네요.
편: 이 책이 처음 출발이 거창한 인생 이야기 말고 우리 주변에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집 예술가, 미디어의 핀 조명을 받는 유명자는 아니지만 자기 분야에서 자기 일 열심히 하면서 자기 삶을 충실히 채워가는 이웃집 예술가 이야기를 해보자. 내 계획대로 가지 않는 세상이니 오늘 즐거운 일을 하자. 그러면 주변에 또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질문 시작_
_질문 마침
사: 오늘 소감
편: 샌드위치 연휴가 있는데 오늘 같은 날 찾아와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더 창작 작업을 하시는 분들 작품으로 만나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프리랜서입니다.
작: 뭔가 하고 있다는 걸 즐거워하기 때문에 여러분을 이런 자리에서 만나니까. 어디선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연휴 전에 와주신 것 감사드리고 우리 서로 친구가 됩시다.
(웃음)
사: 여기 책에 서평을 쓴 사람이 접니다. 그래서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 보고 정말 즐거웠습니다. 친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친구가 있어서 좋은 점도 있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본인 성향에 맞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시기를 바랍니다.
마침.
실시간으로 써 내려가서 오타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댓글 달아주시면 바로잡겠습니다.
토크 기록은 작가님께 허락 받고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