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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Oct 18. 2018

구글이 혁신할 수밖에 없는 이유

[책 리뷰]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구글(Google), 모르는 게 없네.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인 구글에 물어보면 모르는 것이 없다.

질문이 애매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원하는 답을 알려준다. 철자를 틀려도 괜찮다, 이 또한 알아듣고 원하는 검색 결과를 주니까.


1990년대 중반, 스탠퍼드 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에 들어갈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당시에 대중적으로 이용되던 검색엔진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당시에는 원하는 검색어에 따르는 검색 사이트의 결과물은 불만스러울 정도로 빈약했다. 이에 두 사람은 좀 더 나은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구글은 탄생했다.


(좌) 조너선 로젠버그, (우) 에릭 슈미트

우리 모두 구글은 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 인터넷에 접속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당신이라면 구글이란 기업과 웹사이트를 모를 리 만무하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는 구글에서 CEO로 10년간 재직한 에릭 슈미트와, 수석 부사장으로 재직한 조너선 로젠버그가 전하는 구글의 이야기다.


이들은 당시 성장 중이던 구글에 '어른 감독관'의 역할을 하러 갔으나 결국 경영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다시 배워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그들에게 가장 훌륭한 교사는 구글 플렉스(구글 본사)에서 매일 마주치는,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번 리뷰에서는 두 명의 베테랑 경영자도 경영에 ㄷ해 다시 배우게 한 그들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살펴볼 것이다.


#이런 광고 너절해!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아보기 전에 그들의 문화를 잘 나타내 주는 대표적인 사건을 보자.

구글애드워즈(Google AdWords)
2002년 5월 어느 금요일 오후, 래리 페이지(창업주)는 구글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었다. 검색어를 칠 때마다 검색 결과와 함께 광고가 떴는데, 이걸 보고는 기분이 언짢아졌다. 구글은 하나를 검색하면 그와 연관된 수많은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뜨는 광고 중 일부는 검색어와 전혀 무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제 오토바이 "가와사키 H1B"를 검색하면 H-1B 미국 비자를 얻으려는 이민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는 변호사 광고가 줄줄이 떴다. 검색에 딸려 나온 이 광고들은 고풍스러운 모터사이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이에 그는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온 페이지를 인쇄해서 눈에 거슬리는 광고를 부각시킨 다음 당구대 옆 주방 벽에 걸린 게시판에 붙여놓았다. 그리고 큼직한 대문자로 "이런 광고 너절해!"라고 써놓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검색 엔지니어 중 한 명인 제프 딘과 그의 동료들이 래리의 평가에 공감했고, 이 문제를 주말 동안 해결해냈다. 그들이 월요일 새벽 5시 5분에 보낸 이메일에는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몇 가지 쓸만한 의견서가 첨부되어있었고 거기에는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함께 해결책이 들어있었다. 바로 다섯 명의 엔지니어들이 주말 동안에 암호화해놓은 뛰어난 해결방안에 링크가 걸려있었다.


이는 문화의 힘이 무엇인지 웅변해준다.


제프와 동료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알았고, 성공에 걸림돌이 되는 큰 문제가 생겼다면 자유롭게 뛰어들어 고쳐볼 수도 있단 것을 알았다. 설령 실패했다 해도 이들을 질책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성공했다.


그런데 이 다섯 명의 엔지니어를 주말에 회사의 진로를 바꿀 정도로 문제 해결의 해결사로 키우는 것이 구글의 문화는 아니다. 그보다는 이런 해결사를 먼저 회사로 끌어들이는 것이 구글의 문화였다.


#히포(HIPPO)의 말은 듣지 않는다.

히포(HIPPO)

하마를 나타내는 hippo는 회사 내에선 최고 급여를 받는 사람의 의견(Highest-Paid Person's Opinion 또는 최고 급여를 받는 사람)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의사결정의 질적 수준은 급여의 수준과는 본질적으로 무관하다. 오로지 설득력이 있을 때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큰 목소리를 낸다. 이 같은 회사에 대해 우리는 "재직기간중심회사(tenurocracy)"란 말을 쓴다. 

반대로 히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을 멈추고 나면 여러분은 실력주의(merito-cracy)를 만들어내기 시작할 것이다. 한 구글 직원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의 질적 수준이지 누가 말했느냐가 아니다."라는 말로 통하는 것이 실력주의이다.


우리는 앞서 제프와 팀 동료들이 누구의 지시를 받지도 않았지만 회사의 중대한 문제를 해결한 사건을 보았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당장 제품 담당자를 호출할 것이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두세 차례 회의도 열 것이고, 해결 가능성을 타진한 다음 행동 방침을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 차례 품질향상 테스트를 거쳐 해결 과정에 착수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그러나, 구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히포를 배척하고 유능한 직원들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문제는 해결됐다.


#서로 충돌한다.


최선의 아이디어에 이르자면 갈등이 필요하다.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놓고 논쟁을 해야 한다. 최선의 아이디어는 모든 선택 방향을 놓고 공개적으로 논란의 과정을 거칠 때까지는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필요하다. 올바른 결정은 최선의 결정이지 모두가 동의하는 최소공통분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 언제나 해결책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합의는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다.


구글은 실력을 우선시하는 실력주의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실력주의가 자리 잡으려면 "반대할 의무"가 존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어떤 아이디어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아 그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대개 전문성과 창의력을 가진 직원은 강력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릴 정도이며, 이때 이들이 의견을 개진할 자유를 주는 것이 반대할 의무가 존재하는 문화다.


구글에는 다행히도 "반대할 의무"가 존재한다. 직원들은 서로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말한다. 설령 그것이 갈등을 불러온다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는 구글에게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선사했다.


#딴짓을 한다.


구글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작업시간의 20퍼센트를 투자해 무엇이든 할 수가 있다. 그리고 20퍼센트의 시간을 통해 구글의 다양한 제품과 기능이 탄생했다.

구글 자동완성(Google Suggest)
2004년 여름, 케빈 깁스라는 구글의 엔지니어에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구글이 검색어를 미리 예측하고 나머지 질문을 완성해주는 방안을 생각해낸 것이다. 케빈은 여가시간을 활용해서 견본을 개발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견본을 보고 관심을 보인 엔지니어들이 케빈의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지금은 구글 자동완성(Google Suggest)라고 불리는 이 제품은, 가령 당신이 "we"를 먼저 입력하면, "weather forecast"를 검색하는 것이 아니냐고 구글이 제안하며 직접 나머지 글자를 입력하지 않아도 전체 검색어를 쳤을 때 뜨는 하위 메뉴를 보여주는 식이다.
지금은 "이것 없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지?"하는 기능이 구글의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 딴짓(?)을 하는 20퍼센트의 시간에 탄생한 것이다.


구글 나우, 구글 뉴스 등 이밖에도 많은 서비스들이 20퍼센트의 시간에 탄생했다. 이런 20퍼센트의 시간의 가장 귀중한 성과는 거기서 나오는 제품이나 특이한 기능이 아니다.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일에 매달릴 때 배우는 교훈이 가장 소중한 성과이다. 20퍼센트 프로젝트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함께 근무하지 않는 동료들과 일상적인 업무 외의 기술을 훈련하고 발전시키도록 만든다.


그렇기에 20퍼센트의 시간은 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 프로그램일지도 모른다.


#내어놓고 개선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결코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그리고 여러분은 아이디어가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제품을 만들면 그것을 세상에 내어놓고 반응을 지켜보라. 그런 다음 디자인과 기능을 개선하고 다시 지켜보라. 

즉, "내어놓고 개선하라(Ship and iterate)." 이런 과정에서 신속하게 움직이는 기업이 성공을 거둘 것이다.


지금은 구글의 최고의 제품인 애드워즈도 내어놓고 개선하는 방식이 적용되었다. 처음 애드워즈를 출시했을 때, 새 광고가 내부평가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살아남을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광고를 그대로 내보내면 수많은 악성 스팸 광고를 낳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제품이 이미 출시된 후에 이러한 논란이 생기자 구글은 최소한의 내부 평가 과정을 거쳤고, 내어놓고 개선하는 방식은 잘 통했다.

린 스타트업의 방식

이러한 내어놓고 개선하는 방식은 스타트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린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내어놓고 개선하는 방식은 시간과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최선의 방식으로 통하고 있다. 

린스타트업 방식을 통해 초창기 아이디어가 제품이 되고, 제품을 이용한 고객의 피드백은 데이터가 되어 더 나은 아이디어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탄생한다.


만일 당신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내어놓고 개선하는 방식을 고려해보아라.


#실패를 잘한다.


실패를 할 때에도 실패를 잘해야 한다. 제대로 실패하는 법은 실수에서 배우고, 실패한 프로젝트가 다음에 노력할 방향을 알려주는 통찰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실패를 할 때 가장 다루기 힘든 것은 타이밍일 것이다. 제대로 된 실패는 빨라야 한다. 

일단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할 것을 알았다면, 되도록 신속하게 자원낭비와 기회비용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단해야 한다.


이때 실패에 대한 판단을 신속히 하는 방법은 아주 빠른 속도로 개선을 하고 개선할 때마다 성공에 가까워지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측정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작은 실패는 예상해야 하고 허용해야 한다. 

하지만 실패가 늘어나고 성공에 이를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아마도 그 일을 마무리해야 할 때일 것이다.


글을 읽고 눈치를 챘을 수도 있지만, 실패하는 것은 '내어놓고 개선한다'의 연장선이다. 지속되는 개선 속에서 결과가 실패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 속에서도 개선은 이루어져야 한다.

구글 웨이브(Google Wave), 뭐하는 놈인지 감이 안온다.

2009년 요란한 팡파르를 울리며 출시한 구글 웨이브(Google Wave)는 구글이 실패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웨이브는 전형적인 혁신의 모델이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는 경이로운 제품이었음에도 대표적인 실패작이다. 


그러나 실패의 속도도 빨랐다.


실패한 제품에 아까운 돈을 퍼붓지 않았고, 이 실패로 비난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며 웨이브팀의 어느 누구도 직장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웨이브 플랫폼의 각 부분은 구글 플러스와 지메일로 옮겨갔다. 실패 치고는 잘된 실패라고 할 수 있다.


혁신을 하려면 제대로 실패를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실수에서 배워라.

실패한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라도 기술과 사용자, 시장의 측면에서 그다음에 노력할 방향을 알려주는 통찰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아이디어를 없애버릴 것이 아니라 변형시켜야 한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한다.


지금까지 구글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구글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캠퍼스와 흡사한 회사의 전경으로 유명하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기업문화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외계와도 같은 곳이다. 이런 외계와 같은 곳은 창의력이 넘치고 혁신적인 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공간이다.

구글의 혁신

최근 구글 I/O(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해에 한 번 개최하는 개발자 지향 콘퍼런스)에서 혁신적이라 할만한 제품이 등장했다. 

동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입이 떡 벌어졌을 것이다.(나 또한 그랬다! 특히나 Mm-hmm이라고 하는 부분...)

수화기 너머로 상대방과 미용실 예약을 잡는 것과 같은 귀찮고, 어찌 보면 부담스러운 일들을 사람과 같이 해낸다. 그들의 억양과 뉘앙스도 이해하면서 말이다!


이처럼 구글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상상하고, 이를 현실화한다.


리뷰를 마치며


구글이 지속적인 혁신을 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그들만의 일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미친(?) 짓을 해내는 구글만의 방식을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책에는 필자가 정리한 내용보다 많은 내용이 들어있다. 실제로 이 책의 홈페이지에도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50가지의 아이디어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리뷰는 많은 부분이 축약되어있고,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보았고 동시에 짧은 리뷰에 그들의 문화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내용을 선정해 소개했다.


이 책 속에는 놀랍고도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구글의 역사, 사람들, 인재상, 사건과 사고 그리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모두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궁금하다면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를 읽어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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