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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모리 Jun 16. 2022

[독립출판 일지]13.협상이란 무엇인가, 인쇄소 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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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쇄사고 후 환불 지연과 연락 두절된 인쇄소와 담판을 짓기 위해 소보원에 신고했는데...

https://brunch.co.kr/@5-mori/37


소보원 신고는 기각됐다. 사업자끼리는 구제 대상이 아니고, 법률 조언을 구하라고 하더라.  


이제 나는 법적 조치를 검토해야 했다.

그전에 책이 몇 권이 불량인지를 확인하고, 불량 난 책을 반품부터해야 했다.

또 새로운 인쇄사고

하나하나 책을 보는 게 말이 쉽지, 표지만 엉망이면 또 쉽지.

하다 보니 이건 혼자 할 수 있는 양이 아니고. 애초에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었다.

옆에서 깨작깨작 도와주던 아빠도 그냥 다 보내버리라고 이걸 어떻게 하냐고 훈수를 뒀다.

아예 없던 일 하자는 마음으로, 전부 보낸다고 통보했다.

다음날 아침

신고를 한다 해도 묵묵부답 연락두절이었던 인쇄소가 드디어 연락이 왔다.

무려 전화 씩이나 주셨다.

환불 하려고 박스 다시 포장 (feat.노가다)

인쇄소는 전부 보내지 말고 30% 환불하고 서로 좋게 끝내자고 했다. 자기도 스트레스받는다고.

아무래도 전부 보내는 게 인쇄소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되나 보지?


40% 환불해준다고 했으면서 30%로 말 바꾼 것도 괘씸하고,

지금까지 연락 두절된 스트레스도 있어서 이왕 이렇게 된 것 끝까지 가보자고 생각했다.


나도 스트레스받는다고, 40% 보낼 때까지 연락하고 전화하고 찾아갈 거라고..

왜 말 바뀌냐.. 불량 한두 개가 아니다.. 약속 지켜라.. 울분에 차서 얘기하니 또 뚝 끊어버렸다. ㅎㅎ..

그리고 내 전화는 또 받지 않는다.


다시 내 전화를 안 받기 시작해서, 옆에 있던 아빠 핸드폰으로 전화했다. 또 안 받는다.

한 시간쯤 뒤에 전화해야겠다 싶어서 외주 들어온 일이나 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들어오더니 입금됐을 거라고 확인해보라고 한다 (???)

인쇄사고 환불 엔딩


진짜 입금이 됐고 나는 기쁘다기보단 허무하고 찜찜했다.

이런 일 하나 혼자 해결하지 못하다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모가 대신 환불받아주는 건 좀.

나의 독립성과 주체성은 무엇인가.

이렇게 금방 될 거였는데 나는 무엇을 했는가.


나와 아빠의 통화는 무엇이 달랐나. 나는 고맙다는 말 대신 거의 짜증을 내며 물어봤다. 어떻게 한 건데.

아빠는 늘 그랬듯 자신만만. 일장연설을 늘여놨고 나는 자존심이 상하지만 기록해야겠다.

1. 정에 호소 - 우선 마음을 풀어둔다..

당신도 자식이 있지 않냐, 처음으로   해보려고 하는데 일정도  지키고, 책은 엉망이라 쓰지도 못하고. 당신도 자식이 이러면 당연히 마음이  좋지 않냐...

이런 식으로 처음에 밑밥을 깔았다고 한다. 나는  구리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저런 말에 상당히 약했다. (연봉협상할  회사가 성장을 많이 못했고.. 힘든 상황이고.. 이번에는 어렵지만 다음에는 .. 이런 )
2. 자신감 - 내 잘못이면 돈 안 받을게. 대신
인쇄소는 한결같이 "불량이 그렇게 많을 수 없다. 40% 환불은 과도하다"라고 주장했다.

1,000권 다 보낼 테니까 직접 보시라고, 진짜 한두권 불량이면 환불 안 받고 돈 날린 샘 치겠다고 했다(내돈인디요). 대신 불량 난 책 사진은 다 찍어놨다고. 보냈는데 실제로도 불량 많으면 그때는 반품도 했겠다,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 법적으로 물건 보냈으니 고소 진행할 수 있고, 소액 재판은 해보니 얼마 안 걸리더라, 라며 해본 척도 하고.
+ 나도 사업하는데 오죽하면 이러겠냐. 직접 봐야된다, 라며 강조하고.

뭐 이런저런 말이 오간 것 같으나

당사자 없이 해결되다 보니 영문도 모른 채 해결됐다.


협상이란 무엇인가. 나는 뭐가 달랐길래 해결을 못 했나.

무턱대고 돈 달라고 우긴다기보단 책 보낸다고 강하게 얘기했어야 됐나.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이 많은 사람이 잘할 수 있는 게 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있다고는 하는데.

이 거친 세상 여전한 개복치는 찜찜하게 떠다닌다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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