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 탈때 마시기 좋아요!
정적의 공간에서 마시는 와인을 상상할 수 있나요?
음악과 와인의 마리아주 (mariage). 와인과 플레이리스트를 골라드립니다.
와인을 더 즐겁게, 더 맛있게 드세요. 단 지극히 개인 취향일 수 있어요.
연애 프로그램의 홍수 그 틈에서 어떠한 연애 프로그램도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남의 연애사 유치할 것이 뻔하고 각본 있는 드라마일 게 뻔하니까, 십여 년 전 원색적인 짝 찾기 프로그램의 연장선 그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달랐나 보다. SNS며 뉴스며 어딜 가나 연애 프로그램 이야기뿐이었다.
짜여진 연애사가 궁금했던 게 아니라,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 같아 왠지 모르게 억울했기에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왕이면 과몰입러들이 많다는 프로그램으로.
환승연애2. 아무리 화제성이 뛰어나다지만 무엇보다도 소재가 자극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주제였기에 궁금했다. 헤어진 X와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하다니. 헤어진 X가 내 눈앞에서 다른 이성과 썸 타는 걸 지켜봐야 한다니 (!) 자극 그 자체였고 몰입도는 상당했다.
예상과 달리 짜여진 대본 같은 건 없었고, 프로그램에선 누군가의 옛날 혹은 오늘을 곱씹게 하는 감정들이 쏟아졌다. 공감할 수밖에 없었고 연애 프로그램에 저항하던 나는 무너졌다.
그리고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술이었다. 그들은 매일 밤 술을 마셨는데 테이블에서 와인이 빠지지 않았다.
역시 썸 탈 땐, 와인만 한 게 없는 걸까? 매일 어떤 와인을 마시는 걸까? 궁금했다.
감정이 엉킬 때에는 와인만 한 게 없다.
소주는 너무 솔직하고, 맥주는 너무 가벼우니까 와인이면 적당한 감정을 드러내기 좋을 것 같다.
1. Submission Cabernet Sauvignon 서브미션 까베르네 소비뇽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에서도, 가까운 와인샵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서브미션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에 익숙지 않은데, 쉽게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추천이다. 미국 까베르네 쇼비뇽 와인이라 상당한 바디감을 가지고 있지만, 부드럽게 느껴지는 과실향 덕분에 바디감에 비해 분위기를 즐기며 쉽게 마시기 좋은 와인이다. 가격 또한 부담 없으니, 데이트할 때 마시기 좋은 레드와인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홍대 드링크잇 2만 원대 ~
2. Schlumberger Cuvée Klimt Brut 클림트 키스 뀌베 브뤼
라벨부터 로맨틱하고 노골적이다. 오스트리아 와인이라 생소하겠지만 마셔보면 곧 익숙하다. 단단하고 힘 있는 기포를 가지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인데, 한 입 마셔보면 서로 쳐다볼 수밖에 없는 - 눈 맞춤하기 좋은 스파클링 와인이다. 사과 향과 함께 피어오르는 시트러스의 상큼한 맛. 혹시 술을 잘 못하더라도 계속 홀짝이게 만들 수 있는 마법의 맛을 가지고 있다. 혹시 이제 썸을 끝내고, 연애를 시작하고 싶다면 클림트 키스 뀌베 브뤼를 마셔보자.
홍대 드링크잇 3만 원대 ~
3. Two HandsAngels' Share Shiraz 투핸즈 엔젤스 쉬라즈
더할 나위 없이 맛있는 와인을 마시며, 데이트를 하고 싶다면 투핸즈 엔젤스 쉬라즈다. 안주 없이 마셔도 될 만큼 훌륭한 플레이버를 가지고 있는 투핸즈 엔젤스 쉬라즈는 와인샵에 쉽게 볼 수 있는데, 그 혹은 그녀와 데이트하며 마실 와인을 함께 고르러 가는 중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멋있게 이 와인을 골라보자. (늘 마셔왔던 와인인 것처럼) 검은 과실 향 속에 숨겨진 스파이시한 맛. 우리 관계가 이제 조금 더 무거워져도 되겠다 싶을 때 마셔보도록.
홍대 드링크잇 3만 원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