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 No, 융복합으로 갈께요

커리어스텝2. 주니어 ∙ 미드레벨디자이너

by 비심플


신입 디자이너 시절,

‘나는 비전공 디자이너야.’ 라는 말을 매일 속으로 되뇌었다.



손은 느리지.

잡지 한 페이지 완성하는 것도 왜 그렇게 어렵던지.

그동안 나름 한 안목 한다고 자부하고 살았는데

고급지고 세련된 디자인은 어디로?

그렇게 ‘나는 왜 이렇게 서툴까?’라는 생각이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3년쯤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어려웠던 맥과 툴도 익숙해졌고,

굴욕적인 실수는 경험이 됐다.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대학원 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창의적 사고, 전략적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우자 비로소 자신감이 붙었다.

마음속 ‘비전공’ 꼬리표도 점점 희미해졌다.






비교적 얼마 전일이다.

대학 강사 면접. 한 교수님이 물었다.

“학부에서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셨네요?”



본능적으로 필자의 점수를 깎아내리기 위한 질문이라고 생각한 필자는

두서없는 포장을 하기 시작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전공자를 따라잡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고,

툴도 완벽히 익혔고, 석사 과정에서 디자인 이론도 채웠습니다.

회사에서는 누구보다 밥먹듯이 야근을.... 블라블라....”

(교수님들 일동 웃음)



질문한 교수님, 눈썹 살짝 올리며 한마디.

“요즘 누가 한 가지 전공만 하나요?

외국에서는 일부러 다양한 전공을 합니다.

학부에서 이공계나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석사에서 디자인을 하는 세상이에요.

옛날에는 디자인 학부 출신이라는 명확한 ‘출처’가 중요했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학부시절 전통적 커리큘럼이 디자이너 정체성을 규정하던 시대는 끝났어요.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읽고, 사용자와 사회를 연결하는 복합적 사고가

중요해진 시대죠.”



머리를 쎄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맞다!!!



한때 디자인은 특정 출신을 요구하는 분야였다.

디자인 전공을 이수하고,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 실기와 조형 능력을 갖춘 이들을

‘진짜 디자이너’라 불렀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런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디자인 자체가 더 이상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기술이라던가,

시각적 표현이 아닌 것이다.

복잡한 문제를 풀고,

보이지 않는 흐름을 읽으며,

사람과 기술,

사회와 문화를 연결하는 사고의 도구가 되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과거 ‘비전공자’라 불렸던 배경이 새로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공학을 공부한 사람은 구조적 사고와 시스템 이해가 뛰어나고,

인문학 전공자는 사람과 서사를 읽는 능력이 있다.



서로 다른 경험을 디자인과 만나게 하면,

더 깊이 있는 문제의식과 유연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전통적인 디자인 교육이 제공하지 못했던 넓고 다양한 시선이,

지금의 디자인을 더 강하게 만드는 힘이다.



융복합의 시대,

디자이너는 더 이상 한 전공에 머무르지 않는다.

다양한 학문과 경험을 넘나들며 새로운 길을 열고,

경계 없는 창작자이자 문제 해결자로 진화한다.



기억하자.

‘비전공자‘ 라는 단어 자체가

변화하는 융복합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표현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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