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스텝2. 주니어 ∙ 미드레벨디자이너
작은 광고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나.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수지 씨, 이번 달 말까지 창고 정리 좀 부탁해요.”
훈훈한 박대리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회사 대표느좋! 잇힝!)
“이번 주 금요일까지 세금계산서 정리해놔요.”
옆자리 김과장님은 이미 인상을 쓰고 있었다. (흥? 나도 너 싫어!)
그리고 마지막은 대표님.
“명함 하나 디자인 좀 해줘. 내 지인 거니까, 뭐 급하진 않아.”
(설명이 필요한가, 월급주시는분)
문제는 내 본업.
다음 주 수요일까지 광고 리플릿 납품해야 한다.
누구 말을 먼저 들어야 할까?
솔직히… 잘생긴 박대리님 일부터 하고 싶다.
생각해보자!
만사 제쳐놓고 일주일 내내 창고정리부터 하느라
내 일은 근무 시간중에 도저히 안끝나서 야근을 하고 있는 금요일 저녁 9시.
복도 끝 어둠 속에서 누군가 뚜벅뚜벅 나에게로 다가 오는 것이다.
한참을 쳐다보니 눈 앞에 서 있는 그는 바로 박대리님이였다.
양 손에는 땡땡 초밥이라고 써져 있는 종이 봉투를 들고.
“수지씨 제가 부탁한 창고정리일 때문에 이번 주 내내 야근하신거예요?
너무 고생이 많으시네요. (은은한 미소) 저녁 못드셨죠? 우리 같이 초밥 먹어요.”
그리고 우린 함께 퇴근을 했고.
오늘부터 우리는 1일.
뚜~뚜두뚜 뚜~두두뚜~
필자가 20년 일해보니 그런 일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일 뿐이다.
우리가 드라마를 너무 봤지. 너무 봤어.
이렇게 내 일 제쳐두고 창고만 치우다간
리플릿 납품은 밀리고,
과장님한테 찍히고,
대표님 눈치까지 보게 된다.
그래서! 이쯤해서 우리가 적용해야 되는게 업무 우선순위 설정기준이다.
(갑자기 업무우선순위라.... 표가 나오질 않나 재미없어짐... 원래가 회사 생활이라는 게 재미가 없어요)
1.김과장 세금계산서 – 이번 주 금요일 ->제일 급하다.
2.내 리플릿 디자인 – 다음 주 수요일 -> 본업이다.
3.박대리 창고정리 – 이번 달 말 -> 쪼개서 해도 된다.
4.대표님 명함 – 급하지 않음 ->나중에 여유 있을 때
나는 이렇게 한다.
구글 캘린더에는 마감일 같은 큰일을 기록.
엑셀에는 하루 단위로 업무 시간표를 기록.
중요한 일이 색칠 없이 남아 있으면,
야근해서라도 끝내고 퇴근.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이거다.
정리된 스케쥴노트를 들고 대표님 방으로 가서 말하는 것.
대표님께 현재의 디자이너인 내가 가지고 있는 업무와 데드라인은 이러하며,
업무 협조가 들어온 일들이 이러하다. 그래서 이러한 스케쥴 표가 나왔습니다.
말씀드린 후 ‘대표님께서 지시한 명함디자인은 언제까지 완료하면 좋을까요?’
라고 여쭤 보는 것이 좋다.
그러면 대표님님은 신입디자이너의 업무 우선순위와
스케쥴 관리 능력에 굉장히 흡족해 하시면서
“음, 명함디자인은 급하지 않으니 이달 말 안으로 아무 때나 해주세요”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왜냐하면 명함디자인은 말 그대로 사장님 지인의 부탁이고,
회사 수익창출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일이다.
대표님이 내 업무의 상황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실 뿐이지
우선순위는 디자이너인 내가 매긴 우선순위와 같을 거란 말이다.
그럼 이렇게 대표님 방을 나온 후 명함디자인은 스케쥴이 비교적 여유 있는
이달의 어느 날에 하면 되는 것이다.
대표님 방에 갈때는
이미지메이킹용 안경을 착용하면 더 좋다.
지적인 이미지 완성을 위해 필자는 시력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회의용 안경’을 꼭 책상에 두고 있다.
스타일링이 다소 엉망인 날에는 안경 하나만 있으면,
일에 집중하다 보니 스타일은 무심했지만 결과적으론 멋져보이는 노멀코어 Normcore 완성!
주니어든 미드레벨이든,
디자이너든 아니든,
일은 잘하는 것보다 순서를 잘 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
순서만 제대로 잡자!
야근은 줄고, 평가는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