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와 우도에 고립되다
나는 공립 교사다. 교사다 보니 학기 중에 연차 사용이 자유롭지 못해 여행을 늘 미룬다. 그래서 늘 방학에는 하나의 지역이나 나라를 정해 오랫동안 머무는 여행으로 시간을 보낸다. 쉼에 대한 욕구를 차곡차곡 모아뒀다가 방학 기간에 터뜨리는 셈이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3주 간의 오프라인 연수가 있었다. 매일 연수를 듣고 과제와 시험을 해내야 했기에 이번만큼은 여행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연수가 끝나니 설 명절이 있었고 길어진 연휴 탓에 부모님 댁에 더 일찍 방문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이번 방학은 부모님 댁에서 K-장녀로서 얌전히 지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어느 날 눌려 있던 나의 여행 욕구를 콕 찔러 터뜨리는 한 남자가 나타났다.
고작 일주일 만난 남자였지만, 이 남자의 제안에 나는 불안함과 설렘을 동시에 느꼈다. 결국 기나긴 설 명절이 끝나는 날, 제주도에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3박 4일의 제주도 여행이 6박 7일의 여행으로 변할지 몰랐다. 아니, 우도라는 섬에 4박 5일 동안 고립되는 앞날을 예상하지 못했다.
관광객이 드나드는 길이 막힌 섬은 정말 다른 세상이었다. 입고 있는 옷 한 벌 뿐이었던 우리가, 아무도 없는 섬에서 할 수 있는 게 몇 개나 있었을까. 잘 알지 못하는 남자와 갑자기 섬에 갇히다니, 게다가 나흘 뒤에나 제주도 본섬으로 나갈 수 있다니, 이 모든 상황이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더 믿기 어려운 상황이 생겼다. 그 남자와 고립된 아름다운 섬에서 우리는 죽음을 선택한 자를 함께 목격했다.
[1장. 일주일 만난 남자와 여행하기]
01. 어쩌다 그 남자와 여행하게 되었나
02. 제주도 가서 뭐 하려고?
[2장. 우도 고립기]
03. 아무도 없는 섬
04. 옷 한 벌로 5일 버티기
[3장.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야]
05. 아름다운 섬에서 목격한 죽음
06. 처음 타본 경찰차
[4장. 달라진 것들]
07. 잠이 오지 않아
08. 다르게 보이는 사소한 것들
1장에서는 일주일 만난 남자와 제주도를 여행하게 된 과정을 다루고, 2장에서는 제주도 우도 섬에서 갇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3장에서는 우리가 함께 목격했던 죽음에 대한 충격과 그럼에도 우도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고,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죽음을 목격한 후 느꼈던 충격과 이러한 경험이 그 남자와 나에게 가져다준 생각과 영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익숙하지 않은 남자와 일주일 만에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지에서 고립되고, 고립된 곳에서 생면부지 타인의 죽음을 마주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지만 누구나 경험하지는 않는다. 비현실적 상황들이 연속되다 보니, 내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강한 바람으로 인해 추위를 느끼고,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로 인해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자각하니 현실과의 괴리감이 몰려왔다.
공포와 아름다움이, 절망과 행복이 공존했던 그 남자와의 우도 고립기를 이제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