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와 우도에 고립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를 가고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하듯, 취업을 하면 결혼을 하는 모두에게 비슷한 삶의 그래프. 그게 내 인생에도 당연히 순차적으로 그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바로 취업을 할 수는 없듯이, 취업을 했다고 해서 바로 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니고 싶은 직장을 고르듯이 나와 함께 가정을 꾸릴 사람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야겠다는 고집을 꺾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만나는 낭만에 빠져있다가는 가정을 함께 꾸리고픈 이성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낭비할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성하듯 시작한 수차례의 소개팅. 그러나 큰 재미가 없었다. 이성이 없어도 이미 즐거운 내 삶의 패턴이 생겼고, 그걸 방해받아도 좋을 만큼의 상대를 소개팅에서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일 하세요?", "취미는 뭐예요?",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와 같은 소개팅 필수질문만 수차례 주고받다 보니, '감정'이란 녀석이 전혀 생기지 않았고, 잘 지내는 나의 모습을 감탄하는 상대방의 모습들만 기억에 남았다. 소개팅도 옷을 차려입고, 만날 장소를 정하는 등 에너지를 쓰는 일이다 보니 큰 기대감 없는 만남을 여러 차례 하는 데에도 지쳐갔다.
그냥 노처녀가 되어도 좋으니 소개팅 같은 형식적인 만남을 그만해야겠다고 결심하며 마지막으로 나간 자리. 그곳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퇴근하고 부랴부랴 내가 사는 곳 근처 카페로 오고 있는 그 남자를 집에서 기다리며, '아, 이제 진짜 끝'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느 소개팅처럼 큰 마음을 두지 않았던 나는 우리가 만날 시간을 착각해 첫 만남에 지각을 했다.
"제가 착각했나 봐요. 바쁘게 오시지 않아도 되는데, 고생하셨어요."
그 남자는 예쁜 말로 지각한 나를 배려했다. 그렇게 우리는 딸기케이크를 먹으며 여러 가지 대화를 했다. 그 남자는 딸기케이크를 좋아했다. 그 남자는 집에서 금붕어 한 마리와 작은 야자를 키웠다. 금붕어의 이름은 '빵빵이', 그리고 야자의 이름은 '뾰족이'. 그리고 자동차에도 애칭이 있다고 했다. 어쩌면 나보다 더 순수해 보이는 그 남자,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않아도 우리의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소개팅 필수질문보다는 서로 사는 얘기를 하며 그때그때 생각나는 질문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2시간이 지났다. 그 남자는 "벌써 2시간이 지났네요. 우리 슬슬 일어나 볼까요?"라고 말했다. '에잇 뭐야. 아직 몇 마디 못 나눴는데. '라고 생각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아쉽지만 별 수 있는가. 그저 매너 좋은 남자와 짧은 대화를 한 것으로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는 길에 그 남자의 미소를 떠올렸다. 세상에 웃는 모습이 어쩜 그렇게 예쁜 남자가 있을까. 그가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함께 웃게 되었다. 그렇지만 왜 자리를 그렇게 빨리 마무리했을까, 즐거웠다면 2시간이 아니라 4시간도 모자란 거 아니야? 분위기 좋다 생각한 건 나의 일방적인 생각이었구나.
그렇게 30분이 흘렀을까. 그 남자에게 카톡이 한 통 왔다.
"카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