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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메랄다 Sep 20. 2023

혼자 놀기

소소한 에너지원

요리 20분 , 식사시간 20분 , 정리 20분만 잡아도 한 끼에 한 시간  

출근 전 후 틈이 나면 청소를 하고 깨끗하고 보송하게 침구를 정리하고 나면 상쾌하다.

후다닥 만든 반찬도 제법 먹을 만해 .

얼마 전에는 인생 첫 간장게장을 담가 지인들과 나누어 먹으며  "  나 주부 다 됐잖아" 하고 뿌듯해했다.


만약 누군가 육아 중 언제가 가장 행복한때를 묻는다면

아이가 입술을 달짝대며 밥을 먹을 ,

말간 얼굴로 새근대며 자는 소리를 들을 때도 행복하지만

에게 있어 육아의 꽃은 아이가 유치원 하원 버스에서 내려 두 팔 벌려 나에뛰어오는 그 순간.


그 5초 남짓한 찰나 나의 모든 근심걱정은 흩어져 사라지고 오롯이 사랑과 행복, 따뜻함만을 느끼며 아이를 품에 안는다.

비로소 십 년 만에  이제 워킹맘의 일상에 적응하여 평온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걸까.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캐빈에 대하여"에서 이런 대사가 다.

익숙한 거랑 좋아하는 거랑은 달라. 엄만 그냥 나에게 익숙한 거야."


영화와 다른 점은 아이와 나 , 우리가 서로 깊이 사랑함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여전히  육아와 집안일이 좋다기보다는 익숙할 뿐이라 때때로 괴롭다. 바닥난 에너지는 한가지만으로 충전 될 수없다

늦잠을 자고, 음악을 들으며 방해받지 않고 본격적인 게으름을 피우고, 책을 읽고 혼자 글을 끄적이는 부산하고 하찮을 정도로 소소하며 산만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혹시 지인과 별 목적 없이 얘기를 나누기 위한 외출은 쟁취했다면 그날은  운수가 좋은 날이다.


믿기 어렵게도 짬짬히 이런 정도의 글과 그림을 그리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으며 가능성이라고는 아무도 안 읽을 가능성뿐인 이 행위가 무슨 힐링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요 근래 취한 휴식 중 가장 질적으로 만족스럽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먼 훗날 힘들었지만 역시 아이가 어릴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한때였어하며 인간다운 망각을 하며 그리워하는 순간,  이 글을 꺼내어 읽으며

아니지 참, 역시 지금이 좋아, 하고 생각을 고쳐먹게 해 줄 처방전이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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