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ginning of Space Branding
"경이로운 공간 하나로 프라다는 ‘프라다의 럭셔리’가 무엇인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프라다 플래그쉽 스토어로
2001년 뉴욕 맨해튼 소호지역에 스페이스 브랜딩 공간이 탄생했다. ‘New York Prada Epicenter’라는 프라다 플래그쉽 스토어이다. 저자는 이 공간을 진정한 현대적 ‘스페이스 브랜딩’의 시작으로 삼는다.
한때 미국 미술을 세계의 중심지로 이끌고 미술거리로 선도적 거리였던 소호에 있던 구겐하임 미술관 분점을 프라다가 플래그쉽 스토어로 대중에 선보인 것이다. 그런데 스토어의 접근은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전혀 스토어 같지 않은 스토어이다.
프라다는 바닥 면적당 가격이 엄청난 맨해튼 소호의 1층 바닥의 거의 반을 뚫어 면적을 없앴다. 마치 스케이트 보드 경기장 ‘하프파이프Half-pipe’와 같은 형상의 나무 커브로 1층과 지하공간을 직접 연결시켰다. 엄청난 면적의 낭비, 이 경이로운 공간의 형상하나로 프라다는 ‘프라다의 럭셔리’가 무엇인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프라다의 부활을 위한 ‘공간’
이 플래그쉽 스토어 구축에는 당시 4천만 달러, 한화로 480억원의 비용을 지출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프로젝트는 프라다가 거의 파산에 직면했을 때 프라다에 새로운 피를 수혈 시키려는 사활을 건 프로잭트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프라다의 사활을 브랜드가 대중에게 새롭게 다가가는 방식으로서 '제품'이 아닌 ‘공간’을 택했다. 새로운 ‘공간’으로 프라다의 부활을 결정한 사람은 바로 프라다 창업주의 손녀이자 프라다 수석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 Miuccia Prada였다.
미우치아는 온라인 쇼핑의 확산으로 인해 물리적 장소로서의 스토어 공간의 위상이 사라져 가는 시기에 프라다의 공간적 지향성을 고민하였다. 그녀는 박물관, 도서관, 공항, 병원 및 학교가 점점 쇼핑센터와 구분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상업공간은 더 이상 구체적인 목적을 성취하는 수단으로 존재하기 어려움을 알고 있었다.
아이코닉 건축가의 선정
그녀는 뉴욕의 새로운 플래그쉽을 구축할 공간으로 먼저 소호의 구겐하임 분점으로 정해놓고 램콜하스Rem Koolhaas를 찾아갔다. 샤넬 등의 럭셔리 브랜드 건축가로 유명한 피터마리노Peter Marino와 같이 이미 검증된 디자이너를 선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당시까지 럭셔리 브랜드 공간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건축가를 택했다. 램콜하스는 매 프로젝트마다 실험적인 작업으로 충격적이고 낮선 건축을 선보였던 OMA 건축사무소의 리더 였다. 미우치아는 램콜하스가 프라다를 구원해줄 디자이너로서 도전적인 결정을 하였다. 그녀의 용기는 프라다의 성공적 회생에 밑거름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아이코닉한 브랜드 프라다와 아이코닉 건축가 램콜하스와의 만남으로 탄생한 공간은 대중의 관심을 크게 일으켰다. 당시 젊은 여성들에게 영향력을 크게 미치고 있었던 TV드라마 섹스인더씨티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공간이 활용되면서 프라다의 인상을 매우 새롭게 대중에 선보인 것이다.
스토어에 대한 프라다의 확신
램콜하스는 미국 블룸버그 TV 찰리로즈Charlie Rose쇼의 인터뷰에서 프라다 탄생의 비화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 미팅에서 미우치아는 “우리는 당신이 프라다의 방식을 다시 재연하기 원치 않는다. 당신이 우리의 쇼핑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주길 바란다. 우리는 전혀 다른 쇼핑공간의 이미지를 원한다.”고 했다.1)
당시 램콜하스는 1997년부터 1998년까지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연히도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도시 생활의 일차적인 모습으로서 쇼핑현상에 대한 연구하였다. 또한 그를 바탕으로 소비환경의 진화와 도시화에 관한 책 <The Harvard Design School Guide to Shopping>을 저술 중이었다.
<The Harvard Design School Guide to Shopping> Harvard Design School Project on the City, 2002
그는 자신이 아직 프라다의 새로운 쇼핑공간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미우치아에게 3개월간 프라다의 쇼핑공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방향을 제안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가 일을 맡을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요청한 것이다.
램콜하스는 만약 3개월 후 그가 제안할 미래 쇼핑공간의 방향에 서로간의 확신이 선다면 함께 일을 해보자고 하였다. 램콜하스는 사이트 분석을 통해 소호는 문화적 장소로서 문화와 커머셜 스토어들이 조각보처럼 모여 있음을 발견하였다. 3개월의 스터디를 통해 램콜하스는 프라다의 럭셔리를 5개의 컨셉으로 정리하였다.
1) Luxury is ‘Attention.’ = 놀라운 인상
2) Luxury is ‘Rough.’ = 거친재료
3) Luxury is ‘Intelgence.’ = 디지털 인터렉션
3) Luxury is ‘Waste.’ = 공간적 낭비
4) Luxury is ‘Stability.’ = 다양한 활용
럭셔리의 새로운 정의 '스페이스 브랜딩' 공간 의 탄생
결국 3개월 후 램콜하스는 쇼핑공간이면서도 소비지향적 기존의 쇼핑공간과는 전혀 다른 공간을 제시하였다. 그것이 20년이 지난 현재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프라다의 압도적인 경험의 스페이스 브랜딩 공간이다. ‘New York Prada Epicenter’는 브랜드 프라다의 총체적 감각경험들이 펼쳐진다.
이곳 플래그쉽의 주인공은 프라다 상품들이 아니라 공간자체가 주인공이다. 갤러리의 설치미술처럼 유희적 공간적 경험 과정에서 고객들은 프라다의 상품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방식과 관련하여 미우치아 프라다는 “예술은 스토어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램콜하스는 3개월간의 소매경험 재발견 연구를 통한 결과로 1층에 상품 디스플레이를 최소화 화고 모든 쇼핑활동은 지하층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1층은 마치 기다란 성당과, 미술관을 합친 듯하다. 주 출입구에 들어서면 도시의 한 블록을 모두 차지하는 건물 전체길이의 한쪽 벽면은 매 시즌별 거대하고 강력한 이미지로 공간에 변화를 부여한다.
그 벽면은 어떤 시즌에는 프라다의 벽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시즌에는 예술가들과 콜라보레이션한 작품전시 벽이 된다. 이 기다란 벽면, 아날로그 미디어월은 시작 부터 지금까지 매년 시즌별로 뉴욕 디자인 컨설팅사인 '2X4'가 맡아서 디자인해 오고 있다.
스토어의 공공성을 통한 스페이스 브랜딩
고객은 들어서자마자 공간 전체에 걸쳐 천장에 매달려있는 새장 같은 금속철망과 원통형 투명 엘리베이터를 마주한다. 성스러운 성당에서 성자의 유물을 전시하듯이 독특한 방식의 움직일 수 있는 철망 디스플레이 박스들은 새로운 숭배의 대상, 프라다의 패션 상품들을 담고 있다.
1층을 지배하는 원통형 투명 엘리베이터는 수직적 이동의 목적이라기보다 거대한 디스플레이의 목적을 갖고 있다. 이 원통형 엘리베이터 제작에만 100만 달러에 비용과 10개월의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1층 전체 바닥면적의 반을 뚫어 지하층으로 연결한 하프파이프 형상의 강렬함에는 패션쇼 같은 다양한 행사를 수용할 수 있는 장치들이 숨겨져 있다. 공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찌 보면 불안전하다.
급진적인 형상의 불안전성은 램콜하스의 프라다를 위한 전략으로서 대중을 위한 공공적 활동들을 수용한다. 이 곳은 주말이나 특정한 시간에 영화상연, 음악공연, 패션쇼, 강연, 갤러리 등의 장소가 된다. 변화무쌍한, 운영 프로그램으로 ‘New York Prada Epicenter’는 늘 새롭고, 유혹적인 공공적 장소가 되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말한다. "좋은 취향은 지루하다. 기본적으로 나쁘고 틀린 것을 가지고 작업해야 한다."2) 에픽센터의 공간적 인상과 운영 프로그램은 미우치아가 말한 PRADA의 ‘Why’를 명확하게 스페이스 브랜딩하고 있다.
<5줄 요약>
"경이로운 공간 하나로 프라다는 ‘프라다의 럭셔리’가 무엇인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우리는 당신이 프라다의 방식을 다시 재연하기 원치 않는다. 당신이 우리의 쇼핑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주길 바란다. 우리는 전혀 다른 쇼핑공간의 이미지를 원한다.”
"에픽센터의 공간적 인상은 미우치아가 말한 PRADA의 ‘Why’를 명확하게 스페이스 브랜딩하고 있다."
"공간형태의 불안전성은 램콜하스의 프라다를 위한 전략으로서 프라다의 공공적인 활동들을 수용한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예술은 스토어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주연 <스페이스 브랜딩> pp26-29
1) Rem Koolhaas Interview(2002), from https://www.youtube.com/watch?v=TGAGkZrWzHI
2) ‘김제환, 경계를 넘나드는 능력’, from https://lightcebu.org/2017/02/06
김주연
jykim@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