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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성’_스페이스브랜딩 제4원칙

'Topical'

"최고의 럭셔리는 스토리를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영화 Breakfast at Tiffany's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첫 장면은 뉴욕 맨해튼에서 이른 아침 택시에서 내린 헵번이 티파니 매장 앞에 서서 봉지에 든 빵과 음료를 먹으며 티파니의 보석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의 눈은 마치 다가갈 수 없는, 그렇지만 다가가고 싶은 위치에 대한 욕망을 보여 주는 것 같다.


 <Breakfast at Tiffany's> from https://www.paywebs.xyz

2017년 티파니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던 오드리 헵번의 그 영화 속 건물에서 아침을 먹는다는 상상을 구현한 브런치 공간을 만들었다. 결혼율이 감소하고 인조 보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전통적 주얼리 비즈니스는 위기를 맞고 있었다. 티파니는 전략적으로 티파니의 헤리티지라고 할 수 있는 영화를 활용해 화제성의 공간을 창조한 것이다.


헤리티지를 통한 화제성 ‘티파니 블루박스 카페’


티파니는 새로운 공간의 경험을 통해 티파니의 비즈니스 영역을 전통적 보석에서 액세서리와 실버 웨어로 확장시키고자 했다. 매장의 이름은 ‘티파니 블루박스 카페’였는데,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현대적 티파니의 럭셔리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티피니 블루 박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심장박동수가 22%상승한다는 통계가 있다.1)


Blue Box Cafe at Tiffany New York from https://www.vanityfair.com


카페 공간은 놀랍게도 티파니의 보석 패키지인 블루박스 안쪽을 형상화한 것 같은 공간이다. 벽, 의자, 접시, 소금과 후추통 모두 티파니의 시그니처 색상인 에그 블루egg blue으로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랑하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공간, 블루박스 카페는 입소문을 타며 적어도 한 달 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뉴욕 브런치의 명소가 되었다. 강력한 화제성으로 브랜드 비즈니스 확장을 공간으로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다. 동양에선 2019년 홍콩과 일본 도쿄에 티파니 블루박스 카페가 문을 열었다.







Blue Box Cafe at Tiffany Hong Kong

화제성의 요인은 강력한 공간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고, 티파니의 경우와 같은 역사와 전통을 보여 주는 헤리티지, 설립자의 개인적인 이야기 등 고객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화제성이 공간을 만든 후의 마케팅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제는 공간을 기획할 때부터 설계되어 있어야 하는 스토리다.


천재 디자이너로 불리는 스페인의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은 “최고의 럭셔리는 스토리를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2) 최근 입소문이나 SNS로 브랜드의 인상을 공유하는 고객이 늘면서 화제성의 중요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스페이스 브랜딩을 위한 공간의 화제성을 구축하기 위해 필자는 세 가지 공간 디자인 방식을 제안한다. 기억의 향수, 가치관의 공유, 감동의 공감각이다.


화제성의 방식 #1 기억의 향수


기억의 향수는 친숙함, 친근함과 관련된다. 우리의 일상에서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기억된 이미지를 공간에서 활용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감각 실마리들은 친밀함과 편안함을 낳는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편안함을 선호한다.3)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라는 것이 아니다. 이미 고객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기억을 활용해, 공간과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사람의 뇌와 컴퓨터의 메모리는 정보의 저장이라는 기능의 측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다. 컴퓨터는 입력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저장하지만, 인간의 뇌, 마음은 반대다. 사람은 스스로 판단이나 평가할 수 없는 새로운 정보는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바꿔 말하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맥락상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걸러내 버린다. 사람들은 한 사람의 과거에서 우리 모두의 공통된 추억과 소망과 열망을 이끌어 내는 참신한 움직임을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4)


Promenade Hermes Museum ©김주연

2006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서울에 들어섰던 에르메스의 플래그십 스토어 ‘메종 에르메스 도산공원’의 지하 1층에 자리 잡았던 에르메스 뮤지엄은 숲의 오솔길이라는 기억의 향수를 자극한 사례다. 공간 디자인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아티스트 겸 아트 디렉터, 힐턴 맥코니코Hilton McConnico가 진행했다.


그는 이 뮤지엄을 나무와 빛의 이야기로 채워냈다. 숲의 오솔길을 걸으며 흔히 보았던 나무들이 뮤지엄 바닥의 빛과 어우러져 고요하고 평온하지만 초현실적인 공간의 인상을 만들었다. 이름도 ‘오솔길 에르메스 뮤지엄Promenade Hermes Museum’이다.

Promenade Hermes Museum ©김주연

처음 공간을 보면 그저 숲의 나무들을 보는 것 같다. 그 숲의 나무 기둥 뒤를 돌아보면 에르메스의 3대손 에밀 에르메스Emile Hermes가 수집한 작품들과 에르메스의 역사가 하나하나 숨겨져 있다. 다양한 색으로 염색해 특별히 가공된 가죽으로 덮여있는 나무 기둥들이 만들어 낸 청록색 숲의 놀라운 첫인상을 만들어 낸다.

Promenade Hermes Museum ©김주연

오솔길을 걸어 다니다가 발견하는 기둥의 뒷면에 전시된 역사적 작품들이 공존하는 공간을 통해 에르메스는 자연 존중, 세계 최고의 가죽 공예 기술, 오랜 역사를 스페이스 브랜딩하고 있었다. 현재 파리로 이전한 에르메스의 오솔길 뮤지엄은 기억의 향수를 활용하는 방식이 고객의 마음을 여는 데에 유용함을 보여 주고 있다.


화제성의 방식 #2 가치관의 공유


가치관의 공유는 비즈니스의 가치관과 고객의 가치관이 공간에서 조우하게 함으로써 화제성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 고객은 상품의 기능, 감성적 만족을 넘어 의미를 찾는다. 물질적 충족이 한계치에 달한 오늘날 사회는 갈수록 영적 만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5)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 공정 무역을 통한 제품, 지구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제품 등을 소비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소비가 시장에 영향력을 준다는 확실한 신념을 갖고 소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6)


특히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들이 심각하게 대두되자 이제는 친환경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한 필환경 시대가 되었다. 그동안 ‘하면 좋은 것’이던 환경에 대한 고려는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7)


이제 고객은 기업의 가치관에 반응한다. ESG 경영이 급부상하는 이유이다. 가치관의 공유는 맥락적 장소와 관련이 깊다.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함께 갖고 있는 공간에 대한 기억이나 과거로부터 전해진 공간의 스토리, 역사가 장소, 공간의 무형 자산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공간으로의 브랜딩뿐 아니라, 근대 산업 유산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시의 사회 문화적 관계 속에서 역사적, 미학적, 기술적, 문화적 가치를 보여 주는 것 역시 공동체에 기여하는 방법이다. MZ세대가 쿨하다고 여기는 과거의 유휴 공간에서 잠재적 가치를 발견하고 비즈니스 가치관과의 접점으로 삼으면 화제성을 만들 수 있다.


지역적 건축재료의 창의적 사용으로 화제가 된 공간이 있다. 일본 도치기현에 초쿠라 프라자Chokkura Plaza라는 마을회관이다. 그 지역은 ‘오타니석’ 이라고 부르는 건축용 석재 생산으로 유명했던 지역이다. 오타니의 돌은 제주도 현무암처럼 구멍이 많은 하얀 돌로서 가벼워, 석재 건축이 활발하던 시절에는 큰 인기를 누렸던 재료이지만 현재는 사용자들이 없어 생산을 거의 하지 않는다.

Chokkura Plaza design by Kengo Kuma ©김주연

마을사람들은 석재출하를 위해 사용되었던 철도면 창고 부지에 마을회관 짓기로 하고 건축가 켄코쿠마Kengo Kuma에게 설계를 의뢰하였다. ‘자연스런 건축’을 하고자 했던 그는 오타니석 기존 창고부지의 건물을 부수는 대신, 창고를 지었던 석재를 업사이클링하는 디자인을 제시했다.

Chokkura Plaza design by Kengo Kuma ©김주연
Chokkura Plaza design by Kengo Kuma ©김주연

기존 직사각형의 석재모듈에서 조금씩 잘라내 ㅅ자로 만들고 그 석재와 철판 구조재를 조합함으로서 독특한 반투병 돌 벽 시스템을 만들었다. 2006년 도치기현 오타니석이 갖고 있던 독특한 느낌의 소재적 가치를 새롭게 일깨워주면서도 석재 건축이 갖는 시각적 폐쇄성의 단점을 극복한 그 디자인은 매우 강렬한 그래픽적 인상이 되었고, 그 디자인 이야기와 함께 전 세계의 화제가 되었다.

Chokkura Plaza design by Kengo Kuma ©김주연
화제성의 방식 #3 감동의 공감각


감동의 공감각이란 놀랄 만한 탄성의 공간으로 화제성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감각synesthesia이란 공간적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의 연관성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땡땡이 할머니’로 유명한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가 만든 공간 설치 작품들은 놀라움과 탄성을 자아낸다.

An installation “In Infinity” by Yayoi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대표적인 분야인 순수 예술과의 협력은 비즈니스에서 공간의 부가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우리가 아름다운 예술품을 보고 매력을 느끼는 것은 기능 때문이 아니라 감성적 느낌이 우리를 잡아끌기 때문이다.8)


예술 작품들은 감성을 자극하는 결정적인 열쇠를 갖고 있다. 특히 최근의 예술 작품들은 공간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순수 예술 작품들이 비즈니스와 협업한다면 화제를 일으키는 공간 브랜딩이 가능하다. 일본 데시마豊島섬의 ‘일 벤토Il Vento’라는 작은 카페는 순수 미술의 힘을 보여 주는 사례다.

Il Vento Cafe by artist Tobias Rehberger ©김주연

카페는 일반적인 일본식 목조 주택을 활용하고 있다. 특별히 카페의 공간을 위해 구조적인 변형이나 공간을 디자인하지 않고 독일 조각가인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놀라운 공간을 탄생시켰다.

Il Vento Cafe by artist Tobias Rehberger ©김주연
Il Vento Cafe by artist Tobias Rehberger ©김주연

레베르거는 공간에 옵아트와 비슷한 강렬한 그래픽으로 혼돈의 힘을 만들어 내는 작가다. 일 벤토 카페는 1층은 선, 2층은 점의 강렬한 그래픽으로 카페 공간 전체가 경쾌한 유희적 공간이 되었다.



<5줄 요약>


"최고의 럭셔리는 스토리를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화제성이 공간을 만든 후의 마케팅 활동이 아니다. 화제는 공간을 기획할 때부터 설계되어 있어야 하는 스토리다."


"이미 인지하고 있는 감각 실마리들은 친밀함과 편안함을 낳는다. 사람은 편안함을 선호한다."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함께 갖고 있는 공간에 대한 기억이나 과거로부터 전해진 공간의 스토리, 역사가 장소, 공간의 무형 자산이다."


"우리가 아름다운 예술품을 보고 매력을 느끼는 것은 기능 때문이 아니라 감성적 느낌이 우리를 잡아끌기 때문이다."




김주연 <스페이스브랜딩> PP83-90

1) Interbrand, 'Tiffany & Co. : 티파니와 22%의 비밀', from https://www.interbrand.com/kr/views/tiffany-co-티파니와-22의-비밀

2) 조선닷컴, 최보윤기자, "상상하라, 아이처럼… 그것이 곧 디자인이다", 2015.04.16.,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15/2015041502662.html

3) 이정명 옮김, 댄 힐 지음, "감각 마케팅", 비즈니스북스, 2004.8.10., 75쪽

4) 윤영호 옮김, 제임스 H. 길모어·B. 조지프 파인 2세 지금, "진정성의 힘", 2010.12.1., 98쪽

5) 안진환 옮김, 필립 코틀러 지음, "Market 3.0", 타임비즈, 2010.4.30., 47쪽

6) 김지현, ‘가치기반 공간디자인 마케팅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6.2., 20쪽

7) 김난도 외 8인 지음, "트렌드 코리아 2019", 미래의 창, 2018.10.24., 10쪽

8) 김민주 옮김, G.L.롱지노티 뷔토니 지음, "드림케팅", 위즈덤하우스, 2007.7.20., 22쪽,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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