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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 존재의 이유와 가치

Space =The reason and value of existence

고객들은 공간 속 유희로 일상의 결핍을 채우고 브랜드와 동화된다.

고객은 먼저 감지하고 느낀다

댄힐Dan Hill은 인간은 ‘감지하고-느끼고-생각하고-행동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생각하고-행동하게’하기 전 먼저 ‘감지하고-느낀다’는 것이다. ‘생각하고-행동한다’는 것이 인간의 이성적 활동이라면 ‘감지하고-느끼는’것은 감각, 감성적 활동이다.1)


공간에서 우리는 소위 말하는 룩앤필Look & Feel로서 직관적으로 어떤 것을 ‘감지하고-느낀다.’ 세계 각국 애플스토어에 공통적으로 감동하는,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가 투명 유리계단이다.


New York 5th avenue Apple Store from https://objectspacebuildingplace.wordpress.com/2015/08/20/5th-avenue-apple-store


애플 스토어의 핵심 인상장치

초현실적 유리계단은 그 단순한 인상 하나로 극명하게 애플의 첨단 기술력과 미래지향성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매우 복잡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단순하게 표현되었을 때 감탄을 한다. 거기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음을 직관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2)


애플 스토어 유리계단은 스티브 잡스에 의해 개발된 공간적 장치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난 후 NEXT시절 사옥의 입구로비를 직원, 고객 등 사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체험적으로 핵심적 인상 갖기를 원하였다.


NEXT 사옥에 극적인 공간적 인상을 위해 잡스는 건축가 아이엠페이I.M. Pei에게 엘리베이터 위치를 바꾸면서까지 확실한 공간의 인상을 만들게 하였다. 그는 페이에게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계단을 디자인해 달라고 구체적 주문을 하였다. 잡스가 바랐던 바로 그 '공간적 인상' 유리계단이 이후에 애플의 스토어의 핵심 감각요소가 되었다.3)


Fifth Avenue Apple Store by Foster + Partners from https://www.dexigner.com/news/32433

Apple store in Istanbul by Foster + Partners from https://www.dezeen.com/2014/05/15/apple-store-istanbul-turkey-foster-partners/


Apple store in Milan by Foster + Partners from https://www.archivibe.com/not-just-the-same-apple-store-in-milan-by-foster-partners/


공간 = 브랜드 인격

스스로 방문한 공간에서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의미와 재미를 느낀다. 공간속 유희가운데 어떤 때는 평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만들기도 한다. 고객들은 공간 속 유희가운데 일상의 결핍을 채우고 브랜드와 동화된다. 레슬리 드샤나토니Leslie de Chernatony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구성 요소를 비전, 문화, 인격의 세 가지로 설명한다.4)


먼저 브랜드 비전은 브랜드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비젼은 브랜드 매니저 등 선구적인 개인에 의해 전략적으로 선정된다. 브랜드 문화는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 주는 것으로, 브랜드 비전과 함께 계획된다. 브랜드 문화는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담아 브랜드의 비전을 성취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My Zeil modern shopping center in Frankfurt ©김주연


브랜드 비전과 브랜드 문화는 브랜드와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반영하는 브랜드 인격personality에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 분야의 석학 데이비드 아커David Aaker는 공간이 시각적인 메타포metaphor로서 은유가 강력한 형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한다.5) 브랜드와 정서적으로 연결된 공간처럼 브랜드의 인격적 ‘다움’ 강화를 위한 강력한 은유적 수단은 없을 것이다.


공간 방문은 인상의 기회

브랜드에 공간적 인상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뇌의 해마체가 평범한 것 보다는 ‘생생하고’, ‘뚜렷한’ 자극에 더 흥미를 갖기 때문이다.6) 고객은 체험을 통해 브랜드와의 유대감이 손쉽게 형성된다. 그러므로 기업이나 브랜드의 공간이거나 기업이 운영하는 모든 공간들은 전체적 기업의 ‘다움’과 연결되는 적절한 경험적 요소들을 신중히 계획하여야 한다.7)


기업의 공간이란 브랜드와 연관된 공간적 환경으로서 건물, 조경, 사무실, 공장, 플래그 쉽 스토어, 로드숍, 팝업스토어, 전시장, 전시부스, 디스플레이 등 브랜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모든 공간적 상황을 포함한다. 고객이 공간을 방문하는 기회를 기업은 ‘인상’으로 확실하게 고객의 마음속에 들어가야 한다.


기업이 마련한 공간에 방문하기 위해 고객은 시간과 교통비를 지불한다. 그 시간과 돈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고객이 체험하지 못한다면 기업에 대한 인상은 기업의 기대와 목적과는 상반된 결과를 낳게 된다. 고객의 기대가 충족 안 되면 신뢰가 무너지고, 그것은 SNS를 통해 반기업 정서로 표출된다. 이 점이 브랜딩을 위한 스페이스의 조성이 신중하고 섬세해야 하는 이유이다.

 

공간 = "존재의 이유와 가치'

스페이스 브랜딩을 위해 기업은 다른 브랜드와 확실히 구별되는 브랜드만의 독창적인 공간적 취향을 창조해야 한다. ‘독창적’이라 함은 ‘근본이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회사들을 모방하거나 시장 트렌드의 유행을 단순히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움’과 같은 자기 스스로의 ‘존재의 이유’, ‘존재의 가치’ 레종 데트르raison d’être를 확실히 갖고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8)


고객은 구체적인 경험에 많은 감각이 동원되기를 바라며 즐길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 현대 경험중심 비즈니스에서 고객을 상상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다움’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하는가에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기업은 공간을 만듦에 있어 이전처럼 그 공간이 단지 효율적이면서도 다른 경쟁자들의 공간들보다 상대적으로 멋있다거나 좋아 보이는 것만으로 차별화 했던 방식은 이제 충분하지 않다.


Lewis-Sigler Institute by Rafael Viñoly ©김주연


브랜딩 관점으로 공간은 전략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사람이 자신의 얼굴이나 옷을 신중하게 다루는 것처럼 기업의 모든 공간의 구축과 관리는 ‘존재의 이유’에 따라 철저하게 전략적이고 섬세해야 한다. 단순한 멋진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경험을 더해 줄 수 있는 곳으로서 고객이 기쁨을 넘어 자신에게 의미,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야 한다. 그 공간을 통해 브랜드는 존재의 이유를 증폭시키고 브랜드를 견고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5줄 요약>


"사람은 ‘생각하고-행동하게’하기 전 먼저 ‘감지하고-느낀다’. ‘생각하고-행동한다’는 것이 인간의 이성적 활동이라면 ‘감지하고-느끼는’것은 감각, 감성적 활동이다."


"우리는 매우 복잡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단순하게 표현되었을 때 감탄을 한다. 거기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음을 직관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공간 속 유희로 일상의 결핍을 채우고 브랜드와 동화된다."


"브랜드와 정서적으로 연결된 공간처럼 브랜드 인격을 표출하는 강력한 수단은 없다.


"스페이스 브랜딩을 위해 기업은 다른 브랜드와 확실히 구별되는 브랜드만의 독창적인 공간적 취향을 창조해야 한다."




김주연 <스페이스 브랜딩> pp14-16

1) 이정명 옮김, 댄 힐 지음, "감각 마케팅", 비즈니스북스, 2004.8.10., 52쪽

2) 정영목 옮김,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청미래, 2011.8.10., 233쪽

3) 안진환 옮김, 월터 아이작슨 지음, "스티브 잡스", 민음사, 2011.10.24., 365쪽

4) 양지윤·김주연 공저, “아이코닉 건축”, 북저널리즘, 2019.6.7., 36-37쪽 재인용

5) 이상민 옮김, 데이비드 아커·에릭 요컴스탈러, “브랜드 리더십”, 비즈니스북스, 2007, 151-153쪽

6) 윤경구·금은영·신원학 옮김, 번 슈미트 지음, "번 슈미트의 체험 마케팅", 2013.12.27., 160쪽

7) 인피니티 그룹 옮김, 번 슈미트 지음, “번 슈미트의 미학적 마케팅”, 2007.6.25., 385쪽

8) 김민주 옮김, G.L.롱지노티 뷔토니 지음, "드림케팅", 위즈덤하우스, 2007.7.20., 268쪽


김주연

jykim@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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