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風病(화풍병)

by 짧아진 텔로미어

花風病(화풍병)


네가 불어온 날부터

꽃잎은 유예된 형벌처럼 나를 빗겨 불다.

늘 어긋난 쪽으로만 리고

내 마음은 그 반대편에 있다.

풍향계 없이 방향을 잃은 꽃잎.

바람만 품어 네 쪽으로 기운 마음

기압골이 깊이 패였다.

흔들리는 꽃잎은

비보다 먼저 른땅을 적시

너를 품은 꽃내음이 흙먼지처럼 풀풀 날렸다.

바람 속에 서면,

너를 감춘 꽃잎이 가시로 돋고

눈을 감으면,

꽃잎이 흔들리고

네 목소리가 피어나는데

눈을 뜨면 너 없는 바람.

뒷모습이 꽃잎처럼 비틀거렸다.

네가 빗겨나가고

내 마음이 붕괴되는 기압골.

몽유병의 궤적을 걷는 마음은

네가 불어오는 높이에서

꽃잎이 흩어진 길을 서성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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