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불어온 날부터
꽃잎은 유예된 형벌처럼 나를 빗겨 불었다.
늘 어긋난 쪽으로만 날리고
내 마음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풍향계 없이 방향을 잃은 꽃잎.
바람만 품어 네 쪽으로 기운 마음에는
기압골이 깊이 패였다.
흔들리는 꽃잎은
비보다 먼저 마른땅을 적시고
너를 품은 꽃내음이 흙먼지처럼 풀풀 날렸다.
바람 속에 서면,
너를 감춘 꽃잎이 가시로 돋고
눈을 감으면,
꽃잎이 흔들리고
네 목소리가 피어나는데
눈을 뜨면 너 없는 바람.
뒷모습이 꽃잎처럼 비틀거렸다.
네가 빗겨나가고
내 마음이 붕괴되는 기압골.
몽유병의 궤적을 걷는 마음은
네가 불어오는 높이에서
꽃잎이 흩어진 길을 서성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