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寓話)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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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자 시인인 마종기 님의 우화의 강이라는 시다.
사람 사이에는 감정이 흐른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마종기 시인은 사람 사이의 정을 ‘물길’로 비유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나 사이에 강이 생긴다는 말이다.
이 시는 '나의 물길은 얼마나 맑은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살다 보면 관계는 자주 혼탁해진다.
오해로, 서운함으로, 혹은 무심함으로.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나의 물길은 어떨까
혹시 내 물길이 다른 이의 물길을 더럽히지는 않았을까.
삶이란 결국 강의 여정 같아서 언젠가는 모두 바다로 흘러갈텐데
그 과정에서 나는
내 물길을 가능한 한 맑게 지켜가길 희망해본다.
말보다 먼저 마음이 닿는 관계를
그리고 영원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물길을 꿈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