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인하 방법
완성차 회사 구매부서에서 일한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적다고 하면 적고, 많다고 하면 많은 그러한 경계에 위치한 경력인 것 같다.
취업준비를 하던 때엔 구매부서에서 일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사실 구매부서가 무엇을 하는 부서인지도 몰랐다. 영업부서와 같은 곳일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연구개발로 지원한 곳들은 전부 탈락되고 유일하게 한 곳만 합격했는데, 그게 구매부서였다.
회사들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직이 점점 유연하게 변하면서. '구매부서'라고 지칭되는 부서가 없는 곳들도 여럿 있다. 하지만 그 역할이 존재하지 않는 회사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반드시 '사는 행위' (Buying)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 내 부서 명칭은 통합되고 변화한다. 삼성전기에서는 영업의 역할을 크게 두 개로 나누어 Sales (영업부서, 기존의 부서이름을 승계)는 현재 계약 중인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Marketing (마케팅 부서)는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받는 역할로 나누었다.
구매부서란?
購(살 구), 買(살 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언가를 사는' 부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필요한 유, 무형적 제품을 요구되는 스펙을 만족하면서 합리적 가격에 구매해서 회사의 재무 개선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구매의 역할은 IT 분야보다는 제조업에서 그 비중이 더 크다. 완성차 회사는 거의 모든 제품을 협력사로부터 납품받는다. 4천만 원의 소비자 판매가로 책정된 차량은 대충 그 반에 달하는 2천만 원이 부품가라고 볼 수 있다. 수익을 올리려면 판매가를 올리거나 아니면 구매가를 낮추면 된다. 그런데 판매가를 올리면 소비자가 사지 않는다. 따라서 구매가를 낮춤으로써 회사의 수익을 향상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분야와 같이 제조업에서는 구매 비용이 크기에 그만큼 절감 효과도 크다.
그럼 제조 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공정 (Process) 개선
어떤 제조라인이 10번의 공정 과정을 거친다고 해보자. 그리고 그 공정에는 4명의 작업자가 투입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공정 과정 수를 10번에서 9번으로 줄이면 설비 비용이 줄고, 제조 시간 (보통 사이클 타임, cycle time이라 부른다.)이 단축되어 제조 비용이 절감된다. 투입되는 작업자 수도 4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줄어든 한 명을 다른 라인에 투입한다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작업자의 숙련도를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제품의 특성에 따라 설비를 변경함으로써 사이클 타임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공정시간에 가장 많이 관계하는 부분이다.
다양한 설비가 있으며, 주요 몇 설비는 아래와 같다.
1. Progressive Die (프로그레시브 금형 설비)
-특징: 한 금형 안에서 여러 공정을 연속적으로 진행하여 제품을 제작 (예: 펀칭, 벤딩, 드로잉 등의 공정을 하나의 금형에서 순차적으로 처리)
-장점: 높은 생산 속도. 자동화가 용이하며, 사이클 타임 단축에 효과적
-적용 분야: 금속 부품 생산, 특히 대량 생산이 필요한 곳
2. Transfer Die (트랜스퍼 금형 설비)
-특징: 개별 공정이 독립된 스테이션에서 수행되며, 제품이 각 공정을 따라 이동. 로봇이나 메커니컬 트랜스퍼 시스템이 제품을 이동시킴.
-장점: 복잡한 형상을 제작할 때 유리. 유연한 공정 설계 가능.
-적용 분야: 자동차 부품 제조, 대형 금속 부품 제작.
3. Single Hit Die (단일 금형 설비)
-특징: 한 번의 프레스 동작으로 단일 공정을 수행. 단순한 형상이나 개별 공정을 위한 금형
-장점: 초기 투자 비용이 낮음. 금형 설계 및 제작이 간단
-적용 분야: 소량 생산이나 초기 시제품 제작
4. Compound Die (컴파운드 금형 설비)
-특징: 한 번의 프레스 동작으로 여러 공정을 동시에 수행. (예: 펀칭과 블랭킹을 동시에 수행)
-장점: 공정 통합으로 사이클 타임 단축. 제품 정밀도가 높음
-적용 분야: 고정밀 부품 생산
5. Injection Molding Machine (사출 성형기)
-특징: 열가소성 플라스틱 또는 열경화성 플라스틱을 금형에 주입하여 성형. 자동화된 공정으로 대량 생산에 적합
-장점: 복잡한 3D 형상 제작 가능. 높은 정밀도와 재현성
-적용 분야: 플라스틱 부품 제조 (전자기기, 자동차 내부 부품 등)
6. Die Casting Machine (다이캐스팅 설비)
-특징: 금속(주로 알루미늄, 아연 등)을 용융 상태로 금형에 고압으로 주입
-장점: 복잡한 형상을 고속으로 제작 가능. 표면 마감 품질이 뛰어남
-적용 분야: 자동차 엔진 부품, 전자기기 케이스 등
2. 패키징 및 물류 루트 최적화
제조과정을 마치고 나면 **최소 포장 단위에 따라 제품이 포장된다.
**SPU (Standard Packaging Unit) 또는 SNP (Smallest Neutral Pack)라 한다. 물리적, 경제적 관점에서 최소 단위로 포장된 제품을 뜻한다. 예를 들어 한 박스에 50개의 제품이 포장되었다면, 이 50개가 1 SNP로 설정된다.
그리고 이렇게 포장된 제품은 통상 팔레트 단위로 묶여 출하된다. 17톤 윙바디 트럭에 2단으로 적재되어 있는 것을 3단 적재로 변경하면 그만큼 트럭 운영 횟수가 줄어들어 물류비가 절감되고, 이는 단가에 반영된다. 단, 트럭에 적재된 팔레트를 창고에 보관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하고, 소요량보다 과도한 재고는 비용으로 이어지기에 상황에 따라 적절한 판단이 필요하다.
패키징 최적화와 더불어 물류 루트를 개선하여 단가를 절감할 수도 있다. 제조품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제조하여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한국의 창고를 거쳐 납품되기도 하고, 또는 협력사의 한국 공장에서 마지막 조립공정 및 테스트 검사를 마치고 납품이 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이러한 과정들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면, 해외의 제조공장에서 직납 (Direct)으로 납품받음으로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밀크런 (milk run) 방식으로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과거 우유 배달부는 여러 장소를 순차적으로 방문하여 필요한 양만큼 우유를 배달하거나 회수하면서, 최단 거리로 움직이면서 각 고객의 필요량을 충족하였다. 현대에 들어선 여러 공급 업체를 한 경로에서 방문하여 각 공급 업체로부터 필요한 부품을 수거하고, 이를 중앙 공장으로 운송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이를 통해 중복된 운송을 줄이고, 차량의 적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3. 사급 적용
사급 (지탱할 사 支, 줄 급 給)은 필요한 물품이나 자재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며, 유상사급과 무상사급으로 나누어진다.
유상사급은 한자로는 有償支給, 영어로는 Paid Supply로 불리며, 발주처 (예. 완성차 회사)에서 구매 파워를 활용해 낮은 단가로 대량 구매를 한 후, 협력사 (납품업체)에게 제공한다. 계약에 따라 다르나 보통은 발주처가 선결제하고 이 비용은 협력사에게 청구된다. 이 청구된 비용은 협력사의 조립비, 가공비 그리고 관리비가 포함되어 파트 단가에 반영된다. 유상사급을 통해 구매된 제품은 발주처의 재고자산으로 잡히기에 발주처 입장에서 회계 및 자산 관리 부담이 커진다.
무상사급 (無償支給)은 Free Supply로 불리며, 발주처가 구매 비용을 협력사에게 청구하지 않고 무상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하기에 파트 단가에 이 비용은 반영되지 않는다. 유상사급과 달리 협력사에서는 사급 제품 비용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에 초기 발생 비용이 줄어든다. 다만, 무상사급의 경우에는 협력사에서 발생하는 관리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계약서 상에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급을 영어로 Imposed Supply로 표현하기도 한다. 협력사의 동의 없이 발주처가 특정 부품을 강제로 제공하거나 지정하는 상황을 의미할 때 쓰인다. (발주처가 "이 부품은 우리가 지정한 공급처에서 구매해서 사용해라"라고 강제하는 경우)
특히 유상사급의 경우, 발주처가 자재를 구매해서 협력사에 제공하는 방식에서 발주처가 더 큰 권한을 가지므로 Imposed라는 뉘앙스가 자연스레 포함된다.
하지만 Paid Supply나 Free Supply가 사급 개념을 나타내는 데 있어 더 적합한 표현이다. Imposed는 강제성을 강조할 때 쓰면 좋다.
4. 사양 다운그레이드
제품의 사양을 낮추어 구매단가를 인하하는 방법도 있다. 신차가 출시되고 6개월 정도 지나면 사양 변경 및 인하 검토가 진행된다. 고객들이 눈치를 못 채거나, 알게 되더라도 큰 영향은 받지 않는 선에서 하나씩 사양을 낮추고 때로는 제거한다. 이런 다운그레이드는 큰 파도에 작은 파도가 파묻히는 식으로 연식 변경이나 **페이스 리프트 (Facelift) 때 적용하기도 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외관과 일부 사양을 소폭 변경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통상 외관을 중심으로 부분적인 변화를 가리키며,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아닌 기존 모델의 업데이트라고 할 수 있다. 전면부(그릴, 헤드램프, 범퍼)와 후면부(테일램프, 범퍼) 디자인 변경이 이루어지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같은 주요 사양이 개선된다. 그런데 역으로 다운그레이드도 반영하는 것은 완성차 회사의 의도적 개입으로 볼 수 있겠다.
한 달에서 두 달에 한 번 정도 아이들을 데리고 전시회를 갔다 옵니다. 저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 하는 일도 미술, 예술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꽤 비싼 비용을 내고 갔다 와도 남는 게 없을 때도 있고요. (특히 아이들이 언제 집에 가냐고 할 때 더 크게 느낍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가보고, 조금 관심도 내어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집니다.
내가 잘하는 것만 할 때는 나는 '잘하는 사람'이 됩니다. 잘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게 지나친 자신감으로 이어지면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내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은 틀렸다고 말하게 됩니다. 조금만 방향을 바꿔 보면 나는 너무 '못하는 게 많은 사람'인데 말이지요.
나를 신뢰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면, 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