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실보다 상상에 의해 더 자주 고통받는다. We suffer more often in imagination than in reality.
-세네카 Seneca
협력사의 요청
지~이잉, 지~이잉. 협력사 담당자가 전화를 하였다. 왜 했지? 전화를 받기도 전에 어떤 말을 할지 감이 왔다.
"안녕하세요, 오늘 혹시 시간 되시면 찾아뵙고자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네, 오후에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혹시 무슨 일로 오시는 걸까요?"
"여름휴가 전에 인사 한번 드리려고요. 그리고 저번에 해결이 덜된 일들도 좀 더 이야기해 보고 싶고요"
역시... 바라는 게 있으니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도 오려는 거겠지. 자 그럼, 회의를 어떻게 이끌어 가면 좋을까?
협력사와는 여러 이슈가 발생한다. 프로젝트 소싱 단계 때부터 EOP (End of Production)까지 비즈니스가 몇 년간 이어지기에 이슈가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 없다. 결국 이슈가 없어야 하는 게 아니라 일들이 터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다.
이번에 협력사에서 방문하는 목적은 파트 단가를 올려 달라는 것이다. 사유인즉 파트 공급이 너무 오래되었고, 그 기간 동안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감안되지 않아 적자가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품 변경 과정에서 불용재고가 발생하여 이에 대한 처분도 요청되었다.
미팅
어느 정도 현황을 정리하고 회의에 참석하였다.
"아이고,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휴가가 오기 전에 이렇게 인사도 해야죠"
소소한 대화가 오고 간다. 서로 중요한 이슈는 따로 있는 것을 알면서도 우선은 가벼운 대화를 이어간다. 물론 이 대화 속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그냥 패스하는 것보단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어느 정도 이야기를 마친 후,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하였다.
"저번에 도와주셔서 단가를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직 남은 인상 요청 금액이 있는데, 이것도 반영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실적 보고를 하는데 빨간불이 들어와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하거든요"
"네, 상황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수량과 금액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첫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가 요청드렸던 자료들을 보내 주셔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이번주까지 정리해서 보낼게요. 아, 그리고 추가 인상 요청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적자가 너무 커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바이어에게 단가를 인상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실적을 깎아먹는 것과 같다. 설계 변경 또는 품질 향상의 목적으로 단가가 인상되는 것은 비교적 설명하기가 쉽지만, 이번처럼 협력사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단가를 인상하는 것은 재가받기가 쉽지 않다. 다르게 보자면 순수하게 협상을 실패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단가 인상을 거절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으로 파트가 공급되도록 매니징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가는 그다음 문제다. 단가 관리를 잘하여도 파트 공급이 끊기면 이슈가 커지고 손해가 막심하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일들을 정리하고 처리해 가야 한다. 그 과정이 힘들 수 있지만,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바이어의 업무이다.
진짜로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
그런데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실제 다른데 있다. 바로 '내 생각, 내 느낌'이다. 많은 직원들이 일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거 나 들으라고 한 소리 아니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등 불평, 불만이 들리기도 하고 어쩔 때는 이거 일이 너무 잘 되지 않았냐, 너무 잘했다 등 다양한 생각이 들려온다. 그런데 그 생각들 중에 실제와 맞는 것은 많지 않다. 실제 일이 어떠하냐 보다 내 느낌이 어떠한가,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떠한가에 따라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회사원들에겐 일이 잘 되어 받게 될 보상보다는 일이 잘못되어 받게 될 불이익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실제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근심한다. 찾아오지 않은, 혹시 찾아올지 모를 어려움을 미리 찾아서 어려워한다. 미리 문제를 고려해서 해결책을 수립하고자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현재 처리해야 될 일도 버겁기 때문이다. 결국 근심만 쌓여간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황이 이래서 힘들고, 그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정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정말 그 일들 때문에, 그 사람 때문에 힘든 것인지 아니면 '생각'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인지 생각된다. 어려움들이, 근심과 걱정이 단지 생각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
내 일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자신감은 일의 성취를 높인다. 하지만 지나친 자기 신뢰는 큰 어려움과 문제를 불러온다. 내 일을 충실히 하되 언제나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마음에 두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많은 갈등과 문제를 피할 수 있다.
납배터리
납배터리는 다른 하이테크 전장품들과 달리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제품입니다.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하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하면 잘 모르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납배터리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납배터리는 크게 세 가지 규격을 갖고서 구분합니다.
첫째, AH (Ampere Hour), 배터리 용량입니다. 배터리를 일정 전류로 방전했을 때의 방전시간과 전류량을 곱한 값으로써 용량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20시간 동안 5A를 흘려보내는 배터리는 20시간*5A=100AH로 용량이 측정됩니다.
둘째, RC (Reserve Capacitor), 보유 용량입니다. 운행 중에 알터네이터 (발전기) 고장 시 야간, 우천 등의 악조건을 감안하여 운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 소모량을 25A로 가정하고, 이 25A로 방전하였을 때 전압이 10.5V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분단위로 나타낸 것입니다.
셋째, CCA (Cold Cranking Ampere), 저온 시동 전류입니다. 혹한조건 -18℃에서 차량의 시동에 필요한 전류를 공급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CCA 650A는 650A로 방전하였을 때 7.5V까지 도달하는데 30초 이상을 유지한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보통 시동용 납배터리는 12V로 부릅니다. 하지만 조금 자세히 보면 배터리가 생산될 때의 전압은 12.8~9V입니다. 완성차 OEM에서는 공장에 입고될 때 전압이 12.6V 이하이면 불량으로 간주합니다. 0.1V 차이를 10% 방전되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배터리는 MF (Maintenance Free) 또는 SLI (Starting Lighting Ignition), EFB (Enhanced Free Battery) 그리고 AGM (Absorbent Glass Mat) 타입으로 나눕니다. MF 및 SLI -> EFB -> AGM으로 갈수록 배터리 성능이 좋아집니다.
출장 서비스를 통해 배터리를 교체하면 대부분 MF 배터리 (거기에다가 가장 저렴한 브랜드, X-PRO)를 장착하면서 저렴하게 비용을 청구하는 것처럼 생색을 냅니다. 교체하더라도 배경을 알고 있으면 당했다는 느낌은 피할 수 있겠습니다...!
납배터리에 대해서는 예전에 상세히 2부에 걸쳐 정리하였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