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얻은 지식, 실사 (Audit)를 통해 얻은 경험
전자공학을 졸업하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구매부서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약간은 전공이 반영된 부분이 있었다. 구매본부 내에서 전장팀에 속한 것인데, 재무나 경영학적인 부분에 비해 전공 지식은 배우기가 힘들다고 판단하여 구매본부에서도 공학 출신자를 우대하고 있었다. 업무에 전공 지식이 연관되는 정도를 수치로 표현한다면 5% 정도 되었던 것 같지만 조금은 친숙한 파트로 시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납 배터리와 리튬 배터리를 담당하고 있다. 클러스터 및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담당하다 3년 전에 파트가 바뀌었다. (주기적으로 파트 담당을 순환하는 구조이다.) 배터리는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자동차 부품 중 하나이다. 주기적으로 교환해주는 소모품이자 성능 향상을 위해 개인이 쉽게 교체하는 부품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름이 떨어져 멈춘 차를 점프선을 이용해 방전된 배터리를 깨운 적이 있다. 이렇듯 긴급 호출을 통해 재충전해본 분들도 있을 것이고, 캠핑카를 구매하면서 배터리에 대해 지식을 쌓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성은 다르지만 건전지라는 이름으로 우리 일상생활에 가깝게 다가와 있다.
배터리는 화학물질 (Active Materials, 활물질로 부른다.)의 화학 에너지를 산화 환원 반응에 의해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를 가리킨다. 한번 전기를 빼내면 성능을 잃어버리는 1차 전지가 있는데 흔히 건전지로 부르며, 전기를 빼어내도 외부에서 공급받으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2차 전지가 자동차에 사용되는 납 배터리 (납축배터리로 부르기도 한다.)이다. 음극에는 납 (Pb), 양극에는 (PbO2) 그리고 묽은 황산을 전해액으로 삼아 이온화 경향을 이용하여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납 배터리는 하이 테크놀로지 군에 속하지는 않으며, 개발 소스가 많이 오픈되어 있는 편이다. 그리고 기존의 제조사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안정화된 사업군이다. (참조로 리튬 배터리는 고용량일 경우 전기차에도 적용이 되기에 납 배터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친숙하다고 해서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인터넷 검색으로 피상적인 정보에는 접근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찾기가 어렵다. 우선 배터리에 대해서 가장 먼저 알아두면 좋을 것은 타입과 기본 스펙에 대한 해석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방전된 배터리를 갈거나 새로 살 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처음 들어봤을 때 그 무게에 놀랐었습니다. 배터리 사이즈마다 무게가 다르지만 보통 15~20kg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여성 분들은 혼자서 배터리를 교체하는데 조금 애를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성별에 상관없이 센터에 가서 교체하는 게 제일 수월합니다 :)
납 배터리는 우선 증류수 (수증기를 냉각시켜 정제한 물) 보수 필요 여부로 나눌 수 있다. 예전의 배터리는 방전과 충전의 과정 속에서 전해액이 점점 감소하여 보충이 필요하였다. 이러한 타입을 Conventional 배터리로 부른다. 그리고 내부 전극의 합금 성분에 칼슘을 첨가해 증발되지 않도록 만든 타입을 MF (Maintenance Free) 배터리 또는 SLI (Starting Lighting Ignition) 배터리로 부른다. 현재 양산되는 차량의 대부분에는 이러한 무보수 타입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기술의 발달로 점점 많은 전기 장치가 차량에 적용되고, 특히 S&S (Stop & Start, 정차 시에 시동을 꺼서 연비 효율을 높여주는 기능이다. ISG, Idle Stop & Go로 부르기도 한다.) 기능이 나타나면서 MF 배터리로는 *사이클수를 만족하기가 어려워졌다. 또한 *충전 수입성도 충족하기 힘들었다.
*사이클수 (Cycle count) : 배터리 용량 사용 횟수. 전력을 모두 사용하면 사이클이 1회 발생한 것으로 정의합니다. 사이클수에 대한 최소 요구 조건은 회사별로 제공하는 가이드 안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DoD (Depth of Discharge, 방전 깊이)의 % 정도에 따라 Deep DoD, Shallow DoD로 나누어 최소한 만족해야 되는 사이클수를 요구합니다.
*충전 수입성 (Charge acceptance) : 시간, 온도, SoC (State of Charge, 충전 상태), 충전 전압과 같은 외부 요소 하에 에너지를 어느 만큼 저장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가 개발되었다. VRLA (Valve Regulated Lead Acid) 배터리가 이에 해당되며 GEL, AGM (Absorbent Glass Mat) 타입으로 세분화된다. 차량에는 보통 AGM 타입의 배터리가 장착되며, 기존의 MF 배터리와 달리 Flooded (유동성 액체) 타입이 아니라 유리 섬유가 전해액을 머금고 있다. 그래서 충방전에 따라 활물질 이탈률이 낮아지면서 에너지 전달 효율이 높고 충전 시간도 짧다. 차량에 적용되는 납 배터리 중에서 가장 고가에 해당되며, 원활한 S&S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많이 사용된다. 또한 밸브로 잠긴 밀폐형 구조여서 가스의 누출이 없어 효율성이 높고, 별도의 Degassing Tube (가스 및 누액을 외부로 빼내 주는 튜브)가 필요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MF 배터리와 AGM 배터리 사양의 중간 정도에 해당되는 EFB (Enhanced Flooded Battery)가 있다. AGM 배터리는 사양은 좋으나 비싸서 조금 저렴한 단가에 S&S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 EFB 배터리이다. MF 배터리처럼 전해액이 유동성 액체 상태로 존재하며, 구조적으로 차이는 없으나 활물질을 개선시켜 충전 수입성과 사이클수를 증가시켰다. 단가의 순으로 보면 (배터리 사이즈는 고려하지 않은 기준으로) MF < EFB < AGM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규격 기준은 JIS (Japanese Industrial Standards), EN (European Standards), DIN (Deutsche Industric Normen)이 있으며, 그에 따라 표기 방법이 달라진다. EN 규격으로 표기를 할 경우 길이에 따라 L0, L1, L2...로 구분한다. 그래서 배터리를 부를 때 MF L2, EFB L3, AGM L3 식으로 지칭한다.
배터리의 그리드 (Grid, 격자) 타입도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크게 보면 EXMET, PUNCHED (STAMPED 또는 POWERFRAME으로 부르기도 한다)가 있다. EXMET은 기본 타입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단가가 낮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리드에 의해 격리판 (Envelope)이 손상되어 쇼트 (Short)가 날 수 있으며, 그리드의 성장 (붕괴)에 의해 효율 저하로 이어지는 정도가 크다.
PUNCHED는 프레임이 있어 그리드 성장을 억제하고 격리판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한다. 활물질 이탈 정도가 낮아서 효율도 높다. 하지만 스탬핑 방식으로 제조하기에 스크랩 (Scrap)이 많이 발생하고, 단가가 높은 단점이 있다.
이 외에도 CONCAST (CONTINUOUS CAST), COMINCO 방식이 있으나 국내 제조사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배터리의 성능은 다음의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다. 먼저 Capacity (용량)이다. AH (Ampere Hour) 단위로 표기하며, 일정 전류로 방전 종지 전압 (극판의 급격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방전 한계를 규정한 전압, 통상 10.5V로 정한다)까지 도달시켰을 때의 방전량 (방전 전류 X 방전 시간)을 의미한다. 20시간 동안 3A로 방전시킨다면 배터리의 용량은 60AH가 된다. 참조로 EN 규격으로 L2는 60AH, L3는 70AH로 정해진다.
다음으로 고려되는 기준은 CCA (Cold Cranking Ampere, 저온 시동 전류)이다. 혹한 조건 -18℃에서 차량의 시동에 필요한 전류를 공급해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며, 방전 종지 전압까지 도달하는데 최소한 30초 이상을 유지하는 전류량으로 규정한다. 예를 들어 720 CCA라 하면, 720A로 방전시켰을 때 종지 전압에 도달하기까지 30초 이상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RC (Reserve Capacity, 보유 용량) 기준이 있다. 야간, 우천과 같은 악조건을 고려하여 운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를 25A로 잡는데, 이 전류로 방전했을 때 종지 전압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분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130RC라 하면 130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선 설계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중요한 사항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음번엔 구매적 관점에서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덧붙이겠습니다.)
Tip : 위의 내용은 S&S 기능이 없는 차는 MF 배터리, 전기 장치가 많이 탑재되는 차에는 AGM 배터리가 적용된다고 기억하신 후 세부적으로 내용들을 이어 나가면 머릿속에서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