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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Sep 14. 2022

정년퇴직

꿈꾸는 삶

차장님의 정년퇴직

2년 전쯤에 같이 일하던 차장님이 57세의 나이로 회사를 떠나셨다. 55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어 매년 10%씩 연봉이 삭감되고 있는 때에 인사과에서 퇴직 안을 제시하여 이를 수용하셨다. (그때는 몰랐지만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기 전 기준으로 퇴직금이 제안되었다고 후에 들을 수 있었다.)


이전에도 정년퇴직을 하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바로 옆 자리에서 같이 일하던 분이 퇴사를 하시니까 느껴지는 것이 달랐다. 두 명이서 하던 일을 혼자서 처리해야 했고, (팀장님께선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셨는지 처음 몇 달은 본인이 어느 정도 직접 일들을 처리하셨다.) 옆을 보고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없어졌다. 퇴사가 결정되고 나서 팀원들이 함께 술을 마시러 갔고, 보통의 술자리가 그렇듯이 서로의 문제에 깊이 관여하는 않는 적정한 선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8개월 정도 흐른 뒤 차장님과 밖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휴가 기간이었는데 문득 생각나서 연락드렸더니 흔쾌히 시간을 내주셨다. 오랜만에 만나는 거였지만 마치 지난주에 같이 일하던 것처럼 어색하지 않았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근처에 우렁쌈밥을 맛있게 하는 곳이 있어 갔다. 식사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전에는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도 여쭤보았다.

"차장님, 잘 지내시나요?"

"그래, 이대리.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요새 어떻게 지내시나요? 다른 곳에 입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일 안 하고 있다. 헬스하고 취미 활동을 찾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다른 직원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것과는 달리 차장님은 아무 일도 안 하고 계셨다. 57세의 나이로 퇴직을 하여 다른 회사에 일반 직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렇다고 임원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있지도 않았다. 평생 직장 생활만 하셨기에 무언가에 도전하기도 어려웠다. 일을 하지 못하기에 생활하는데 어려우시지 않을까 싶었지만 차장님께서는 일하던 때보다 연금으로 더 많이 받는다고 하셨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보다 앞으로 지내실 날들이 적어도 40년 가까이 되실 텐데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실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꿈꾸는 삶

직장인들에게 휴가는 참 기다려지는 것이다. 피곤한 몸을 쉴 수 있고, 일정을 잡아 여행도 갔다 올 수 있다. 하지만 휴가는 일을 할 때 좋은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서 시간이 많은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아버지 친구분들이 정년 퇴임을 하시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울해하시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연금 받아서 살면 너무 좋을 거라고 말하는 직원도 있다. 골프도 치고 취미 활동도 하고 얼마나 할 일이 많은지 아냐고 한다. 듣고 있으면 맞는 말 같다. 그렇지만 힘들더라도 무언가를 향해 도전하고 시간을 드리는 일이 없으면 금세 삶의 의미와 의욕을 잃어버릴 것 같다.


투머로우 교양지에서 한 기고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전 세대는 한 곳에서 정년까지 열심히 일하고 퇴직을 해서 연금으로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대학을 나오고, 어느 회사에 취직하냐가 중요하였다.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이름이 나를 나타내는 배경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연금으로만 보내기엔 남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아직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미리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어느 대학을 다니냐, 어느 회사를 다니냐 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냐가 더 중요하다고 그 글에선 말하고 있었다. 순위가 높은 대학, 연봉이 많은 대기업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두고 말하고 있었다.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짐 로저스 (Jim Rogers)는 꿈을 가지라고 하였다. 만약 꽃을 다듬는 일을 좋아한다면 꽃가게에서 직원으로 일을 시작해도 좋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10년, 20년 뒤에는 나의 가게를 차리고 전 세계에 매장을 두는 사장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였다.


받아들이는 삶

나는 평생 직장인으로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알아주는 명문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다. 집안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내 삶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줄곧 생각했다. 그런데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해보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보지도 않고 머릿속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못한다고 스스로 한계를 규정짓고 있었다.


그러면서 몇 년 전부터 나도 꿈을 꾸기 시작했다. 지금 모습을 보면 특출 나게 인정도 받지 못하는 직장인 같지만 앞으로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CEO를 꿈꾼다. 이런 말을 하면 허무맹랑한 말을 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기분은 상하지 않는 게 내가 나를 보아도 초등학생 때나 말할 법한 것을 얘기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고 옳다고 생각해온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작더라도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찾아가고 있다.


지금도 내 속에선 '너는 안돼. 포기해. 너는 그냥 평범한 아무개 일 뿐이야' 이런 소리가 울려온다.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으려 애쓰기보다는 그대로 두고 다른 사람의 말을 받아들여보기 시작했다. 멘토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책에서 이야기해주는 유명 인사들의 삶을 하나씩 적용시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들이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을 본다.


새로운 일들을 하기에 힘이 든다. 그리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이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자주 일어난다. 내 앞에 길이 펼쳐져 있는데 흐릿하고 끝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나보다 앞선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끝을 볼 수 있고,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 나갈 수 있다. 내가 받은 가장 큰 축복 중의 하나로 생각된다.



형편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면 준비해야 될 것들이 많습니다.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요. 하지만 꿈은 지금도 바로 꿀 수 있습니다. 마음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꿈을 안고 소망 속에서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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