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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Sep 20. 2022

고집불통 막말쟁이

나를 책 (責) 하지 않기

어떤 유형의 사람과 가장 일하고 싶지 않으세요?


나의 경우엔 자기 생각만 옳다고 여기며 아무렇게나 말을 하는 사람이다. 놀이가 아니라 일이기에 능숙함과 일처리 능력이 중요하기는 하나 부족한 부분들은 배우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그런데 굳어진 사고와 습관은 좀처럼 고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내 생각에 맞지 않으면 듣기 싫어하고 화를 내는 사람과는 일하기가 참 힘들다. 함께 프로젝트를 맡거나 같은 팀이라면 회사를 그만 다니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수 있다.


조직에 융화되는 방법

그래서 회사에서는 적성 검사와 더불어 인성 검사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기에 여러 사람들과 융화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직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성향이 비슷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느 조직을 가도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항상 있다. 이럴 때 조직에 잘 섞여 지내는 것처럼 보이게 행동하는 방법이 있고, 소통을 통해 마음을 맞추어 가는 방법이 있다. 나는 선자 (先者)를 내 삶의 방식으로 택해 왔었다. 이 방법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소통을 통해 마음을 맞추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마음을 맞추는 데는 하나의 조건이 붙는다. 나와 다른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정말 올바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자기 일을 남에게 자꾸 미루는 사람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겐 항상 변명을 하는 사람일 수 있다. 이처럼 정말 맞지 않는 사람들과 마음을 맞추려면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을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가치관을 내려놓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에 회사에서는 상식이라는 선으로 조직 생활을 맞추어 나간다.


인간 같지 않아 보였던 친구

비영리 임의단체 활동을 함께 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이 친구가 나에게 한 첫 말은 "xxx아, 돌았냐?"이다. 그전까지 만나보지 못한 최악의 인물이었다.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말투며 행동거지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이름을 듣는 것조차 거북하였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똑같이 이 친구를 싫어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모임에 나가다 보면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은 그 친구의 거친 말투를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것을 보았다. 사이가 좋아 보이기도 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저런 사람을 좋게 대할까. 한 번은 고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는 멘토에게 질문을 했다.

"저는 ooo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잘 지내는 것을 봅니다. 그래서 더 화가 납니다."

"나는 절대 내가 ooo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네가 마음을 닫으면 오히려 너한테 손해다. 더 부딪히고 갈등이 생기더라도 마음을 닫지 마라."


마음의 흐름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인간 이하의 수준이라고 생각했기에 내 입장을 이해해줄 것이라 여겼는데 대답은 계속 부딪히더라도 마음을 닫지 말라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마음을 닫지 말아야지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싫은 건 싫은 거였다. 그런데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그 친구의 다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말투와 행동은 거칠지만 모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을 보았다. 무엇보다 잘 지내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사실 포기를 했었다) 그냥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처럼 나쁜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며 마음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지금도 여전히 거칠고 막무가내로 행동하지만 전에는 그런 것들이 큰 문제였다면 지금은 마음에 받아들여진다.


자기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며 막말하는 사람

얼마 전 아내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보,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봐"

"응, 뭔데?"

"여보가 따르는 멘토가 그러시던데, 여보는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모습이 많다고 해. 그리고 막말을 할 때도 있으니까 너무 상처받지 말라고도 하셨고."


엄청난 충격이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내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인물이 나라니...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내게 그런 모습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말 그대로 '내 생각이 맞다'라고 여기니까 내가 잘못한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었다. 자신감을 뚝 떨어뜨리는 피드백이었지만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고쳐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를 책하지 않기

지금도 내 생각과 감정만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이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어쩔 때는 직원 간의 갈등으로 빚어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못난 모습을 갖고 있는 내게 자주 실망하고 그 행동을 후회하였다. 그리고 나에게 큰 손해로 다가올까 걱정하고 근심하였다. 예전에 비해서 내 감정이나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잘못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나 스스로를 책하지는 않는다. 얼핏 보면 스스로를 나무라고 반성하는 것은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길에는 변화가 없다. 후회와 자괴감만 남는다.


그렇다고 내가 항상 잘났다고 여기며 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나를 부정 (否定)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받아들이며 지낸다. 변화는 나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를 변화시킬 힘은 없지만, 그 힘을 공급받을 수 있다면 30대가 훌쩍 지난 지금도 변화를 입을 수 있다.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은 스무 살만 지나면 절대 변하지 않는다."

제게는 네 살 위의 형이 있는데, 어느 날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


형은 교우 (交友) 관계도 좋고 운동도 잘했기에 그 말이 맞아 보였지만 제게는 조금 비수가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참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고쳐질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절망이 몰려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스스로는 달라지기가 참 어렵습니다. 내가 보기에 맞고 옳은 기준이 세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부터 변화의 힘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내 기준과 옳음을 내려놓는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저 스스로를 보면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별로 선망할 부분도 없습니다. (키도 작고 감정 컨트롤도 잘 못합니다. 눈물 또르륵...) 하지만 저를 변화시키는 힘을 계속 공급받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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