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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Sep 06. 2022

둘째 딸의 아토피 치료기 (+PPM 소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마음

아토피 전조 (前兆)

회사를 다니며 크고 작은 일들을 많이 겪는다. 어쩔 때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많이 나기도 한다. 반대로 재밌고 기쁜 일들을 만나기도 한다. 회사를 다닌 지 6년이 되어가던 때였다. 12월 끝자락에 예쁜 공주님이 태어났다. 아이가 둘이 되면서 전보다 챙길 것도 많고 조금 더 힘들어지기도 했지만 기쁨은 두 배, 세 배 더 커졌다. 딸은 무럭무럭 자라며 어느새 100일 사진을 찍을 때가 되었다. 그런데 딸의 볼에 불그스름한 것이 조금 나오기 시작했다. 첫째도 갓난아기일 때 볼에 조금 나왔다가 사라졌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보습을 잘해 준 다음 예쁘게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생각과 다르게 불그스름한 것이 점점 커져갔다. 생후 5개월이 되었을 때 아토피가 매우 심하게 나왔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백일 사진을 찍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토피가 온 몸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토피 치료 시작

와이프와 처형은 모두 아토피를 갖고 있었다. 처형도 참 심했었는데 아토피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한의원에서 약을 먹으며 아주 많이 좋아졌었다. 그래서 우리도 딸을 데리고 그 한의원을 찾아갔다. 한의원장님께서는 딸의 모습을 보며 반드시 깨끗이 나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치료를 받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셨다. 딸처럼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부터 초등학생 그리고 성인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아토피가 점점 나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보통 아토피는 보습을 잘해서 피부 밖으로 발현되지 않게끔 관리하는데, 이곳에서는 오히려 피부 깊이 있는 아토피 독소를 다 빼내는 방향으로 치료를 하였다. 그래서 처음엔 전보다 더 심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 시간이 힘들었지만 깨끗이 나아가는 과정인 것을 알기에 소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한약으로 치료를 하기 전에 세브란스 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받았다. 병원에서 아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약으로 치료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어처구니없어하며 근심 어린 말들을 하였다. 이미 2차 감염까지 된 상태이고, 보습은 무조건 해주어야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한의원에서는 보습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하였다. 피부 밖으로 아토피가 배출되는데 방해가 된다고 했다. 지어주는 약만 물에 타서 먹이라고 했다.


두 가지 상반된 이야기 가운데서 우리는 한약으로 치료하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권위 있는 세브란스 병원의 말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마음을 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곳도 완치 (完治)를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토피 발현을 완화시키고 음식이나 환경 등을 가려가며 꾸준히 관리를 잘하도록 이야기할 뿐이었다. 우리는 딸을 완치시키고 싶었다.


항상 피로 젖어 있는 딸의 옷과 이불

원장님 말씀대로 약을 먹으면서 아토피는 더 심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발바닥을 제외한 온몸에 아토피가 나왔다. 등에는 아토피가 동전 크기로 뭉쳐 나왔고 머리 정수리에도 아토피와 딱지가 뒤엉켜 생겼다. 아이는 항상 온몸을 긁어댔다. 그러면서 옷과 이불이 피로 범벅이 되었고 아이는 따갑다고 울었다. 가만히 두면 사정없이 계속 긁어대어 나와 아내가 출근한 동안에는 장모님이 계속 안고 계셨다.

온몸에 아토피가 심하게 나왔습니다.

아토피로 힘들어하는 딸을 보며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 아토피는 밤에 더 간지럽다는 것이다. 딸은 매일 밤 5번, 6번 심할 때는 10번씩 깨고 울고를 반복했다. 최대한 얼굴을 긁지 못하게 아내는 한 손으로는 팔 베개를 하고 다른 손으로는 팔을 잡고 잤지만, 아침이 되면 항상 옷과 이불은 피로 젖어 있었다.

'정말 낫기는 하는 걸까, 낫는다면 언제 낫는 걸까...'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더 심해지는 딸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힘들었다.


한 번은 새벽에 깨서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며 왜 하필 우리 가족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원망이 들었다. 이 일이 없었으면 너무 좋았겠다 싶었다. 또래 아이를 키우며 힘들다고 말하는 아빠, 엄마를 보면 정말 힘든 게 뭔지는 알고 저런 말을 할까 생각이 들었다.


엄마, 저 아기 얼굴이 왜 저래?

연휴 기간 때 아이들을 데리고 안성 팜랜드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그리고 딸의 아토피로 인해 외출을 하지 못하다 맘먹고 시간을 내어 놀러 갔다. 구경을 하다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옆에 앉아 있는 아이가 (초등학생 정도였던 것 같다.) 딸을 보고 "엄마, 저 아기 얼굴이 왜 저래?"라고 말하던 것이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면 항상 옷과 이불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 어떤 면에선 반가웠다. 딸의 아토피로 어차피 밖에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심하였기에 부모님 집에도 가지 못했다. 화상 통화도 멀찍이 떨어져서 어두운 조명 아래 하였다.


빛이 들어오면 물러가는 어두움

무엇을 해도 아토피가 연결되어 우리 가족은 어둡고 근심 속에 살아갔어야 했다. 그런데 참 감사한 것은 나를  생각해주고 도와주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주위에 많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따르는 멘토는 나에게는 없는 새로운 마음을 넣어 주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딸의 마음에 '나는 아토피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힘들어. 안 좋아. 슬퍼. 고통스러워' 이런 마음이 아니라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넣어주고 싶었다.


어려운 일을 만나면 어렵다고 말하고 내가 보기에 안 좋은 일을 만나면 안 좋다고 말하였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기분이 중요하였다. 그런데 내가 가지는 생각 중에 밝고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이고 어두운 것이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더 이상 내 생각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내 생각을 바라보고 내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동안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절망과 좌절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소망이 없는 게 문제가 될 때가 있었다. 그런데 내가 어두움 속에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서 빛을 받아들이면 어두움은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치료한지 1년 1개월이 되었을 때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둘째 딸의 아토피는 치료를 한 지 1년 1개월이 되었을 때 놀랍게 변하였다. 이때부터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딸의 모습을 마음 편하게 넣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년 정도 더 치료를 하고 나서 올해 5월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투명하고 깨끗해진 모습을 보면 참 놀랍고 감사하다.


형편에 구애 (拘礙) 받지 않는 마음

딸이 치료받는 동안 사진을 일자별로 차곡차곡 보관하였다. 그 사진들을 모아 앨범을 만들었다. 처음에 아토피는 내게 고통으로 다가왔었다. 왜 하필 우리가 이런 일을 겪어야 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그리고 멘토의 마음을 받아들이며 내 마음을 고통에서 감사와 행복으로 옮길 수 있었다. 형편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때도 딸의 아토피는 굉장히 심했다. (오히려 치료를 해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 마음에 더 근심이 쌓일 때였다.) 하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딸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행복과 감사를 주는 곳으로 마음의 위치를 옮겼다. 그러고 형편이 마음을 따라 바뀌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제는 깨끗이 나아 즐겁게 어린이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 좋은 일만 생기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억울하고 분한 일도 만납니다. 제게는 딸의 아토피가 그런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딸의 아토피를 통해 내가 보는 것이나 느끼는 것과 상관없이 마음의 위치를 옮기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몸은 공간적, 시간적으로 제약을 받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 어디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마음에서부터 걱정과 근심을 털어버리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PPM (Parts per Million)

자동차 품질 용어 중에 PPM (Parts per Millio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백만 개당 품질 문제가 발생한 파트 수를 가리킵니다. 협력사는 완성차 회사에서 규정하는 PPM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파트의 성격에 따라 상이하지만 보통 5 이하로 제한을 둡니다. 불량이 생기면 원인을 분석하고 차후 대책을 수립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협력사별로 정리하여 관리합니다. 계속하여 품질 수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협력사는 Phase out이 됩니다. 부품을 납입하려는 협력사에서는 우선적으로 꼼꼼히 챙겨야 될 부분입니다.


하지만 협력사에서는 PPM을 만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면 충분히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위치에서 상황을 바라보느냐 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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