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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Sep 23. 2022

자발적 퇴사

나를 받쳐주는 사람들

인력 감축 통보

작년 초에 2년 차 이하의 신입사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발적 퇴사 신청을 받았다. 코로나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협력사로부터 파트도 적시에 공급받기 어려웠다. 특히 프랑스를 필두로 유럽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매우 심각하였다. 이에 따라 그룹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인력 감축을 진행하였다.


인력 조정은 뉴스로만 들었던 이야기인데 나에게 닥칠 줄은 몰랐다. 공표가 되기 전에 자발적 퇴사 신청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회사에서 떠돌았다. 회사에서 어떻게 될 것이다는 소문이 떠돌면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현실로 닥치기 않았던 탓인지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처음 공표가 되었을 때는 아무도 신청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회사에서는 나이가 많은 직원들을 우선 대상으로 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분들 중에서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신 경우는 많지 않았다. 자녀들이 대학교를 다니고 있기에 학자금 지원을 받아야 하고, 퇴사를 한 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에 가능한 남아 있으려 하시는 것 같았다.

회사에서는 55세가 넘어가면 임금 피크제가 적용되어 매년 10%씩 연봉이 삭감됩니다. 경영자와 노동자의 입장이 다른 것이 확연히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회사에 남기로 결정

어느 날 팀장님께서 팀원들을 한 명씩 불러 면담을 진행하였다. 지금 퇴사를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말씀해 주셨다. 생각보다 큰 금액이었기에 퇴사를 하고 다른 곳을 알아보아도 괜찮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회사에 비전이 없기에 빨리 다른 곳으로 이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다. 하지만 주위에선 금액이 너무 적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채용 시장이 많이 얼어붙은 상태고 코로나가 더 심해지고 있기에 회사에 남는 것이 좋다고 말하였다. 팀장님은 딱딱한 표정으로 하나하나 차분히 이야기해 주셨고 나는 가족들과 상의한 후 말씀드리기로 하였다. 며칠 뒤 감축할 인원 목표수가 정해졌고 부서별로 할당이 되었다고 듣게 되었다.


퇴직금을 받은 후 대출금 일부를 갚고 2주 정도 푹 쉰 후에 입사 준비를 하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장모님과 아내의 의견이 달랐다. 퇴사를 하고 다른 곳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텐데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지금 퇴사하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다는 점을 상기시켰지만 의견이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따르는 멘토께서도 남아 있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고용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에서 제시한 퇴직금은 결코 많지 않다고 하셨다.


사실 회사를 쉬면 스트레스와 긴장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많은 분들이 남아 있기를 말하였다. 다시 출근한 후 면담이 진행되었고 회사에 남겠다고 하였다. 팀장님께서는 내가 나가기를 원하시는 것 같았다. (이건 저의 느낌일 뿐임을 말씀드립니다.) 며칠 뒤에는 이사님과 면담이 진행되었다. 이사님께서는 퇴사해야 될 인원이 충족되지 못하면 회사에서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취할 수도 있음을 말씀해 주셨다. 그러한 일들에 대해 모두 알겠다고 말한 후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자발적 퇴사를 받는 기한이 끝나는 마지막 주 월요일이 되었다. 전주 금요일까지 회사에 남겠다고 말하던 팀원들이 갑자기 퇴사를 결정했다고 하였다. 내가 속해 있는 부서를 넘어 전 부서에서 퇴사 신청을 하는 인원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전사적으로 목표 인원수가 충족되었고 더 이상의 면담은 없었다.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건져주는 멘토

나에게는 믿고 따르는 멘토가 있다. 그리고 내가 보는 세계와 멘토가 보는 세계가 많이 다르다. 나는 회사에서 인정을 잘 못 받기에 이곳을 나와서 다른 곳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멘토는 한 번도 나를 향해 절망적이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준다. 참 고마운 분이다.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기에 누가 뭐라고 안 해도 스스로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보려고 노력을 해도 더 큰 좌절감에 빠진다. 멘토께서 한 번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강가에서 수영을 하다가 같은 곳을 맴돌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소용돌이에 빠졌는데 아무리 헤엄쳐도 나올 수가 없었다. 온몸에 힘이 다 빠져 죽을 뻔했는데 그때 보트가 다가와서 구해주었다고 하셨다. 나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져서 아무리 애를 써도 나올 수가 없었다. 그때 보트를 타고 소용돌이를 헤쳐가는 것처럼 멘토께서는 나를 그곳에서 끌어내 주었다.


후회가 남지 않는 길

이제는 1년이 더 지나서 옛날 일로 여겨진다. 회사에도 나에게도 그동안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회사에서는 IC (Integrated Circuit, 집적 회로) chip 공급 문제와 더불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인해 더욱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잘 극복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내게는 둘째 딸의 아토피가 깨끗이 낫는 일이 있었고, 치료를 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 회사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쓰면서 마음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업무도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더불어 새벽 시간을 활용해 유튜브에 엑셀을 가르치는 강의를 올리며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 나는 중요한 일을 혼자서 결정하였다. 작은 일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도 정말 중요한 일은 내 생각대로 정하였다. 그런데 지혜가 모자라고 감정의 기복도 심하기에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가 많았다. 지금도 그 모습을 똑같이 갖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주위에 물을 수 있는 분들이 많이 생긴 것이다. 나보다 더 생각이 깊고 멀리 바라보시는 분들의 인도를 받고 있다. 그 순간에는 이해 안 되는 일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았을 때 후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을 본다.



저는 후회를 참 많이 했습니다. 사실 후회를 안 하는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주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과 함께 자괴감에 빠져 지내었습니다. 그런데 멘토를 만난 후 지난 7년을 돌이켜 보았을 때 후회로 남아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을 봅니다. 참 감사하고 기쁩니다.


사람 인 人 한자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고 합니다.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멘토가 저를 받쳐주고 있어 바보 같은 사람인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종종 이러한 사실을 잊고 살 때가 있지만 그런 저의 모습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저를 위해줍니다. 앞으로도 여러 일들을 만나게 되겠지만 혼자가 아니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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