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사출 품부터 멀티미디어 시스템, ADAS, 고용량 전기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한 기업에서만 파트를 생산하지는 않습니다. 하이 테크놀로지로 갈수록 진입장벽이 높아져 대기업 중심으로 좁혀지더라도 경쟁 구도는 존재합니다. 그래서 구매하는 입장에선 어느 협력사를 선정할지가 고민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어떤 한 파트를 생산하는 협력사 5 곳을 검토한다고 해보겠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검토하는 기준은 QCDDM (Quality Cost Delivery Development management)입니다. 실제 업무에선 이렇게 간단히 분류하지는 않지만 설명을 위하여 작성해 보았습니다. Excellent는 최고점, Meet은 요구 사양을 만족하는 경우, Bad는 미달하는 경우로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5개의 협력사 중 어느 곳과 계약을 맺어야 할까요?
Quality (품질)
가장 먼저 생각할 항목은 Quality (품질)입니다. 아무리 좋은 견적에 납기를 맞추어 제공되더라도 품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의 큰 손실로 이어집니다. 특히 Field Claim 이 발생하면 배상뿐만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품질 사양을 만족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조건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라인 프로세스 평가 및 엔지니어링 기술 평가가 해당됩니다. 각 완성차 업체별로 별도의 평가 키트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ost (비용)
두 번째로 생각할 부분은 Cost입니다. 아무리 좋은 품질의 파트이더라도 차량의 등급에 비하여 너무 비싸면 구매하기 힘들 것입니다. (총 구매원가에 마진 및 추가 비용이 더해져 차량 판매가가 결정되므로, 파트 단가가 높아지면 수익이 나빠지거나 판매가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협력사에서 제출한 단가가 타당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작정 비용이 낮다고 좋게 여길 수는 없습니다. 단가를 이루는 요소는 크게 원재료, 프로세스 비용, 개발비, 마진으로 구성됩니다. 계약을 위해 덤핑으로 협력사에서 제시했을 경우 계약이 이루어진 이후에 경영 악화로 인하여 단가 인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Milestone에 맞추어 개발이 진행되어야 하기에 중도에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곤혹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협력사에서 제시한 단가에 거품이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원가분석팀으로부터 분석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각 협력사에서 제시한 견적을 서로 비교 검토해볼 수도 있습니다.
바이어의 역량에 따라 파악하는 정도가 달라지며, 파트 별로 할당된 Budget이 있어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분석 및 협상이 필요합니다. 즉, 협력사와 단가 협의를 하되 독단적으로 하는 구조가 아니며 여러 도움 및 감시 구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단가 외에도 금형비 검토가 필요하며, A/S 단가에 대한 협의도 필요합니다.
Delivery (납품)
Delivery 측면에선 공장의 위치 및 *Incoterms 그리고 Leadtime을 파악합니다. 발주 후 납품을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물류 루트가 안정적이지 않다면 안정적인 납품을 보장하기 힘듭니다.
*Incoterms (International Commercial Terms) : 국제 상업 용어. Seller와 Buyer 간의 비용 및 책임 소재를 규정해놓은 기준.
Development (개발)
Development 항목에선 파트의 각 항목 별 테스트 결과가 설계에서 제공하는 스펙 요구집의 사항들을 만족해야만 통과됩니다. (간혹 통과되지는 않지만 설계 담당자가 보았을 때 재 시험을 통해 만족될 것으로 여겨지고, 스케줄이 급박할 경우 derogation 하에 진행하기도 합니다.)
Management (외적 요소)
Management 항목에는 협력사의 재무 건전성, 생산 수용력, 그리고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있습니다. 재무 건전성은 별도의 평가를 거쳐 Rank를 매기고, 수용력 측면에선 연도별/주차별 요구 수량을 만족하는지 확인을 거칩니다. 소싱 과정에서 이러한 기본적인 항목들을 꼭 점검하도록 프로세스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QCDDM 평가
이제 위에서 보았던 테이블을 다시 불러와 보겠습니다.
A 협력사는 Management에서 Bad 이므로 우선 고려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경우에 따라선 재무 상태가 좋지 않으나 곧 개선될 것으로 판단되어 별도 Committee를 가기도 합니다.) D 협력사는 Cost가 높으므로 경쟁력이 없으며, E 협력사는 Quality 측면에서 수용될 수 없습니다. 즉, B와 C 협력사 두 곳에서 추가적으로 검토 및 협의를 통하여 한 곳을 선정하게 됩니다.
물론 한 파트를 한 곳에서만 생산하지는 않습니다. Mono sourcing (한 곳에서 100% 생산) 이 될 경우, 그 협력사에 문제가 생기면 파트 수급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협력사를 선정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여러 회의체를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협력사 공장 실사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과정을 딱 하나의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저는 QCDDM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준을 갖고 소싱을 검토한다면 큰 실수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