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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03. 2024

깃털 빠진 어미새 같은

포란반이 어찌 새에게만 있으랴

-친구야, 아프나? ~응. 콩팥이 안 좋다.

 -운동하러 왜 안 오노? ~좀 아프다.

-어디가 아프노? ~콩팥이 안 좋다.

 -운동하러 왜 안 ? ~좀 아파서.


어머니 초등학교 친구가 오신다. 배롱나무 잎들이 축 쳐진 한낮에 남편 때문에 상하시단다.  '선생님 때문에 속상하면 또 오시라'니 소리 내어 웃으신다. 나를 볼 때마다 친정 왔느냐고 1년째 물으신다. 米壽인 어머니 친구는 치매 초기이시다. '친구야, 어디가 아프냐'라고 어머니에게 묻고 또 물으신다.


어머니의 다른 이웃은 열흘 만에 마실 오시네. 삼복 더위에 끼니를 대충 때워 늙은 아들을 울리더니 열흘 효도받고 돌아오시네. 노인에게는 밥이나 에어컨만큼 이웃이 필요하단다. 자식들을 도시로 보내고 혼밥하는 독거노파는 정겨운 이웃과 따순 밥상을 공유하지 못하시네.


어미새가 알을 품을 때 가슴이나 배 쪽의 털이 빠진단다. 털이 빠진 맨살인 포란반 불그데데하다. 어미새의 포란반은 임산부의 튼살 같다. 어머니의 포란반이 어디 튼살뿐이랴. 치매도 신부전도 알을 품은 삶의 흔적이다.


어머니 기력이 점점 떨어진다. 자주 눕는 어머니를 보며 어머니의 시간을 혼자 돌아본다. '궁둥이 방바닥에 붙일 틈 없이' 살아온 어머니는 이제 온몸의 깃털이 빠진 상태이다. 어머니. 내 어머니.

포란반은 알을 품을 때 어미새 배의 깃털이 빠진 부분이다.일본식 낱말이어서 국어사전에 없다. '품깃' '알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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